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대행부터 반려견 등록까지…‘불편 해결’ 서비스로 플랫폼 시장 도전장
[스페셜리포트]“소비자들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라.”
이색 플랫폼 전성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할 법한 요소, 이른바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파악해 내고 이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치 가려웠던 곳을 긁어 주는 듯한 이들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앞세워 미래의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도 한때는 이색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았던 기업이다. 식당 점주들과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를 재빨리 파악해 냈던 것이 주효했다. 배민 등장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네 식당 점주들의 주된 가게 홍보 방식은 ‘전단지’였다. 나름의 돈과 시간을 들여 전단지를 뿌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대부분의 전단지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소비자들도 먹고 싶은 음식을 집으로 주문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전단지나 ‘동네 전화번호 책자’ 등을 일일이 뒤적이며 식당 전화번호를 일일이 찾아봐야 했고 또 어떤 집이 맛있는 집인지 알기도 어려웠다.
식당 사장님 마음 사로잡은 ‘도도 카트’이 같은 양쪽의 고충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배민이다. 대한민국 음식점들의 모든 배달 전단지를 애플리케이션(앱)에 넣겠다며 2010년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예상은 적중했다. 배민이 등장하면서 거리에 식당 홍보 전단지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배민은 식당 점주와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앱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나갔다. 한국에서 ‘배달’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마침내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이뤄 낸 성과다.
최근 등장한 이색 플랫폼들도 배민처럼 소비자들의 감춰진 니즈를 파악해 낸 뒤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제2의 배민’을 꿈꾸고 있다.
스포카는 배민과 마찬가지로 ‘외식 산업’을 정조준하며 유니콘 기업을 노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물론 사업 영역은 겹치지 않는다.
배민이 식당 점주들의 홍보와 배달 문제를 덜어준 반면 스포카는 이들의 효율적인 비용 관리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식자재 비용 관리 앱 ‘도도 카트’를 통해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식당 점주가 모바일 앱을 설치한 뒤 식자재 구매 명세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올리기만 하면 된다. 도도 카트는 매번 명세서가 올라올 때마다 이를 장부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비용을 품목별·거래처별로 구분해 분석해 준다.
특히 식당 점주들에게는 수시로 변하는 식재료 원가를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도도 카트는 식자재 가격 추이까지 제공해 메뉴 구성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주며 요식업 종사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식자재 거래처들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이런 입소문이 나며 도도 카트는 출시 약 1년 만에 ‘식당 사장님’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앱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8월 공식 출시된 도도 카트의 누적 거래액은 현재 1000억원을 돌파했다.
스포카 관계자는 “올해 1월 누적 거래액 300억원을 기록했는데 약 7개월 만에 거래 대금이 330% 넘게 증가했다”며 “소규모 동네 식당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외식업 종사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비스 이용자는 7만여 명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코스모스이펙트가 만든 ‘페오펫’도 도도 카트처럼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페오펫은 온라인에서 간단하게 반려견을 등록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견 등록은 사람으로 치면 출생 신고와 같다. 2014년부터 반려견 입양 시 이를 반드시 등록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하지만 등록률은 미미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해야 하는 반려견 수는 약 700만 마리로 추산된다. 그중 실제 신고를 마친 반려견은 140만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려견을 등록하기 위해선 서류 작성 및 칩(내장 또는 외장 중 선택 가능)을 받기 위해 동물병원을 두 차례나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페오펫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허가받아 이처럼 번거로운 등록 절차를 온라인에서 단 1분 만에 마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려견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바로 반려동물 등록증이 발급되고 외장 칩을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 준다.
최현일 코스모스이펙트 대표는 “반려견을 등록하는 비용도 동물병원에 비해 50% 정도 저렴하다”며 “15개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온라인 반려견 등록을 받고 있고 현재 월 3만 마리의 반려견이 페오펫을 통해 출생 신고를 마친다”고 말했다.
올해 10월부터 정부가 약 한 달 동안 미등록 반려견주들을 집중 단속해 벌금을 부과하고 또 앞으로 등록되지 않는 반려견들의 공공 시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만큼 페오펫 이용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엄마 고민 해결해 주는 ‘애기야가자’‘키즈 산업’은 플랫폼 창업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힌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가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2년 8조원대에 불과했던 키즈 관련 산업 규모는 최근 40조원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애기야가자가 운영하는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는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키즈 관련 플랫폼 중에서도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앱으로 손꼽힌다.
애기야가자는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재 이 앱의 회원수는 무려 35만 명, 월 방문자 수 는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교원그룹 같은 교육 관련 대기업들도 애기야가자의 무서운 성장세에 주목하며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입장권 구매,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 갈 때 필요할 수 있는 육아 용품 추천 및 리뷰 등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성연우 애기야가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키즈 액티비티 시장은 커져만 가는데 정작 액티비티에 대한 정보는 여러 곳에서 확인하고 입장권 역시 다수의 온라인 앱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애기야가자는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빠른 성장의 비결을 설명했다.
