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을 이야기할 때 노동 생산성의 문제를 빠뜨릴 수 없다.그 중요성은 일반인에게까지도 널리 인식되어 있다. 이에 못지않은또 하나의 요인이 자본 생산성이다. 자본 생산성이란 쉽게 말하면공장과 기계 등의 물적 자본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 생산성과 자본 생산성이 경제 성장의 양축이라고 할 수있다. 자본 생산성의 문제는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측정하기가 어려운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계열의매킨지 글로벌 연구소가 이번 6월에 자본 생산성이란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자본 생산성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경제학에서의 이 부문의 공백을 메우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 보고서의 결론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미국 기업의 물적 자본 이용 효율성이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높다는 것이다. 기업 전체로 볼 때 독일과 일본의 투입 자본 한 단위가 생산하는 산출량은 미국의 투입 자본보다 3분의 1 정도 떨어진다는 것이다.자본 생산성은 노동 생산성과는 달리 숫자로 나타내기가 어렵다.노동 투입량은 근무 시간으로 대충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본투입량의 측정에는 두 가지 난제가 있다. 하나는 건물, 기계, 컴퓨터 등 수 많은 자본재의 가치를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어려움은 주어진 기간 동안에 소비된 자본량을 어떻게계산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자본 생산성의 측정상에 이와 같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동 보고서는 미국이 자본 생산성에 있어서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월등히 우위에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이 결론을 따르면 그간 많은 사람들이 수수께끼로 여겨왔던 중요한역설이 설명된다. 미국은 낮은 저축률 즉 낮은 투자율에도 불구하고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부의 생산이 큰 것은 무엇 때문인가.1974년에서 1993년까지 미국의 평균 저축률은 국내 총생산의 25%였다. 같은 기간에 독일은 31%, 일본은 36%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1인당 부의 순증(가계 순 금융 자산 기준)은 1993년도 경상 가격기준으로 미국이 2만6천5백달러, 독일이 2만1천9백달러, 일본이2만9백달러이다.결국 미국은 높은 자본 생산성으로 타국에 비해 더 큰 금융 수익을낳는다는 이야기이다. 위의 기간 동안에 미국 산업 전체의 평균 자본 수익율은 9%였다. 독일과 일본은 겨우 7% 남짓한 수준이다. 미국의 1인당 저축액은 독일이나 일본에 뒤지지만 부의 증가율은 훨씬 높다.왜 경제에 따라 같은 규모의 자본에서 얻어지는 산출량에 차이가나는 것일까. 노동 집약적 생산 방식을 채택하면 노동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자본 생산성은 올라간다. 하지만 이 논리는 미국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노동 생산성에 있어서도 독일과 일본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 생산성을 높이는 다른 요인이 있음은 명백하다.매킨지 보고서는 각론적 접근 방식으로 이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우선 자동차, 음식료, 소매, 통신 및 전력의 5개 산업 부문을 선정, 부문별로 자본 생산성의 실태를 파고들었다. 산업에 따라 국가간 자본 생산성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독일의 통신산업 자본 생산성은 미국의 38%에 불과하다. 반면에 일본의 자동차산업 자본 생산성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있다. 동보고서는 이같은 실태파악을 토대로 산업별로 상이한 분석 기법을 이용하여 자본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이 무엇인지 밝혀 내려는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각론적 연구에서 공통적 특성이 추출된다. 그중의 하나가 경영자가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전력 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피크시의 수요와 정상수요간의 차이가 클수록 보통때 놀리는 발전 시설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 회사들은 전력 수요가 낮을 때의 요금에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수요를 분산시키고 유휴 시설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자본 시장 구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의입김이 거센 미국에서는 경영자들이 손익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자본 투자에 신중해진다. 경쟁의 강도도 높다. 진입 장벽도 낮다. 이러한 여건에서 살아 남으려니 자본 이용의 효율성을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반면에 유통 부문에서 규제가 심한 일본에서는 유통 업계의 체질이 약화되기 쉽다.미국의 자본 생산성의 우위는 확실히 강점이다. 여기에 저축률만 제고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America’s power plant」 June 8, 1996 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