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의 ‘주휴 3일제의 노림수’

[글로벌 현장]
인구 감소 막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통할까…유니클로 등 도입


(사진) 일본 도쿄의 유니클로 본사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상식 파괴의 시대가 개막될 찰나다. 지금까지 상식으로 알던 패러다임이 바닥부터 흔들린다. 변화 요구는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하다. 노동 형태가 대표적이다.

일하는 방식과 원칙이 바뀌면서 표준적인 노동 형태가 설 땅을 잃었다. 고도성장 때 만들어진 정규·비정규직의 고용·임금 차별은 물론 경직적인 노동시간과 공간 문제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일과 가정 양립, 가능할까

선두 주자는 고령사회의 표본인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고용 개혁을 연거푸 내놓았다. 당장은 출산 장려가 목적이다. 후속 세대의 출산 연기·포기가 위험수위를 넘겼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방점을 찍은 게 노동시간 단축 카드다. 야근을 줄이거나 없애 연애·결혼·출산 환경을 개선할 목적이다. 2013년 정부 주도로 본격화된 임금 인상 압박의 후속 조치다. 최종적으로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지향하는 가운데 재택근무·야근 금지 등이 화두에 올랐다.

여론은 무르익었다. 2016년 12월 광고업계 1위 덴츠에서 신입 사원의 과로 자살이 발생해 사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1개월 잔업만 105시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몰매를 맞았다. 2016년 9월 출범한 총리 직속의 노동방식개혁실현회의는 그간의 나쁜 노동 관습을 신속히 개혁할 방침이다.

야근 금지 및 벌칙 규정을 필두로 과로 환경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노동 형태의 제안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1개월 45시간의 초과근무 상한선에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과도한 노동을 시정하면 남성의 가사 분담과 여성의 경제 참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연간 10만 명 정도 발생하는 간병 퇴직도 줄일 수 있어 고무적이다. 현행의 고용 환경에선 현역 종사자의 가족 간병이 어렵기 때문이다.

압권은 ‘주휴 3일제’다. 아베 정권은 주4일 근무제에 주목한다. 현행 주5일 근무제를 주4일로 줄이겠다는 의미다. 물론 근로기준법의 주당 40시간은 깨지 않는다. 즉 1일 노동시간이 ‘8→10시간’으로 늘어나는 게 전제다.

이렇게 4일 일해 8시간(2시간×4일)을 벌면 주당 하루를 더 쉬는 격이다. 목적은 명확하다. 저녁 있는 삶을 통한 행복 증진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조화다. 출산·양육뿐만 아니라 간병 문제까지 불거지자 노동환경과 가정 상황이 부딪치는 걸 막자는 의도다.

일본IBM에 이어 야후재팬은 2016년 주휴 3일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제반 정비가 완료되면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앞서 유니클로는 2015년 가을 지역점포 근무 인원(정규직) 1만 명을 대상으로 주휴 3일제를 시작했다.

인재 파견 회사 CA세일스스탭도 2014년부터 실질적인 주휴 3일제를 운영한다. ‘프리 출근’ 제도다. 긴급 근무 대응만 가능하면 사무실에 굳이 있지 말고 시간을 자유롭게 쓰라는 취지다. 이후 이직률이 대폭 떨어졌고 업무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SCSK라는 정보기술(IT) 기업은 잔업을 하지 않아도 매월 고정적으로 잔업수당을 준다. 아예 급여에 얹어버림으로써 실질임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했다. 이후 30시간 정도는 당연시됐던 매월 잔업 시간이 20시간 안팎으로 줄었다.

특이한 것은 강력한 정책 동력이다. 기업 친화적인 아베 정부가 되레 직원의 저녁을 챙겨주자고 독려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만큼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위기감이 높다.
주휴 3일제는 출발에 불과하다. 유연 근로제는 확대될 게 확실하다. 2016년 8월 전담 장관(노동방식개혁담당)까지 신설했다.

오래 일한다고 성과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대놓고 강조한다.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기업엔 발등의 불이다. 겉으론 우수 인재 채용·유출에 유리하다며 따르지만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은 아니다. 몰아세우니 어쩔 수 없는 형국이다.

◆급격한 이행보다 중간 단계 둬야

물론 제도와 현실은 다르다. 말이 주휴 3일제지 무료 잔업 혹은 휴일 출근이 생길 수 있다. 생산성 향상도 그렇다. 3일을 쉬어도 일하는 날에 2시간 더 일하니 피로감은 별개 문제다. 영업일이 줄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을 되레 걱정한다.

기업엔 주휴 2일과 주휴 3일은 엄연히 다르다. 주휴 2일은 대부분이 주말이어서 함께 쉬지만 주휴 3일은 전혀 다르다. 기업 간 휴일 설정일이 달라지면 업무 협의가 정체될 수 있다. 노동자도 반신반의다. 갈수록 나아지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푹 쉬기 어렵다”거나 “업무가 신경 쓰인다”는 게 중론이다.

내수 확대도 장밋빛 전망일 수 있다. 총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에 비례해 임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남아도 쓸 돈이 없다면 내수 성장은 힘들다.

급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임금 하락 염려는 현실적이다. 창의적인 직종이면 휴일이 늘어도 업무 성적이 떨어진다고 보기 힘들어 임금 하락과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시간급의 블루칼라는 임금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 3일 쉰다지만 요일 조정도 어려운 문제다.

가령 유니클로는 속성상 휴일 근무가 원칙이다. 전형적인 B2C 업종이기 때문에 평일 연휴가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신중론도 힘을 얻는다. 지금도 완전한 주휴 2일제가 안 되는 기업이 50% 이상인 만큼 이틀을 쉬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다. 실제 선호 조사는 ‘주휴 2일+1일 8시간’과 ‘주휴 3일+1일 10시간’ 중 전자 응답이 높다. 현상 유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휴 3일제 확산은 시대 조류다. 주휴 3일제로의 급격한 이행보다 충격 흡수를 위한 중간 단계를 두는 게 권유된다.

유사 환경을 겪은 선진국에서 주휴 3일제가 시행 중이란 점도 설득적이다. 네덜란드는 주휴 3일제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공유한다. 대부분이 단시간 노동자다. 파트타임(단시간 노동)과 풀타임(상근)의 차별 대우를 철폐한 때문이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뿐이다. 1인당 임금 하락 몫은 정부가 보장해 준다. 그러니 기업도 안심하고 일자리를 나눈다. 이후 실업은 줄고 성장은 회복됐다.

아베 정권의 노림수도 결국 여기에 있다. 2015년 한국 노동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2113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평균(1770시간)보다 343시간 많다. 한국보다 384시간 적은 일본(1729시간)의 선택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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