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는 꿈도 못 꿔요”...위기의 ‘중년’들

상당수가 '이중 과업'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40대가 60대보다 부담 더 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의 중년 8명 중 1명은 가족을 돌봐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중년의 이중 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가족 돌봄과 노후 준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에 따르면 45∼64세 중년 중 가족 돌봄 부담이 있고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비율은 12.5%였다.

보고서는 보사연이 전국의 만 45세 이상 64세 이하 연령 35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중년이 가족 돌봄과 노후 준비라는 이중 과업에 직면한 현황 등을 조사한 연구다.

연구 결과 가족 돌봄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 등 어려움을 겪어 돌봄 부담을 경험한 비율은 26.7%, 노후 준비를 못 했다는 응답은 43.0%였다.

돌봄 부담이 있으면서 노후 준비도 하지 않은 경우는 12.5%였다. 돌봄 부담이 없고 노후 준비도 했다는 응답은 42.7%였다.

이중 과업 부담에 시달리는 집단의 비율은 남성, 40대 중후반인 경우, 어렸을 때부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20세 이전 소득계층 하층, 실업 상태, 현시점 소득 하위 계층인 경우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40대가 60대보다 이중 과업 부담을 더 크게 호소했다.

돌봄 부담이 있고 노후 준비도 안 했다는 응답은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8∼1963년생에서 9.6%,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64∼1974년생에서 12.5%, X세대인 1975∼1977년생에서 18.1%로 각각 조사됐다.

연구팀은 “자녀 양육과 관련한 돌봄과 부모 부양의 어려움이 대체로 40∼50대 중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돌봄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며 노후 준비도 하고 있다는 응답은 남성, 대학교 졸업 이상, 상용직, 소득 상위 계층인 경우에서 비율이 높아 계층적 차이를 드러냈다.

연구팀은 "중년은 경제적 자립이 지연된 자녀와 고령화로 인해 연로한 부모를 돌보고,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보장제도는 충분하지 않다"며 "중년이 마주하는 이중 과업은 사회적 불안을 높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계층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사회보장정책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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