오토피디아의 ‘닥터차’ 역시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동차 플랫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 정비 산업도 큰 변화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이 사고가 난 차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카센터들이 견적서를 보내 입찰하게 하는 플랫폼들이 여럿 생겨났다. 차주는 여러 견적서를 비교해 가장 마음에 드는 카센터에 차를 맡겨 수리하면 된다. ‘요금 바가지’ 걱정이 줄어든 셈이다.닥터차, 자동차 정비 상담 시장 개척
‘닥터차’는 이런 자동차 정비 시장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바로 ‘정비 상담’이다. 운전자들이 겪는 차량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등을 실시간 채팅 상담을 통해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갑작스럽게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수많은 운전자들이 인터넷 서핑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카센터에 전화해도 “일단 차를 가져와 봐야 알 수 있다”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이런 운전자들의 불만을 포착하고 론칭한 플랫폼이 바로 닥터차다. 정비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가들이 실시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들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것이 닥터차의 특징이다.
궁금한 가격 정보에 대해 객관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닥터차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자신의 차종을 입력하고 타이어나 도색 등과 관련한 질문을 하면 대략적인 비용을 안내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비소를 다녀 온 후 받은 정비 내역서를 찍어 보내면 과잉 정비가 없었는지, 가격대는 합리적인지 분석해 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이용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분리수거를 해결해 주는 앱도 등장했다. 수고피플이 운영하는 ‘분리수GO’가 주인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과 집에서 배달 음식 등을 시켜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분리수거해야 하는 쓰레기의 양도 집집마다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과거와 비교할 때 분리수거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져 많은 이들이 분리수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령 페트병만 놓고 보더라도 이제는 반드시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제거한 뒤 배출해야 한다. 종이 박스도 마찬가지다. 테이프를 제거하지 않은 채로 버리면 안 된다. 분리수GO는 이런 쓰레기 처리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비대면 대행 서비스다.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들에게는 쓰레기를 담은 채 지퍼로 잠글 수 있는 가방이 제공된다. 여기에 여러 재활용 용기뿐만 아니라 종량제 봉투 음식물 쓰레기 등을 담아 넣고 문 앞에 놓아 두기만 하면 ‘수고 파트너’라고 불리는 내부 직원들이 가지고 가 직접 쓰레기는 버려 주고 분리수거를 대신해 준다.
수고 파트너는 배민 커넥터나 쿠팡 플렉스처럼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분리수GO는 7월부터 송파구 문정동 법조 단지 내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스트 유저를 모집했을 당시 3일 만에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9월 29일부터 문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고 차츰 서비스 지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인터뷰
이슬기 수고피플 대표
“분리수거 넘어 재생원료 공급·데이터 판매로 사업 확대”
“한국에 올 때마다 느꼈던 분리수거에 대한 불편함이 서비스 출시로까지 이어졌다.”
‘분리수GO’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인 이슬기 수고피플 대표에게 창업 배경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미국 뉴욕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지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던 그는 종종 한국을 찾을 때마다 분리수거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그가 거주하던 뉴욕에서는 집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검은 비닐봉지에 마구 담아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달랐다. 종이·캔·플라스틱 등을 하나하나 구분해 버려야 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 같은 불편함을 그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다. 주변 지인들 역시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리수거 과정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결국 한국에 정착해 회사를 창업하고 분리수GO를 론칭하게 됐다.
분리수거로 플랫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편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편리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층은 일상의 번거로움이나 시간을 아껴 줄 수 있는 서비스에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분리수거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를 론칭하면 충분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 또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불편함 혹은 번거로움을 덜어 주는 수많은 플랫폼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할 것으로 본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생각 이상으로 니즈가 크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테스트 기간 동안 300여 명이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용했다. 또한 시범 운영을 통해 무료로 분리수거 서비스를 대행해 주면서 보완할 점들도 찾아 이번에 유료로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게 됐다.”
어떤 부분을 보완했나.
“일단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 앱의 이용성을 개선했다. 고객의 편의와 보안을 위한 기능을 추가했고 쓰레기를 담아야 하는 가방이 작다는 지적이 나와 이를 더 크게 만들었다. 또 지정 수거 시간과 수거일을 자유롭게 하는 등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서비스를 다듬어 왔다. 마지막으로 수고 파트너 업무 효율 증진과 재활용 자원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 수고 매뉴얼을 보완해 가고 있다.”
정식 서비스 론칭 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지금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수고 파트너들이 고객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일만 하고 있다. 향후에는 배출된 쓰레기들을 직접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개별 스테이션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서 받는 구독료 이외에도 고부가가치의 재생원료를 직접 가공해 공급하고 데이터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자세한 구상을 듣고 싶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고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선별 처리할 수 있는 스테이션을 마련하게 되면 기존에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던 초기 선별체계를 자동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자동화된 선별 시스템을 통해 이미지 인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폐기물의 데이터도 모을 예정이다. 이런 폐기물 데이터는 소비자가 무엇을 먹고 쓰는지에 대한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선별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버려지는 자원이 재생원료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히 재활용에 적합한 자원을 분리배출 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 선별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자원의 오염도도 심해지고 재활용이 되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어 혼재된 상태에서 배출 되고 있다. 이 경우 높은 품질의 재생원료가 되는 기준을 맞출 수가 없고 선별 과정에서 높은 처리 비용이 들게 된다. 분리수GO는 초기 배출부터, 선별, 재처리, 가공 등 소각과 매립전의 모든 단계를 유기적으로 구축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