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은 동색’ … 한솥밥 참모진도 ‘쟁쟁’

한상학·한근희씨 등 업계 실력파 대거 포진 … 5개 관계사 사장들도 끈끈한 열정 발휘

1903년 자동차 회사인 포드를 설립한 헨리 포드는 “사업의 성패여부는 경영자 주변에 어떤 협력자가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스스로 머리가 나빠 주위의 도움을 끊임없이 요청했다는 포드는 참모들의 도움으로 결국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일궈냈다.안철수 사장도 스스로 “머리는 보통”이라며 겸손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는 ‘보통 머리’를 보완하는 ‘뛰어난’ 참모들을 두고 있을까. 5년 뒤 매출액 7천억원을 꿈꾸는 그의 야망에 동참한 참모들을 만나보자.올해 들어 그가 영입한 임원은 부사장급 2명과 CTO 2명. 이중 안사장과 가장 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는 한상학(45) 부사장이다.안사장이 차분한 모범생이라면 한부사장은 화끈하고 거침이 없는 ‘날쌘돌이’다.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에서 14년 동안 일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유연한 사고와 적극적인 일 추진 방식으로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 IT업계의 마당발이라는 별명은 이런 연유로 생긴 것이다.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뒤 지난 86년 한국통신에 입사했고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서비스 연구실장, 인터넷 연구실장, 그리고 콘텐츠실장을 맡았다. 콘텐츠 연구실장 시절엔 한통의 포털사이트인 한미르(Hanmir)의 가입자를 30만명에서 1백만명으로 대폭 늘려놓았다. 초고속 통신망 사업인 메가패스 사업 등 한통에서 진행하는 주요 프로젝트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는 안철수연구소의 부사장(국내외 영업총괄)이란 직함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벤처협의회 기술자문 이사와 시민운동정보센터 기획위원장이란 직함도 맡고 있다.한상학 부사장, IT업계 마당발한부사장의 또다른 특기는 네트워크를 통한 수요창출 능력이다. 노련한 사업가를 연상시키는 한부사장은 어느 분야에 어떤 사람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꿰고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맡으면 적재적소에 사람을 끌어모아 배치시키는 등 일 추진력이 뛰어나다. 한창 잘 나가던 한통에 사표를 낸 이유는 그의 월급봉투 때문. 50여명의 팀원을 거느린 그가 매월 받는 부서비는 20만원. 할 수 없이 그는 월급에서 떼어내 팀원들을 챙겼다. 생활비가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는 생활이 반복되자 스스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아내에게 볼 면목이 없어서다.또 다른 부사장은 지난 3월 안철수연구소가 인수한 한시큐어 한근희(41) 대표다. 합병되면서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으로 들어온 한부사장은 조용하고 치밀하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매출 5억원에 불과한 한시큐어를 안사장이 1백5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만 봐도 한부사장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전환사채를 통한 우회 합병이지만 안사장은 한시큐어의 지분을 75배로 환산, 미래가치를 평가했다. 한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재직시절 국가 5대 기간전산망중 교육연구망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첨단 암호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보안관제와 컨설팅 전문업체인 한시큐어를 설립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올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한부사장이 안사장과 손을 잡은 이유는 둘 다 ‘통합보안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때문. 비전이 맞았다는 얘기다. 또 개인적인 이유로 한부사장은 “안사장이 뚝심 있는 고집쟁이로 보여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원유재(40) 박사와 이희조(32) 박사는 보안연구소의 CTO로 영입됐다. 연구소의 계열사인 IA시큐리티의 이사이자 연구소 이사로 영입된 원박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무선 인터넷 정보보호 연구팀장을 역임하는 등 15년 동안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IA시큐리티는 지난해 6월 안철수연구소와 SK주식회사 등 4개 회사가 합작 설립한 무선인터넷 보안회사. 앞으로 무선인터넷 보안 시장이 팽창할 것으로 예상, 연구소는 기존의 안티바이러스연구소 외에 보안연구소를 설립했다. 원박사는 보안연구소 1실장을 맡고 있다.이희조 박사는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 전자기술종합연구소의 연구원 등을 지낸 재원이다. 최근엔 미국 퍼듀대 보안연구센터에서 네트워크 보안연구를 진행했다. 이박사는 포항공대 학생시절 PLUS라는 보안연구회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이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아직 연구소내 특정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스템과 네트워크 보안 분야를 커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김현숙·조시행 이사 ‘일등공신’연구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데는 직원들의 말 못할 고생이 많았다. 특히 95년 연구소 설립을 전후해 창립멤버로 들어온 김현숙(36) 이사와 조시행(40) 이사는 연구소 발전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김현숙 이사는 정보시대(현 소프트뱅크미디어) 기자 시절부터 필자로서 안사장을 잘 알고 지냈다. 안사장이 95년 창업할 때는 김이사에게 회사설립의 방법에 대해 물어볼 정도로 의지하던 사이. 지금이야 번듯한 사무실에 직원도 1백70명을 넘는 중견업체로 성장했지만 당시엔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김이사는 안사장과의 의리 때문에 창업에 동참했지만 당시로선 솔직히 “결국 안사장은 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창업한 뒤 안사장이 2년간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김이사는 회사 살림을 도맡아 챙기기도 했다.김이사와 함께 창업멤버로 남아 있는 조시행 이사는 한글과컴퓨터사에서 개발실장을 수행하다가 창업대열에 끼게 됐다. 묵묵하게 연구소를 지키고 있는 조이사는 현재 안티바이러스 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안사장이 백신 개발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모든 백신개발은 조이사가 맡는다.지난해 검사출신으로 연구소에 영입된 윤연수(39) 이사는 현재 경영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95년 서울지검 정보범죄수사센터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윤이사는 워싱턴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귀국 후 99년부터 법무법인 세종에서 일하면서 안철수연구소의 사외이사로 법률고문을 맡았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해 9월 경영전략 이사로 영입됐다. 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윤이사는 매월 한 차례 싱크빅(Think Big)이라는 관계사 모임을 주최한다. 이 모임엔 관계사 사장들이 참석, 회사의 핵심역량을 확인하고 관계사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안철수가에는 5개 관계사 사장들도 활약하고 있다. 한겨레 경제부 기자 출신인 박태웅 자무스 사장은 무선응용보안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인티즌 사장을 역임했던 박사장은 안사장에게 다양한 경제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관계사인 조석일 코코넛 사장과 이영규 아델리눅스 사장, 강석훈 테크에이스 사장, 그리고 김용서 KISEC 사장 역시 안사장과 함께 세계적인 보안업체가 되려는 꿈을 공유하는 네트워킹 그룹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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