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 900명에게 '2023 모바일 뱅킹 평가' 실시
NH농협 ‘올원뱅크’ 호평…우리·KB국민·하나·IBK기업, ‘소수점 싸움’
인터넷 은행, 만족도는 ‘토스뱅크’, 범용성은 ‘카카오뱅크’ 우세
다수의 서비스가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모든 국민이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금융 서비스다. 이 때문에 은행의 모바일 뱅킹은 그 어떤 플랫폼보다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모바일 뱅킹은 모든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는 금융뿐만 아니라 비금융, 더 나아가 생활 전반에 파고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굳이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더라도 생활 곳곳에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의 쓰임새를 넓히는 것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18년부터 은행 모바일 뱅킹 앱의 경쟁 우위를 분석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해 왔다. 매년 치열했던 경쟁은 올해는 더더욱 우위를 가리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은행 앱의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번 조사는 5월 18~19일 이틀간 진행했고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20~59세 금융 소비자 9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꾸준한 강자 ‘신한 쏠’…NH농협 ‘올원뱅크’ 선전
올해 평가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은 은행 앱은 신한은행의 ‘신한 쏠(총점 3.85점)’이었다. 신한은행은 2018년부터 실시된 6번의 설문 조사에서 총 5번이나 1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신한은행은 실행 속도와 화면 구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접속 인증 방식(4.31점), 비대면 금융 거래(3.95점)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 쏠을 사용하는 150명의 고객들은 ‘이체가 간편하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머니버스·신한플레이 등과의 연결을 통해 자산 비교가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쏠 퀴즈, 한정판 스니커즈 응모, 출석 체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신한 쏠에 더 자주 접속하는 요인이 된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다만 이벤트나 서비스가 지나치게 많고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NH농협은행의 선전이었다. NH농협은행의 총점은 3.76점으로 신한은행의 뒤를 이었다. 접속 인증 방식(4.21점), 실행 속도(3.81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특히 올원뱅크의 화면 구성은 4.03점으로 시중 은행 6곳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다.
NH농협은행을 사용하는 소비자 150명은 ‘올원뱅크’에 대해 계좌 인증이 쉽고 빠르다고 평가했다. 지문 인식으로 로그인이 편리하고 송금 수수료가 없다는 호평도 있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 전업주부 A 씨는 “송금 수수료가 없어 늘 ‘올원뱅크’를 애용하고 있고 송금한 적이 없는 계좌에 돈을 보낼 때는 송금할 것인지 재차 물어봐 안심이 된다”고 평가했다. 각 지점마다 다른 이율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필요성, 앱이 일원화됐으면 좋겠다, 보안에 신경을 써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동률…치열해진 경쟁
한편 우리·KB국민·하나·IBK기업은행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도 ‘동률’이 나오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각 은행들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더 진화됐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총점 3.68점)의 ‘우리원뱅킹’은 접속 인증 방식(4.26점), 비대면 금융 거래(3.85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다만 속도가 느리다’, ‘타 은행에 비해 다양한 이벤트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고객 B 씨는 우리원뱅킹에 대해 “꿀머니를 계좌에 입금하기 편하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앱 테크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늘리면 앱에 들어오는 빈도수가 높아질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KB스타뱅킹’의 KB국민은행(총점 3.68점)은 이벤트 및 혜택(3.28점), 자산 관리(3.57점)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다. 아쉬운 점으로는 앱 화면에서 지나치게 보여주는 정보가 많다는 점이 꼽혔다. KB스타뱅킹을 사용하는 20대 남성 고객은 “통계상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를 화면 전면에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총점 3.65점)은 화면 구성(3.87점), 상품 찾기(3.54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고객은 “하나원큐는 잔액 조회가 가능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원큐에 대해서는 ‘실행 속도가 느리다’, ‘이벤트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IBK기업은행(총점 3.65)은 6개 은행 중에서 실행 속도 3.8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다. 화면 구성(3.92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50대 전업주부 여성 고객은 “‘톡톡송금’ 기능을 즐겨 사용하는데 자주 이체하는 계좌를 등록하고 송금할 때 속도가 빨라서 좋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남성 고객은 “현재 6명을 등록할 수 있는 톡톡송금의 등록 건수를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원뱅크에 관해서는 ‘이체나 계좌 확인 외에는 다른 기능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MZ세대 꽉 잡은 인터넷 은행
지난해부터 한경비즈니스는 인터넷 은행의 소비자 만족도를 알아보고 있다. 각각 150명의 소비자에게 시중 은행들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편 케이뱅크는 사용자가 적어 설문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보기에서 제외했다.
