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승부수는 AR 디스플레이?…자동차 디스플레이가 뜨는 이유 5
입력 2021-09-07 06:02:01
수정 2021-09-07 06:02:01
미래 차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움직이는 광고판이자 제조 비용 절감의 핵심 축
[테크 트렌드]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9인치 이상 자동차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3510만 대였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은 2016년 60억 달러(약 6조6228억원) 규모였으나 2019년 기준 82억 달러(약 9조511억원)로 커졌고 2023년엔 105억 달러(약 11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사용자가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끊임없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말하며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영역이다. 자동차 사용자의 주행 정보 관리, 차 관리, 영화 감상, 게임, 뉴스 청취, 도로 상황과 날씨 정보 파악, 업무 자료 리뷰, 영상 회의 등 모든 것이 자동차 디스플레이로부터 시작하고 끝난다. 자동차 사용자는 차 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통해 입력하고 확인하고 즐길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이동하는 동안 자동차 사용자에게 탁월한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사용자에게 다른 곳에서 누리지 못한, 느껴보지 못한 새롭고 유쾌한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미래 차의 성공 포인트다. 이런 면에서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미래 차 시대 핵심 경쟁력이요, 뜨는 사업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의 현황과 미래 잠재력에 대해 살펴보자. 1. 사용자 만족을 좌우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 시장의 무주공산이다. 클러스터, 차량용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CID : Center Information Display), 콕핏, 곡선 디스플레이, 밴더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비접촉식 디스플레이가 자동차에 적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인테리어의 심미성·차별성·재미를 공략할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사용자의 차 안 경험을 새롭게 해 줄 포인트다. 특정 브랜드만의 럭셔리한 디자인, 고유한 디자인, 재미있는 디자인의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사용자의 특별한 차 내 경험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킨다.
자동차 사용자의 다양한 차 내 경험 중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해 주는 디스플레이의 두 가지 신기능이 있다. 먼저 미러리스 차다.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와 사이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미러리스 자동차는 프리미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를 시작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아우디는 전기차 이트론(E-Tron)에 카메라로 된 사이드 미러,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를 장착했다. 렉서스는 ES 모델에 디지털 아우터 미러라는 옵션을 넣었다. 사이드 디스플레이는 찻길 가장 자리, 자동차 뒤쪽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어두운 지하·터널·지하도에서도 운전자의 눈이 돼 준다.
둘째로 자동차용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나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디스플레이도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 초소형 LED 소자를 화면에 부착한 이 디스플레이는 픽셀 간격을 최소화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고화질·대용량·대화면 영상을 촘촘하고 선명하고 끊김 없이 보여준다. 지도, 동영상 재생, 실시간 영상 회의 진행 등으로 고품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니즈가 많아졌다. 경험치도 많고 눈도 높은 자동차 사용자들의 차 안 경험을 새롭게 만족시킬 무기다. 2. 움직이는 광고판, 광고 시장의 블루오션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광고주와 광고 콘텐츠 제작사에도 블루오션이다. 차 안, 차 밖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벤처캐피털인 GV가 투자한 차량 광고 스타트업파이어플라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주요 도시에서 자동차 지붕에 스크린을 설치하는 디지털 옥외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옥외 광고는 설치된 장소에서만 광고가 노출되는 반면 자동차 지붕 스크린은 자동차가 도심 곳곳을 누비며 유동 인구들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 외에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는 올해 2월 미국 애틀랜타·댈러스·피닉스에서 1000대의 차량에 디지털 옥외 광고판을 설치했고 리프트 역시 지난해 2월 광고 디스플레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자동차 지붕이 다가 아니다. 미래 차는 아예 차체 내관과 외관이 모두 전면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 포드는 올해 5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위한 광고 인터페이스’라는 특허를 출원했다. 자동차 앞좌석 CID와 앞좌석의 헤드레스트 뒷부분에 있는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RSE : Rear Seat Entertainment) 디스플레이에 광고를 싣는 것이 주 내용이다. 식음료 매장의 광고는 광고를 터치하면 주문도 할 수 있다. 또한 광고 업체를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로 설정할지 여부까지 묻기도 한다.
3. 소모품 줄여 제조 비용 감소 효과
아우디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마크 리히트는 2019년 12월 미래 자동차 실내의 물리적인 버튼을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아날로그식의 계기판이나 버튼을 누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신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겠다는 말이다. 아우디뿐만 아니라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안의 버튼들이 모두 물리 버튼에서 디스플레이 터치 버튼으로 변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말이다.
