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 “산업 AI는 거대한 블루오션…세계 1위 다질 것”
입력 2021-06-03 06:53:02
수정 2021-06-07 14:59:44
[스페셜 리포트]
제조업에도 인공지능(AI)은 필연적 미래다. ‘수율·시간·비용’을 놓고 다투는 제조업에 AI를 적용하면 수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제조 기간과 비용을 현격히 낮출 수 있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생산성이 개선돼 천문학적 이익이 발생한다. 그래서 산업용 AI는 거대한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이 시장에 도전한 곳이 바로 SK의 산업 AI 전담 자회사인 가우스랩스다. 가우스랩스는 AI 전문 기업을 표방한 SK의 첫 독립 법인으로, 회사의 목표는 글로벌 산업용 AI 시장에서의 1등 기업이다. 한국이 가장 잘하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를 자산으로 가진 SK하이닉스와 함께 동반 성장하며 산업용 AI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가우스랩스 서울사무소에서 5월 27일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를 만났다.
-가우스랩스는 어떻게 출범했나.
2019년 열린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SK를 AI에 특화된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주문했다. 그 이듬해 태스크포스팀(TFT)이 발족됐다. 당시 TFT의 명제는 간단했다. 우리가 AI 회사를 만들었을 때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즉 AI로 세계를 선도하고 이를 통해 SK그룹의 가치도 올리는 게 무엇일지를 찾는 일이었다. TFT가 찾은 해답은 한국이 가진 자산과 SK가 가진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한국은 제조업이 세계적으로 발달한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7%로 중국과 공동 1위다. 공장 내 작업자당 로봇 개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도 1, 2위를 다툰다. 제조업이 자동화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환경에 우리가 AI를 결합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제조 공정을 가진 반도체 분야와 만난다면 글로벌 1등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지난해 8월 산업 AI 전문 기업으로 가우스랩스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설립하며 공식 출범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무소를 갖추고 활동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독립 법인으로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AI 전담 부서를 내부 조직으로 뒀다면 우리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AI 전문 기업을 표방한 독립 법인으로 시작했다. 그룹 계열사가 가진 문제를 풀기보다 글로벌 1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제대로 된 테크 회사를 만들자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가우스랩스는 SK의 AI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SK가 하는 많은 AI 실험들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다.
-산업 AI 시장은 블루오션인가.
서비스 AI는 키 플레이어들이 보이고 있지만 산업 AI는 아직까지 주요 플레이어가 없다. 미국의 시스리닷에이아이(C3.ai)와 FALKORNY 정도가 주목할 만한 회사들이다. 짧게 보면 2~3년, 길게 보면 5~6년 정도는 아직 엄청난 기회가 있는 블루오션이다. 산업 AI는 일반 AI 솔루션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컨대 반도체 선공정만 놓고 봐도 AI를 통해 생산성을 10% 올리면 조 단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도체업 전체 시장에서는 AI를 통해 제조에서 얻어지는 효과는 연간 40조~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에는 반도체만 있는 게 아니다. 향후 천문학적 단위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우스랩스처럼 산업 AI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제조 업체와 AI 기술 업체 간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하지만 서로 전혀 다른 업종이 만나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러한 오픈 마켓에서 가우스랩스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해 도메인 지식(연구, 개발, 제조, 생산 기술 지식)과 AI를 빠르게 결합함으로써 솔루션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면 충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
가우스랩스의 첫 도전 과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난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D램이나 낸드를 제조할 때 600~700개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3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제조 과정에 많은 난제가 있는데 공정의 변화를 줄여 수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지상 과제다. 수율을 높이려면 모니터링이 필수지만 모니터링을 많이 할수록 시간과 비용에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 그런데 AI가 투입되면 실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마치 모니터링한 것처럼 가상 계측이 가능하다. 결과 계측뿐일까. 공정 제어, 장비의 유지·보수, 수율 및 품질 관리, 공정 스케줄링, 결함 검사 등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지능화와 최적화를 추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이를 우선 해결해 나가면 다른 제조 분야에도 큰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반도체가 ‘정밀 제조의 꽃’이자 다양한 공정이 진행되는 산업인 만큼 반도체에서 쓰이는 AI 솔루션이라면 다른 제조 영역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반도체부터 시작하는 것이 산업 AI 분야에서 충분히 장점이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가 자본금을 투자했다. 양 사의 전략은 뭔가.
