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인생 자체가 모순의 연속이고 이 모순을 잘 관리해야 해답의 실마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인생 모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적임자다. 많은 이론에 해박하면서도 실무 경험 또한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도 그들 삶의 스펙트럼만큼 넓고 풍부해서 우리에게 희망의 불씨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호에서는 창업자, 경영 구루에서부터 교수, 미술사학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하는 ‘잘 살아야 하는’ 인생의 의미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도서를 소개한다.
[BOOK OF THE MONTH] 전문가의 삶에서 희망과 만나다
당대 최고 경영 구루가 전하는 인생학 특강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당대 경영학 최고의 대가다. 그는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통해 수많은 선도 기업의 몰락 과정을 설명했고 냉철한 머리로 전략 경영 분야의 최고 이론인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선사한 경영 구루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알에이치코리아)’는 크리스텐슨이 그동안 연구와 강의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한 대표적 경영학 이론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사회생활, 행복한 가정, 참된 삶에 관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생의 중간 점검은 위기에 봉착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때때로 해야 한다는 깨우침, 나아가 그 구체적 방법까지 전한다.
[BOOK OF THE MONTH] 전문가의 삶에서 희망과 만나다
저자는 미래 예측 능력을 갖추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과거 경험에 의존해 미래를 예측하게 되며, 이런 방법은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리 경험을 하지 않아도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이 ‘이론의 가치’라고 말한다. 즉, 많은 세월의 공격을 잘 견뎌낸 이론은 인과관계를 제시해줌으로써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고 각자 처한 환경에 맞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자원 할당’을 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시적인 성과가 확실한 단기 활동보다는 장기 활동에 자원을 더 배분하는 노력을 해야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한계비용’과 ‘전체비용’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한계적 사고는 ‘이번 한 번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런 사고의 함정이야말로 인생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암까지 극복해낸 크리스텐슨 교수는 ‘참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각자 다르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해서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BOOK OF THE MONTH] 전문가의 삶에서 희망과 만나다
아버지의 정원에서 인생을 엿보다

“아버지는 평생소원이던 농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나갔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나의 문학적, 예술적 감수성은 아버지의 그것을 전적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정원(정석범 지음·루비박스)’은 군인 아버지 덕에 유년기와 소년기를 원주, 대구, 비아, 서울 등 팔도강산을 유람하며 보낸 저자가 아버지의 추억을 비롯해 이방인으로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 장면과 잘 부합하는 그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클로드 모네의 ‘생 라자르 역’으로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달리는 기차를 바라보던 따뜻한 봄날을, 조지아 오키프의 ‘분홍 그릇과 녹색 잎’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아버지의 정원을 그린다.

미술사학 전문가인 저자는 비아, 원주, 대구의 옛집들을 찾았으나 옛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그 희미한 기억의 조각마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고심 끝에 희망의 끈 하나를 부여잡았다. 그것은 기억의 저장고를 만드는 일이었고 그래서 이 책이 탄생했다. 그곳에서 젊은 날의 부모를 만나고 희망과 용기를 재충전한다.

프랑스 파리1대학 유학시절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라브로 교수를 만나러 갔다가 함께 저녁식사를 나눴다. 식사 후 교수가 숙소까지 태워주겠다고 제의했다. 교수는 차 안에서 흥겨운 표정을 지으며 음악을 틀었고 낯익은 선율이 흘러나왔다.

“아, 이거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군요.” 교수는 동양인의 예기치 않은 음악적 센스에 놀라는 눈치였다. “무슈 정, 음악 좋아하나?” “네, 제게 음악을 버무리지 않는 맨 공기를 호흡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공기 없이는 살아도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지요.”

저자의 음악적 토양을 가꿔 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서양의 고전음악은 아버지가 가장 즐겨 듣는 장르였다. “아버지는 어쩌면 포연 자욱한 베트남 전장의 참혹한 기억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음악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황폐해진 자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진혼곡이었다.” 이에 부합하는 그림으로 앙리 마티스의 ‘음악(Musique·1939)’을 소개한다. 조금만 센스 있는 감상자라면 단번에 음악적 율동감을 느낄 수 있다.
[BOOK OF THE MONTH] 전문가의 삶에서 희망과 만나다
불안·좌절의 현대인에게 살아갈 근거를 던지다

“한국 사회는 학력이나 자산, 소득이나 지위의 극단적 격차와 함께 행복과 불행의 차가 역력해 과거 어느 때보다 사회 안에 원한이 깊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회에서는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해 번민하며 고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비참하지는 않더라도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죽은 아들과 내가 합작한 기도의 말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 지음·사계절)’의 저자 강상중은 1950년 일본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났고, 1998년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이 책은 일본의 국민 작가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 윌리엄 제임스 등의 치열한 고민과 통찰을 되새기며, 우리 시대의 불안과 좌절 속에서 다시금 살아야 하는 의미를 제시한다.

