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소통 능력을 키워 주는 글쓰기 가이드 ‘삼성맨의 글쓰기’
저자: 우종국
출판사: 한국경제매거진
분량: 270쪽
가격: 1만4000원


삼성그룹이 새로운 입사전형으로 직무에세이를 도입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글쓰기 역량이 중요한 스펙이 됐다. 비단 취준생뿐만 아니라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상품설명서, 보도자료 등을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전달력이 뛰어난 글을 쓰면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는 추세가 됐다. 이는 소통이 그만큼 중요한 기업의 역량이 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엘론 머스크, 마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인들은 신제품 발표회마다 연단에 올라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비서가 써 준 연설문을 낭독하는 국내 최고경영자(CEO)들과 비교해 보면 소통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깃든 창조적 마인드를 소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삼성맨의 글쓰기는 부제(삼성그룹 직무에세이 & 직무적합성평가 가이드)처럼 삼성그룹 입사전형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지만, 이 책은 단순한 수험서만은 아니다. 취업가이드처럼 채점 기준에 맞춘 족집게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의 글쓰기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정치인의 글쓰기 책은 논리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작가의 글쓰기 책은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반면, 이 책은 전달력과 소통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글쓰기에 접근하고 있다.


글쓰기보다 중요한 생각쓰기 훈련법 제시
13년 차 기자이자 한경비즈니스에서 7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써 온 저자는 글쓰기에 앞서 생각쓰기를 강조한다. 생각은 무형이므로 글이라는 그릇이 있어야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맛있는 와인은 그릇이 못나도 맛있지만, 맛없는 와인은 아무리 멋진 글라스에 담아도 맛이 없다. 그러나 멋진 글은 멋진 생각을 돋보이게 한다. 이 책은 ‘맥락은 팩트보다 강력하다’, ‘복잡성 총량의 법칙’, ‘공감 능력이 경쟁력이다’, ‘뺄 수 없을 때까지 빼고 또 빼라’ 등 생각을 정리하는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추가로 실제 글쓰기에 유용한 팁 6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지는 2부는 글쓰기와는 다소 멀어 보이는 경제경영 이야기로 채워진다. 저자는 “취업준비생들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쓸지 모른다”며 세계화 시대의 기업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얘기한다. ‘한강의 기적’이 한국 고도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인드가 발전의 걸림돌임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읽어도 좋겠지만, 수긍하지 어렵다면 비판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어쨌든 독자의 사고는 견고해질 것이다’라는 게 저자의 의도다.

3부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인생 선배가 자상하게 상담하는 듯한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졌다.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연봉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부모의 직업을 물어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 시내 바퀴벌레 수에 대한 질문엔 뭐라고 답할까’ 같은 질문들에 저자는 명쾌하고도 재치 있게 답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쉽게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근엄한 훈화 말씀을 가장 싫어한다는 저자가 취업준비생, 직장 초년생들의 눈높이에서 말하는 듯한 문체 덕분이다.


양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