SK하이닉스와는 윈-윈 전략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가 거듭되며 난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자가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AI와 결합해야 하는 큰 니즈가 있었다. 공정 전반에 AI가 적용됐을 때 기대되는 효과와 효율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로서는 글로벌 인재가 모인 AI 전문 회사의 솔루션을 경쟁사보다 선제적으로 도입해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가우스랩스로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2등 기업인 SK하이닉스를 발판 삼아 외부로 뻗어나갈 상당히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SK하이닉스와의 솔루션이 좋은 레퍼런스가 돼 추후 기술적으로 유사한 다른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왜 가우스랩스를 선택했나.
TFT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새로 출범할 AI 회사를 내가 할 것이라곤 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우스랩스를 설계하면서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가는 가슴 벅찬 일이자 성공의 가능성이 충분한 길이라는 판단이 생겼다. 내게도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여겼다.
-인재 싸움이 치열하다. 향후 인재를 채용할 예정인가.
한국과 미국에서 올해 말까지 50명 수준으로 채용하는 게 목표다. 미국 본사에서는 6월부터 본격적인 채용이 시작된다. 윤성희 연구·개발본부장(Head of R&D)이 미국으로 건너가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미국 법인은 선행 연구를 드라이브하며 한국 사무소는 실제 현장에서 주요 고객과 프로젝트들을 담당한다.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산학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고 전문가들이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도록 파트 타임 형식도 가져왔다. 현재도 이 분야 최고 전문가 6인이 파트 타임으로 직접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가우스랩스는 훌륭한 인재들에게 역량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보상과 대우를 해줄 것이다. 반도체 제조 현장은 어렵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들이 펼쳐져 있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조 단위의 엄청난 경제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가우스랩스와 함께하면 AI 전문가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AI 인재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제조업에도 인공지능(AI)은 필연적 미래다. ‘수율·시간·비용’을 놓고 다투는 제조업에 AI를 적용하면 수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제조 기간과 비용을 현격히 낮출 수 있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생산성이 개선돼 천문학적 이익이 발생한다. 그래서 산업용 AI는 거대한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이 시장에 도전한 곳이 바로 SK의 산업 AI 전담 자회사인 가우스랩스다. 가우스랩스는 AI 전문 기업을 표방한 SK의 첫 독립 법인으로, 회사의 목표는 글로벌 산업용 AI 시장에서의 1등 기업이다. 한국이 가장 잘하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를 자산으로 가진 SK하이닉스와 함께 동반 성장하며 산업용 AI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가우스랩스 서울사무소에서 5월 27일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를 만났다.
-가우스랩스는 어떻게 출범했나.
2019년 열린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SK를 AI에 특화된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주문했다. 그 이듬해 태스크포스팀(TFT)이 발족됐다. 당시 TFT의 명제는 간단했다. 우리가 AI 회사를 만들었을 때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즉 AI로 세계를 선도하고 이를 통해 SK그룹의 가치도 올리는 게 무엇일지를 찾는 일이었다. TFT가 찾은 해답은 한국이 가진 자산과 SK가 가진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한국은 제조업이 세계적으로 발달한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7%로 중국과 공동 1위다. 공장 내 작업자당 로봇 개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도 1, 2위를 다툰다. 제조업이 자동화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환경에 우리가 AI를 결합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제조 공정을 가진 반도체 분야와 만난다면 글로벌 1등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지난해 8월 산업 AI 전문 기업으로 가우스랩스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설립하며 공식 출범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무소를 갖추고 활동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독립 법인으로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AI 전담 부서를 내부 조직으로 뒀다면 우리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AI 전문 기업을 표방한 독립 법인으로 시작했다. 그룹 계열사가 가진 문제를 풀기보다 글로벌 1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제대로 된 테크 회사를 만들자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가우스랩스는 SK의 AI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SK가 하는 많은 AI 실험들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다.
