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대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평가 논란’이 극복해야 할 산
차량 공유 업체 쏘카가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상장 후 차량 운영을 통해 축적한 정보기술(IT)과 차량 관리 노하우, 자회사의 자율 주행 기술을 활용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상장 1호로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이터로 수익 극대화
쏘카는 카셰어링뿐만 아니라 차량 관제 시스템, 자율 주행차 개발 등 모빌리티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운영하는 차량 대수는 약 1만8000대다. 차량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자산이다. 하지만 핵심 자산은 데이터에 있다. 쏘카는 차량 구매와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한다. 매년 하반기 다음 해의 시장 상황과 수요 등을 데이터에 기반해 구매 차종, 구매 대수, 구매 및 배치 시기 등을 결정한다. 연간 수천 대의 신차를 구매하는 대형 구매자인데다 연 단위의 구매 계획을 완성차 제조사에 미리 전달해 차량의 가격과 생산 일정 등을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또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한다. 매출이 증가하려면 한정된 차량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쏘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다. 다이내믹 가격 모델을 통해 예약 시간, 장소, 실시간 수요에 따라 시간당 차량 이용 가격이 자동으로 바뀐다. 또 공헌 이익 기여가 높은 잠재 고객을 선별해 할인 쿠폰을 발행한다. 어떤 고객이 어디에서 어떤 차량을 언제 이용할지 예상해 타깃 마케팅함으로써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차량이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수요의 탄력적 조정을 끌어낸다.
이 밖에 차량 배치와 주차장 확보에도 빅데이터를 사용한다. 전국 쏘카존의 수익성과 가동률을 반영해 적재적소에 차량을 배치하고 예약 슬롯을 재배치해 차량 가동률을 극대화한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한 고객의 위치, 클릭 기록, 차량 검색 횟수 등 고객 수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디에 새로운 쏘카존을 설치하고 몇 대의 차량을 추가 공급할지, 기존 쏘카존을 유지할지 폐쇄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인 쏘카존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존 관리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주차장을 관리할 수 있다.
AI와 머신러닝은 보유한 차량의 유지 보수 비용과 보험료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그 결과 쏘카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쏘카는 마이존 파트너로 불리는 고객 거주지의 유휴 주차면도 쏘카존으로 확보하는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수도권과 6대 광역시 기준으로 인구의 81%가 쏘카존 500m 반경 이내에 거주하도록 공급 밀도를 높였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주거지 인근에 쏘카존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고 경쟁사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확보했다”며 “완성차 제조사나 기존 렌터카 업체들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브랜드 인지도로 구독 사업 확장
쏘카는 카셰어링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 단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카셰어링 서비스 중 브랜드 인지율 78.6%를 기록했다. 브랜드 인지도는 플랫폼 파워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 파워가 강해질수록 축적되는 이용자 데이터가 많아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과 공급 전략은 정교해지게 된다. 또 고객들이 서비스를 경험하고 이에 대한 후기와 자발적 추천 등을 통해 서비스에 유입되는 신규 고객이 늘어난다.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플랫폼에 많은 이용자가 모여 있으면 다른 산업과 연계할 때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플랫폼 파워가 강하다면 이를 기반으로 완성차 제조사, 금융사 등의 다양한 전후방 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차별화할 수 있다.
쏘카는 지난해 구독 서비스인 ‘패스포트’를 출시하고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통합 멤버십의 일종으로 연간 가입비 2만9900원을 내면 쏘카 대여 요금을 50% 할인해 주고 리디북스 이용권, 항공권 할인 등 제휴 회사를 이용할 때 혜택을 제공한다. 쏘카 패스포트는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만 명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구독 회원이 비구독 회원 대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여서 향후 트래픽 유지와 수익원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쏘카는 차량 공유 외에도 소프트웨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관제 시스템(FMS)이다. 쏘카는 올 2월 현대글로비스와 공동 사업 개발 및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트럭 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협업한 차량 관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도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쏘카의 FMS 중 관제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차량의 실시간 위치, 과거 동선 등을 추적할 수 있다. 또 가장 효율적인 차량 배치와 회수, 어뷰징 및 도난 여부 등을 사전에 파악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실시간 주유량, 엔진오일, 타이어 상태 등 상세한 차량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각종 이슈에도 선제 대응할 수 있다. 쏘카는 자체 사고 탐지 시스템과 블랙박스를 활용해 하루 1만5000건 이상의 차량 운행에서 발생하는 100건 이상의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자회사인 라이드 플럭스를 통해 자율 주행 기술도 개발 중이다.
◆ 모빌리티 슈퍼 앱이 목표
쏘카의 목표는 모빌리티 슈퍼 앱이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확장성이 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쏘카는 렌터카 업체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렌터카는 차량 보유에 따른 고정비가 많이 들고 장기 임대 고객의 비율이 높아 다양한 이동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쏘카 관계자는 “쏘카 앱 내에서 모든 이동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 자연스레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동뿐만 아니라 전후의 숙박, 항공권 예약 등 범위가 확대된다면 무한한 확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이번 상장으로 1547억~2048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 시가 총액은 1조2060억~1조5943억원이다. 8월 4~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8월 11~12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주간사 회사 측은 쏘카의 기업 가치를 2조4120억원에서 2조3557억원으로 평가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는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 비율인 ‘EV÷Sale’ 방식을 활용했다. 이 지표는 기업 가치가 매출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 주로 사용된다. 쏘카는 비교 기업으로 우버·리프트·그랩홀딩스·고토·버드글로벌·오비고 등 10개 사를 선정하고 이들의 평균 EV÷Sales 배수 7.7배를 적용했다.
쏘카는 올 2분기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쏘카의 지난해 매출은 2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 손실은 210억원으로 전년(147억원)보다 43% 늘었다. 상장 후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평가 논란은 쏘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돼 있는 데다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져 있어 주식 시장에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