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 택배 서비스 ‘홈픽’ 이어 ‘큐부’ 출시…단순한 물품 보관부터 중고 거래까지 가능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1995년 정부는 주유소 사이의 거리 제한 규제를 없앴다. 이후 점차 도로 위에 주유소가 난립하기 시작했다. 과당경쟁이 벌어졌고 자연스럽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정유업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주유소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 왔다. 하지만 해결책은 좀처럼 쉽게 제시되지 않았다.
정유업계 최대 라이벌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서로 손잡게 된 배경이다. 두 기업은 머리를 맞댄 끝에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최근 그 결과물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해 편의성 증대
시작은 지난 9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한 ‘홈픽’이다. 주유소를 택배 거점으로 삼은 사업 모델이다. 두 기업은 택배 관련 스타트업 ‘줌마’의 아이템을 가져와 주유소에 접목했다. 출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여기에 고무돼 자연스럽게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후속 서비스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12월 10일 마침내 둘째 서비스를 함께 론칭했다. 바로 주유소 기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인 ‘큐부(QBoo)’다.
큐부는 ‘큐브(스마트 보관함)야 부탁해’의 준말이다. 고객이 주유소 내에 설치된 스마트 무인 보관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주유소 한쪽에 이를 설치했다. 택배부터 중고 물품 거래, 세탁, 물품 보관 등의 다양한 서비스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존 대면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이 이번 서비스를 출시한 배경이다. 거래 당사자가 물건을 주고받을 때 서로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큐부를 이용하는 고객은 무인 보관함 서비스를 이용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중고 물품 거래 시 상대방과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또한 세탁소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도 세탁물을 맡기고 개인 물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도 있게 됐다.
접근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보관함은 주로 지하철 역사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차량 접근이 용이한 주유소 공간에 설치된 큐부는 차량과 도보 이동 고객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양 사는 전망했다.
또한 큐부에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을 포함시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 생태계 조성이라는 의미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유소를 활용한 물품 보관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양 사가 관련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찾아가 직접 섭외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신규 서비스 론칭
큐부에는 3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픽처럼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단순히 주유소 부지만 제공할 뿐이다.
우선 스마트 보관함 제작은 ‘스마트큐브’라는 스타트업에서 맡아 제작한다. 앞선 기술력과 역량으로 무인 보관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전자 사물함 이용 방법, 위치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을 이용한 좌석 예약 시스템 등 다양한 관련 특허와 상표 등록을 보유하고 있다. 보관함별 사이즈를 달리 제작해 대형 혹은 옷걸이, 자전거 등의 보관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일부 보관함은 온·냉장 기능을 지원해 다양한 물품을 맡길 수도 있다.
최근 CJ대한통운·이베이 등의 대기업과 협업 관계를 구축, 점차 사업 범위를 늘려가는 가운데 이번에 양 사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게 됐다.
큐부의 세탁 서비스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세탁 서비스 스타트업 업체 ‘리화이트’에서 담당한다. 2015년 설립된 업체다. 고객이 세탁소를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설정하고 세탁물 처리를 신청하면 리화이트에 등록된 세탁 업체에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최근 편의점이나 카페를 통한 세탁물 찾기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그 영역을 주유소까지 넓히게 됐다.
큐부에서 리화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 가능한 주유소를 검색한 후 방문해 세탁물을 맡기면 된다. 리화이트 앱에서 세탁물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결제도 가능하다. 완성된 세탁물은 리화이트에서 수거해 세탁을 마친 뒤 다시 보관함에 넣어둔다.
앱으로 예약된 시간과 장소로 찾아가는 짐 보관 서비스 스타트업 ‘마타주’도 큐부와 연계한 서비스를 개시한다. 마타주는 당장 이용하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해 주는 업체로 2016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들의 짐을 에어컨·제습기·보안 시설이 설치된 창고에 보관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돕는다. 장기 보관에 적합한 자체 시스템을 갖춘 만큼 이용객 수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큐부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국내 대표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도 큐부를 중고 물품 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서울 소재 20개 주유소에서 큐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반응과 사업성 등을 고려해 거점 주유소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양 사는 향후에도 주유소 물류 허브화에 초점을 맞춰 여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보다 신뢰성을 높인 중고 물품 거래 관련 신규 서비스를 내년 1월께 오픈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1995년 정부는 주유소 사이의 거리 제한 규제를 없앴다. 이후 점차 도로 위에 주유소가 난립하기 시작했다. 과당경쟁이 벌어졌고 자연스럽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정유업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주유소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 왔다. 하지만 해결책은 좀처럼 쉽게 제시되지 않았다.
