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밸류 독보적 … 팀워크 중시하는 리더십·원칙경영 ‘선망의 대상’
안철수 사장의 이력서엔 웬만한 CEO의 이력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경력이 있다. A4용지 두 장을 거뜬히 채우는 수상경력이 그렇다. 보기에 질릴 정도로 많은 그의 상복은 그에게 거는 주위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표 벤처기업인, 21세기를 이끌 사람, 한국의 뉴리더 등 그가 받은 찬사도 그가 차지하는 국내 위상을 잘 나타낸다.이같은 기대를 통해 그의 경쟁력을 정리하면 안철수라는 상표가치, 보안업계에서 독보적으로 쌓아놓은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뭐든지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등 세 가지다.그의 첫 번째 경쟁력은 이름 값이다. 안철수연구소로 치면 상표가치고 무형자산가치다. 연구소의 상표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를 평가할만한 전문업체가 없을 뿐더러 연구소의 자산실사를 벌이는 미래에셋증권도 상표가치를 금액으로 따져보려다 손을 놨다.이렇듯 상표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해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표가치가 중요한 것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우수한 인력을 불러모으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 같은 연봉이면 유명한 곳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연구소에 좋은 인력이 모이고 또 설립이래 직원 이탈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은 이름값에 걸맞은 조직분위기와 CEO의 솔선수범이 있어 가능했다.안사장이 쌓아놓은 상표가치는 영업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제품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이름으로 장사의 절반을 이뤄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술력에서 뒤지지 않는 하우리같은 경쟁업체가 쉽게 시장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막강한 상표가치를 보유한 연구소가 버티고 있어서다. 외국계 경쟁업체가 가격덤핑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도 네임밸류에서 연구소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또 상표가치는 연구소의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구소가 향후 보안업체들을 수평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나 M&A를 할 경우 이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2백여개의 업체들이 짝짓기를 할 경우 투명경영, 비전,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업체로 몰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익적 이미지를 갖춘 연구소는 사업을 확장할 때 이름 덕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국내외 보안업계 인맥도 탄탄그가 갖춘 또 다른 경쟁력은 세계 보안업체들간 맺어놓은 네트워크다. 이미 지난 88년부터 백신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백신업체들과 교류한 안사장은 각종 보안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안면을 텄다. 또 97년 맥아피(현 NAI)사가 안사장에게 인수제의를 하면서 그쪽 경영진과 교류하는 기회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 세계적 백신업체인 트렌드와 시만텍의 실무진도 만날 수 있었다. 이같은 네트워크는 향후 보안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소비자들의 니즈는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그가 가입한 수많은 단체나 모임에서도 그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는다. 소프트웨어벤처협의회, 아시아안티바이러스연구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경영정보학회, 그리고 여성IT벤처포럼까지 그는 다양한 곳에 적을 두고 있다. 그가 특별히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적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기 좋아하고 이 정보를 근간으로 판단하는 것을 즐긴다.그의 세 번째 경쟁력은 그의 사업철학을 근간으로 하는 리더십이다. 그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관되게 지켜온 그의 사업철학은 크게 다섯 가지. 첫째는 원칙 경영이다. 최근 연구소가 인수한 한시큐어의 한근희 사장은 같이 일하면서 안사장의 고집스러운 원칙경영을 확인했다.“보통 IT업계에선 30대가 이사를 맡는 경우가 흔한데 연구소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또 좋은 인력을 스카우트 할 때는 직급을 높여주는 것이 상식인데 안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철저히 근무한 경력을 따져 직급을 줍니다.”말하자면 사장의 판단보다 회사의 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능력에 따라 대우해주는 벤처업계의 풍토로 보면 이는 이단에 가깝다. 그러나 이같은 시스템을 고집하는 안사장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그는 “30대에 이사를 맡게 되면 40∼50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평생 가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인지 설립 이후 사표를 낸 직원이 거의 없다.둘째, 그는 “능력이 있어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괜히 아는 체하면 배울 기회를 놓친다는 것. 직원뿐 아니라 사장도 늘 공부하고 배울 때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그는 믿는다. 그는 학생시절 바이러스와 컴퓨터를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 IT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한 바 있다. 글을 쓰려면 공부할 수밖에 없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게으름을 채찍질했다.셋째, 그는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한 사람의 스타보다 평범한 여러 사람이 모여 작업하면 능력과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음을 그는 경험했다. 미국유학 시절 안사장은 “미국사람들이 개인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실제 팀워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토론을 통해 훌륭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회고했다.넷째, 경영자라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력이나 예산 등 관리적인 측면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짜고 마케팅은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공격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믿는다. 몇 가지 제품만 갖고 있으면 외부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쉽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힘들다.마지막으로 돈은 결과물이라는 신념이다. 그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상금도 직원들과 나눠 갖는다. 97년 멕아피사가 안연구소를 1천만달러에 사겠다고 하자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안사장은 “상업적 이익만을 따져 외국업체에 회사를 팔면 가족 직원 국내 고객 모두가 피해를 본다. 직원들은 쫓겨나고 고객은 백신을 사는데 비싼 돈을 들여야 한다. 나에게는 돈보다 인간관계나 성취욕구 등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안철수를 말한다김영준 LG벤처투자 사장(안철수연구소 비상임이사)“도전정신·도덕경영 귀감될 만”요즘 안철수 사장을 만나면 싸우는 것이 있다. 나는 “운전사를 두라”고 하고 안사장은 “직접 운전하겠다”고 우긴다. 나는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해온 선배로서 “고집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사업하라”고 틈만 나면 조언한다. 사업하다 보면 수많은 의사결정 속에서 머리가 복잡해져 순간 교통사고라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병원에 가면 안철수연구소가 병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벤처기업 한다고 좋은 차에 운전사까지 둔다면 직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고집을 부린다. 예전엔 비서 두는 문제를 두고 6개월간 승강이를 벌인 적도 있다. 결국 내 말을 듣기는 했지만.세계 경제는 IT 기업의 CEO들이 말하는 실적과 비전에 따라 요동을 치고 있다. 이제 CEO의 역량은 기업의 생존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나는 벤처 캐피털 업계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벤처 기업인들을 만난다. 해마다 1천개가 넘는 벤처기업을 심사하고 투자 의사 결정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장의 역량이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기업을 이끌어 가야 할 CEO는 리더십 비전 도덕성 조직융화력 전문성 추진력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 등을 갖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수많은 벤처기업인 중 안철수 사장을 추천한다.안사장은 벤처 기업인들이 가져야 할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안정적인 의사직을 과감히 버리고 생소하기만 했던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에 뛰어들었고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금은 또 다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설립 초기의 어려움을 비전과 전문성 그리고 추진력으로 극복한 것도 점수를 받는 부분이다. 그러나 안철수 사장은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국내 젊은이들은 안사장의 성공신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