인간은 누구라도 ‘일회성’과 ‘유일성’ 안에서 산다. 일회성이란 그 사람의 인생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유일성이란 그 사람이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어떤 인생의 탄생과 죽음에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당연함이 상당히 오랫동안 망각돼 왔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잘 살려고 한다면 인간다움의 근본인 일회성과 유일성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에 대해 말하면 의료, 과학 등이 발달해 우리가 죽음에서 점차 멀어져 간 것과 크게 관련돼 있다. 60여 년 전까지 일본 사회는 전쟁으로 인해 죽음과 서로 이웃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죽음에서 아주 멀어져 세계 유수의 장수 사회가 돼버렸다.

그리고 저자는 “과거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현재를 소중히 살면서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고,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0) 상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이란 ‘내 과거’의 총합이다. 그러므로 과거를 중시하는 것은 인생을 중시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역으로 가능성이라든가 꿈이라는 말만 연발하며 미래만 보려고 하는 것은 인생에 무책임한, 또는 그저 불안을 뒤로 미루기만 할 뿐인 태도라고 강조한다.
[BOOK OF THE MONTH] 전문가의 삶에서 희망과 만나다
아시아 여성 최초 하버드법대 종신교수의 열정의 인생 스토리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온 지 30년 후,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태어난 나라 한국과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미국법과 법학 교육을 다루는 내 직업 덕택이다. 나는 하버드법대의 법학 종신교수로 임명된 첫 한국계 미국인이 됐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석지영 지음·북하우스)’는 2010년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법대 종신교수로 선출된 이후 저자가 자신을 만든 진정한 지식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시절 발레, 피아노, 음악, 미술, 건축물,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고 책읽기를 통해 상상력과 문화적 감수성, 교양을 갖추며 인문학의 기본기를 다져나갔다.

그녀는 발레, 피아노를 전공한 청소년기를 거쳐 예일대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땄다. 문학박사를 딴 후에는 진로를 바꿔 하버드법대에 진학했다. 이후 법률서기직, 검사직을 통해 현실의 법 세계를 경험하고, 2006년 한국계 최초로 하버드법대 교수에 임용됐다. 이후 4년 만인 2010년, 교수단 심사를 만장일치로 통과,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법대 종신교수로 선출됐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소개하는 이 책의 원칙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일을 놀이처럼 즐길 것.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위험을 감수할 것. 적절한 시점에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에게 상을 줄 것. 깊은 우정을 맺고 그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쓸 것. 크건 작건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하는 데 온힘을 다할 것. 젊은이에게 조언자(mentor)가 돼주고 스스로의 조언자도 구할 것. 다른 사람들을 가르침으로써 배울 것. 즐길 것.”

저자는 “우리 모두는 삶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선택해야 하며, 가능하면 높은 가치와 소망, 그리고 우리가 선호하는 것을 반영하는 선택이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일에 뛰어나고자 하는 이에게 지름길이란 없다”고 얘기하면서 정해진 인생 목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일, 매주, 매달, 매해, 일을 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학문이든 과학이든 아니면 예술이든 양육이든, 남녀 구별 없이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만 매우 높은 수준에서 그 일을 성취할 수 있다.”
[BOOK OF THE MONTH] 전문가의 삶에서 희망과 만나다
코리아나화장품 창업자가 전하는 영원한 현역의 희망가

“이제 내 나이 80이 됐다. 마음가짐이나 생각되는 바가 70대 때와는 또 다르다고 느껴진다. 더 늦기 전에 후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책을 준비하게 됐다.”

‘성취의 기쁨을 누려라(유상옥 지음·신인문사)’는 1959년 동아제약의 공채 사원으로 출발해 승진을 거듭하며 30대 중반에 임원이 됐고, 라미화장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10년간 활동했으며, 다시 1988년 50대 중반에 코리아나화장품을 창업해 성공한 유상옥 회장의 인생과 경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문은 ‘코리아나화장품의 창업기, 동아제약에서의 샐러리맨 분투기, 라미화장품에서의 전문경영인 생활, 일상의 배움,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기업인의 본분’ 등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의 나이 팔순이 됐지만 그는 기업인으로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 창업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내가 코리아나화장품을 설립한 것이 1988년이니 사실 역사가 그리 긴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때 내 나이가 55세였다는 사실이다. 남들이 정년퇴직할 나이에 회사를 창업해 5년 만에 500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마음에 새기고 있는 고전 구절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자는 주저하지 않고 ‘논어’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꼽는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은 배움과 익힘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그것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평생 계속 돼야 하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배움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늘 배우고 익히는 정신을 강조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공부하는 CEO’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바쁜 직장 생활 중에서 시간을 내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짬짬이 대학에서 강의하는 등 늘 배움에 매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ktkang21@han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