정유업계 최대 라이벌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서로 손잡게 된 배경이다. 두 기업은 머리를 맞댄 끝에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최근 그 결과물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해 편의성 증대
시작은 지난 9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한 ‘홈픽’이다. 주유소를 택배 거점으로 삼은 사업 모델이다. 두 기업은 택배 관련 스타트업 ‘줌마’의 아이템을 가져와 주유소에 접목했다. 출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여기에 고무돼 자연스럽게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후속 서비스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12월 10일 마침내 둘째 서비스를 함께 론칭했다. 바로 주유소 기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인 ‘큐부(QBoo)’다.
큐부는 ‘큐브(스마트 보관함)야 부탁해’의 준말이다. 고객이 주유소 내에 설치된 스마트 무인 보관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주유소 한쪽에 이를 설치했다. 택배부터 중고 물품 거래, 세탁, 물품 보관 등의 다양한 서비스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존 대면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이 이번 서비스를 출시한 배경이다. 거래 당사자가 물건을 주고받을 때 서로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큐부를 이용하는 고객은 무인 보관함 서비스를 이용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중고 물품 거래 시 상대방과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또한 세탁소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도 세탁물을 맡기고 개인 물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도 있게 됐다.
접근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보관함은 주로 지하철 역사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차량 접근이 용이한 주유소 공간에 설치된 큐부는 차량과 도보 이동 고객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양 사는 전망했다.
또한 큐부에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을 포함시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 생태계 조성이라는 의미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유소를 활용한 물품 보관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양 사가 관련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찾아가 직접 섭외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신규 서비스 론칭
큐부에는 3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픽처럼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단순히 주유소 부지만 제공할 뿐이다.
우선 스마트 보관함 제작은 ‘스마트큐브’라는 스타트업에서 맡아 제작한다. 앞선 기술력과 역량으로 무인 보관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전자 사물함 이용 방법, 위치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을 이용한 좌석 예약 시스템 등 다양한 관련 특허와 상표 등록을 보유하고 있다. 보관함별 사이즈를 달리 제작해 대형 혹은 옷걸이, 자전거 등의 보관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일부 보관함은 온·냉장 기능을 지원해 다양한 물품을 맡길 수도 있다.
최근 CJ대한통운·이베이 등의 대기업과 협업 관계를 구축, 점차 사업 범위를 늘려가는 가운데 이번에 양 사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게 됐다.
큐부의 세탁 서비스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세탁 서비스 스타트업 업체 ‘리화이트’에서 담당한다. 2015년 설립된 업체다. 고객이 세탁소를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설정하고 세탁물 처리를 신청하면 리화이트에 등록된 세탁 업체에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최근 편의점이나 카페를 통한 세탁물 찾기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그 영역을 주유소까지 넓히게 됐다.
큐부에서 리화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 가능한 주유소를 검색한 후 방문해 세탁물을 맡기면 된다. 리화이트 앱에서 세탁물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결제도 가능하다. 완성된 세탁물은 리화이트에서 수거해 세탁을 마친 뒤 다시 보관함에 넣어둔다.
앱으로 예약된 시간과 장소로 찾아가는 짐 보관 서비스 스타트업 ‘마타주’도 큐부와 연계한 서비스를 개시한다. 마타주는 당장 이용하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해 주는 업체로 2016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들의 짐을 에어컨·제습기·보안 시설이 설치된 창고에 보관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돕는다. 장기 보관에 적합한 자체 시스템을 갖춘 만큼 이용객 수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큐부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국내 대표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도 큐부를 중고 물품 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서울 소재 20개 주유소에서 큐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반응과 사업성 등을 고려해 거점 주유소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양 사는 향후에도 주유소 물류 허브화에 초점을 맞춰 여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보다 신뢰성을 높인 중고 물품 거래 관련 신규 서비스를 내년 1월께 오픈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