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에 대형견 끌고와 20분 간 욕설소란 피웠는데···법원은 '무죄'
입력 2024-09-21 09:06:44
수정 2024-09-21 09:06:50
원주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큰 개를 끌고 와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20분간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체포된 60대 민원인 ㄱ씨가 약식 명령에 불복한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ㄱ(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ㄱ씨가 부적절한 행위를 행했지만 경범죄로 처벌하려면 술에 취한 채 이 같은 행위를 한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하는데 검사의 공소사실은 그렇지 않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술 취한 것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올해 2월 26일 오후 2시 45분께 관공서인 원주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자신이 키우는 대형 개를 데리고 들어가 '지방공무원이 갑질한다'며 큰 소리로 욕설하는 등 20분간 소란을 피운 혐의로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일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ㄱ씨는 벌금 60만원에 약식 기소된 것에 불복해 지난 6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ㄱ씨가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들에게 욕설하고 개를 끌고 들어와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현장 CCTV 영상과 진술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ㄱ씨의 행위가 대단히 부적절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 기소된 죄명인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술에 취한 채로 이 같은 행위를 해야 했다고 봤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 영상이나 진술에는 'ㄱ씨가 술에 취한 상태라거나 술에 취해 있었다'는 내용이 없고, 112 신고에서도 '남성 민원인이 난동을 부린다. 개를 데리고 왔다'는 취지만 있을 뿐 술에 취해 있다는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경찰의 사건 발생 검거보고서에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ㄱ씨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기재돼 있으나, ㄱ씨가 술에 취해 있었다거나 '술주정'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법원에 항고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