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뷰’ 아시아 칼럼니스트 뉴욕시립대 비즈니스 저널리즘 학사. 다우존스, 배런즈, 아메리칸 뱅커, 윌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뷰’ 아시아 칼럼니스트 뉴욕시립대 비즈니스 저널리즘 학사. 다우존스, 배런즈, 아메리칸 뱅커, 윌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올해 국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약 54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과의 영토분쟁, 북한과의 긴장 상황 등 지정학적 요소로 인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 통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최근 블룸버그코리아 론칭 행사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했다.

그는 우선 “박근혜 정부가 현 상황에 안주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성숙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다행히도 한국은 열외이지만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근거로 그는 최근 서울에서 만난 경제 관료들이 위기를 넘겼다는 기쁨에 다가올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페섹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실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방향을 고민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개념과 실체가 다소 모호합니다. 이제껏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달성을 위해 제시한 기술·창의성·문화의 융합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죠. 일본 아베 내각이 구조 개혁 없이 신뢰를 구축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는 “대통령이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의 창업자)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창조경제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은 뒤 “구체적인 정책 입안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페섹은 또 한국 사회의 재벌 구조가 ‘경제 산소’를 모두 빨아들여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 불가피하며, 재벌의 역할을 줄여야 한국이 보다 활기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아시아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아시아권 주요국들은 과거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은행들이 안정성 및 건전성을 높인 데다, 충분한 외환 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경제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재발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한국 경제가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보다 양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