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 모여’ 끝낸 글로벌 선사,  韓 자리가 없어졌다

[비즈니스 포커스]
4월부터 새 3대 얼라이언스 출범…현대상선, 2M에 겨우 ‘반쪽 가입’

(사진)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박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4월부터 세계 해운 선사들이 새로운 얼라이언스(공동 운항 협의체)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1, 2위 유럽 선사들이 모인 ‘2M’, 유럽·중국·대만·홍콩 선사가 모인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현대상선이 속했던 G6 얼라이언스의 전신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로 재편이 완료됐다.

이 와중에 국내 원양 선사들은 어느 얼라이언스에도 온전히 승선하지 못했다. 세계 선사들은 인수·합병(M&A)과 얼라이언스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친밀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선사들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화주 위해 탄생한 얼라이언스

얼라이언스는 아시아에서 미주 및 유럽으로 가는 원양항로를 기항하는 선박들이 노선을 동일화하고 선박을 공유하는 협의체를 말한다.

4월 1일 기준으로 원양항로를 기항하는 세계 선사들은 얼라이언스 재편을 끝마쳤다. 먼저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선사 MSC가 2M으로 뭉쳤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과 중국 선사인 COSCO, 대만의 에버그린, 홍콩의 OOCL은 ‘오션 얼라이언스’로 한배를 같이 타게 됐다.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대만의 양밍과 중동의 UASC, 일본의 선사들이 세운 컨테이너 부문 합작사 ‘3J(NYK· K라인·MOL)’는 ‘디 얼라이언스’로 협력하게 됐다.

이번 재편은 세계 선사 간 M&A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시행됐다. 현재 세계 선사들은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 중이다.

얼라이언스는 화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기항하는 항만이 많아지고 네트워크가 복잡해질수록 하나의 선사가 모든 노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사들은 같은 얼라이언스에 속한 타 선사와 협력함으로써 노선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산업연구실장은 “얼라이언스는 선사들이 보유 자산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침체된 시황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선사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해운 시황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실을 수 있는 단위)급 선박까지 투입되며 선복량이 늘어났지만 물동량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하락 일로를 걷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3월 31일 상하이~지중해 노선의 운임은 TEU당 837달러로, 보통 선사들이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본전을 거둔다’고 말하는 수치인 1000달러에 못 미치고 있다.

유럽을 기항하는 선사들은 매달 GRI(기본 운임 인상)를 시도하며 운임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동 운항과 선복 교환을 통해 남은 선복을 채우고 있다. 얼라이언스를 통한 협력은 원양항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업계, 현대상선 협력 수준 ‘실망’

하지만 국내 선사들은 얼라이언스에 속하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당초 2M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극적 형태의 협력만 취하게 됐다. 또 이제 막 원양항로 기항을 시작하는 SM상선에 얼라이언스 가입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현대상선은 3월 16일 2M과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얼라이언스 본계약에 서명했다. 현대상선과 2M은 미주 서안에서는 선복 교환 형태로, 미주 동안과 북유럽·지중해에서는 선복 매입 형태로 3년간 협력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현대상선의 선복량이 대폭 확대돼 향후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상선에) 할당된 선복량은 과거 G6에 속해 있을 때보다 약 22% 증가했으며 특히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보유한 미주 서안의 선복량은 G6 대비 5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한 얼라이언스 가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상선과 2M 선사들은 선복 교환과 선복 매입에는 동의했지만 얼라이언스 선사 간 이뤄지는 선복 공유는 함께하지 않는다. 협력 기간 역시 3년으로 2M 선사인 머스크와 MSC의 협력 기간인 10년에 비해 상당히 짧다.

당초 완전한 가입으로 알려졌던 현대상선의 2M 협력 수준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현대상선 측은 이에 대해 “이번 협상 결과는 선대 규모, 재무 상태, 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2M과의 협상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실리에 방점을 두고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2M과의 계약에 따라 선박 신조 발주 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계약은 현대상선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계약 기간을 통상 얼라이언스보다 짧은 3년으로 한다”고 밝혔다.

SM상선은 한진해운 도산 후 한진해운이 운영하던 미주 노선을 인수하며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2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됐다. 3월부터 근해 선사 기항을 시작한 SM상선은 4월 중순 원양항로인 북미 서안 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은 중국 닝보, 상하이에서 광양, 부산을 기항한 뒤 미국 롱비치로 향하며 6500TEU급 선박 5척이 투입된다.


(사진)SM상선 본사의 모습. (/SM상선)

◆한국 선사, 급할수록 돌아가야

물론 얼라이언스 합류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는 선사 간 협의에 의해 정해진 항로만 기항하기 때문에 화주의 요구 사항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선사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 얼라이언스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국내 선사들의 상황은 한국 해운의 경쟁력 약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SM상선은 이제 막 미주 노선 운항을 시작했기 때문에 무리해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면 타 선사들에 너무 많은 조건을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진회 실장은 “SM상선은 화주들을 향한 개별 영업에 치중하면서 영업망을 확장한 후 신뢰를 쌓는 과정이 우선시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과거 G6 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의 전신)에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달라진 한국 해운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한진해운 사태’ 당시 CKYHE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던 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법정 관리로 화물 수송에 차질을 빚자 얼라이언스 퇴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진해운으로 인해 얼라이언스 전체의 신뢰에 흠집이 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어찌 보면 한진해운 사태의 피해자다. 화주들은 물론 세계 선사들 사이에서 한국 선사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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