지난해에 이어 토스뱅크(총점 4.29점)가 카카오뱅크(총점 4.17점)를 앞질렀다. 토스뱅크는 이벤트 및 혜택에서 4.26점을 받으며 카카오뱅크(3.71점)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또 자산 관리(4.23점)에서도 카카오뱅크(3.78점)를 눌렀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은 “거의 모든 금융 관련 업무를 토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화면에 비해 주식 화면이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고 앱이 메모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기에 브랜드 캐시백의 종료가 5월 말로 예정되는 등 혜택이 초반부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카카오뱅크(총점 4.17)는 화면 구성(4.47점)과 접속 인증 방식(4.55점)에서 토스뱅크를 이겼다. 하지만 ‘국민 메신저’를 앞세운 덕일까. 카카오뱅크는 총 1200명의 사용자 중 무려 81.3%(976명)가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시중 은행들과 토스뱅크를 범용성 면에서 앞질렀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카카오뱅크는 이자를 매일 확인할 수 있고 세이프박스 기능을 통해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넣어 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벤트 및 혜택은 3.71점으로 다소 아쉬운 평가를 얻었다.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 보호 등 보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 의견도 있었다.
한편 실행 속도에서는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4.29점을 똑같이 얻으면서 ‘난형난제’를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은행들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은 평균 이상의 점수를 부여하며 만족도를 나타냈다.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는 20대 이용자의 무려 87.7%가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30대 역시 86.6%가 카카오뱅크를, 뒤이어 토스뱅크는 72.3%가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해 전반적으로 인터넷 은행의 주 고객층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조사했나
금융 소비자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이용 현황과 인식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장 분석 서비스 업체인 오픈서베이와 한경비즈니스가 공동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20~59세 금융 소비자 중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별 모바일 앱 이용자 총 900명(각 150명)을 대상으로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모바일 앱을 통해 총 9개 문항(객관식 7문항, 주관식 2문항)에 대해 물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2개의 인터넷 전문 은행 앱 이용자 총 300명(각 150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진행했다. 제1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는 사용자가 적어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이번 설문에서 제외했다.
보다 정확한 설문 결과를 얻기 위해 설문에 참여하기 전 금융 소비자에게 8개 은행의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사용 중인 이용자만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다.
평가 대상은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신한은행 ‘신한쏠’, 하나은행 ‘하나원큐’, 우리은행 ‘우리원뱅킹’, NH농협은행 ‘올원뱅크’, IBK기업은행 ‘아이원뱅크’, 카카오뱅크 앱, 토스 앱 등이다.
평가 지표는 인증 방식, 화면 구성, 비대면 거래, 상품 찾기, 이벤트‧혜택, 실행 속도, 자산 관리 등 7개 부문이다. 실행 속도와 지문‧안면‧신분증 인식 등 인증 방식의 편의성을 물었다. 통장 개설‧환전‧상품 가입‧대출 등 비대면 금융 거래와 서비스 찾기‧상품 비교 등이 편리한지 질문했다. 이어 타행 계좌 조회와 연금‧펀드‧카드‧보험 가입 등 종합 자산 관리의 편의성과 화면 구성의 직관성을 물었고 이벤트 혜택이 많고 참여가 편리한지도 질문했다.
응답자의 성별은 여성 607명(50.6%)·남성 593명(49.4%), 연령은 20대(23.8%)·30대(26.2%)·40대(27%)·50대(23.1%)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80%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1.85%포인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