왜일까. 소비자에게 심미성·편의성·재미가 늘어난다는 것 외에도 소모적인 제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설계·개발·생산·조립, 유지·보수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은 OTA(Over The Air : 무선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술)를 사용한 업데이트도 가능하고 유지·보수에 힘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 소프트웨어인 터치 방식을 기획-개발-검증-탑재하는 사이클이 하드웨어인 물리적 버튼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혹시 문제가 생겨 재수정하는 작업을 할 때도 소프트웨어 쪽이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리소스를 아낄 수 있으므로 제조사로서는 이 편을 선호하는 것이다. 4. 빅데이터 생산 기지자율주행차는 사실상 빅데이터가 운전하는 차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빅데이터는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곡차곡 쌓인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는 터치, 음성 인식, 제스처 인식, 안면 인식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자동차가 서로 묻고 답하며 소통할 수 있다.
공유차도 마찬가지다. 공유차는사용자가 언제 어디에서 공유차를 이용하고 싶은지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유차의 최적 루트와 운행 방식이 결정된다. 공유차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 선택하면 날짜·시간·지역·나이별로 이들이 선택한 주행·안전·인포테인먼트 콘텐츠도 빅데이터로 쌓인다. 이 데이터들은 다음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성 있는 소스가 된다.
자동차는 교통 시스템, 다른 외부 자동차, 행인, 길거리 사물과도 주행, 안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고 그 매개체 역할을 자동차 디스플레이가 한다. 모든 빅데이터는 자동차 디스플레이가 접수 창구가 된다. 업계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사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루트와 주행 패턴을 알고 있다. 또한 사용자가 주행 중 어떤 문제에 많이 맞닥뜨리는지 알고 있고 사용자가 주행 중 어떤 콘텐츠를 많이 보는지 알고 있다. 디스플레이에 많이 띄워졌던 화상 회의나 영화나 게임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이렇게 실시간 주행별로 살아있는 빅데이터를 보유한다. 남다른 경쟁력이다.
5.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화면’ 먹거리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종류도 많고 크기도 다양하다. 자동차에 전장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를 위해 크기도 크고 품질도 좋은 디스플레이 니즈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면 유리, 후면 유리, 뒷좌석 좌우 유리, 사이드 미러, 클러스터, CID, RSE가 다 새로운 먹거리다. 이제부터는 유리가 아닌 디스플레이들이다.
이 새로운 먹거리는 스마트폰과 스마트 TV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도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스마트 TV 디스플레이에 비해 안전과 정확성에 대한 요구 사항이 더 많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모든 부품이 그러하듯이 자동차 부품들은 인간의 목숨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영하 수십 도의 온도도 견뎌야 한다. 화재 발생 시 불의 확산을 지연시키는 특성도 필요하다. 사고 발생 시 깨지지 않는 내구성도 있어야 한다. 디스플레이 터치가 잘못 눌리거나 안 눌릴 오류도 없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TV에서 해본 디스플레이 구현 양산 경험도 활용할 수 있고 동시에 새로운 개발 포인트와 높은 완성도 요구라는 진입 장벽도 있는 시장이어서 이 먹거리는 개발자들에게 ‘힙한’ 영역이다.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콘텐츠업계도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에는 어떤 콘텐츠를 심어야 좋을까.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있는 듯한 실감나는 현실과 맞춘 4D 게임 엔터테인먼트 동영상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움직이는 자동차 밖 환경에 콘텐츠가 덧입혀지는 AR·VR 영상도 잘 맞을 수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게임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을 게임 컨트롤러로 쓰거나 혹은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 내부 대형 디스플레이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운전에 사용되지 않을 자동차 내부 인프라를 200% 활용한 게임 아이디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4D 게임과 AR·VR 콘텐츠가 인기를 끌 만한 요소는 다 갖춘 새로운 먹거리다.
‘애플카의 승부수는 AR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다.’ 2021년 5월 11일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AR 디스플레이 특허를 등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일제히 이렇게 헤드라인을 채웠다. 발을 담근 업계의 트렌드를 늘 선두에서 좌지우지하는 애플이다. 애플이 중요한 자동차 미래 먹거리로 디스플레이를 점 찍었다. 모빌리티 사용자 만족을 좌우하고 양질의 주행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새로운 '화면' 먹거리의 시장성이 크다는 뜻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주목하라.
정순인 LG전자 VS사업본부 책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