-산업 AI 시장은 블루오션인가.
서비스 AI는 키 플레이어들이 보이고 있지만 산업 AI는 아직까지 주요 플레이어가 없다. 미국의 시스리닷에이아이(C3.ai)와 FALKORNY 정도가 주목할 만한 회사들이다. 짧게 보면 2~3년, 길게 보면 5~6년 정도는 아직 엄청난 기회가 있는 블루오션이다. 산업 AI는 일반 AI 솔루션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컨대 반도체 선공정만 놓고 봐도 AI를 통해 생산성을 10% 올리면 조 단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도체업 전체 시장에서는 AI를 통해 제조에서 얻어지는 효과는 연간 40조~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에는 반도체만 있는 게 아니다. 향후 천문학적 단위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우스랩스처럼 산업 AI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제조 업체와 AI 기술 업체 간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하지만 서로 전혀 다른 업종이 만나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러한 오픈 마켓에서 가우스랩스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해 도메인 지식(연구, 개발, 제조, 생산 기술 지식)과 AI를 빠르게 결합함으로써 솔루션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면 충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
가우스랩스의 첫 도전 과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난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D램이나 낸드를 제조할 때 600~700개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3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제조 과정에 많은 난제가 있는데 공정의 변화를 줄여 수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지상 과제다. 수율을 높이려면 모니터링이 필수지만 모니터링을 많이 할수록 시간과 비용에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 그런데 AI가 투입되면 실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마치 모니터링한 것처럼 가상 계측이 가능하다. 결과 계측뿐일까. 공정 제어, 장비의 유지·보수, 수율 및 품질 관리, 공정 스케줄링, 결함 검사 등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지능화와 최적화를 추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이를 우선 해결해 나가면 다른 제조 분야에도 큰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반도체가 ‘정밀 제조의 꽃’이자 다양한 공정이 진행되는 산업인 만큼 반도체에서 쓰이는 AI 솔루션이라면 다른 제조 영역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반도체부터 시작하는 것이 산업 AI 분야에서 충분히 장점이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가 자본금을 투자했다. 양 사의 전략은 뭔가.
SK하이닉스와는 윈-윈 전략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가 거듭되며 난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자가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AI와 결합해야 하는 큰 니즈가 있었다. 공정 전반에 AI가 적용됐을 때 기대되는 효과와 효율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로서는 글로벌 인재가 모인 AI 전문 회사의 솔루션을 경쟁사보다 선제적으로 도입해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가우스랩스로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2등 기업인 SK하이닉스를 발판 삼아 외부로 뻗어나갈 상당히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SK하이닉스와의 솔루션이 좋은 레퍼런스가 돼 추후 기술적으로 유사한 다른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왜 가우스랩스를 선택했나.
TFT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새로 출범할 AI 회사를 내가 할 것이라곤 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우스랩스를 설계하면서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가는 가슴 벅찬 일이자 성공의 가능성이 충분한 길이라는 판단이 생겼다. 내게도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여겼다.
-인재 싸움이 치열하다. 향후 인재를 채용할 예정인가.
한국과 미국에서 올해 말까지 50명 수준으로 채용하는 게 목표다. 미국 본사에서는 6월부터 본격적인 채용이 시작된다. 윤성희 연구·개발본부장(Head of R&D)이 미국으로 건너가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미국 법인은 선행 연구를 드라이브하며 한국 사무소는 실제 현장에서 주요 고객과 프로젝트들을 담당한다.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산학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고 전문가들이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도록 파트 타임 형식도 가져왔다. 현재도 이 분야 최고 전문가 6인이 파트 타임으로 직접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가우스랩스는 훌륭한 인재들에게 역량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보상과 대우를 해줄 것이다. 반도체 제조 현장은 어렵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들이 펼쳐져 있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조 단위의 엄청난 경제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가우스랩스와 함께하면 AI 전문가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AI 인재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