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장남 최인근 SK E&S 패스키 매니저와 그룹 철학 계승 행사에 처음 동행했다. 최 회장의 자녀 중 현재 그룹 계열사에 재직 중인 사람은 장녀와 장남뿐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최윤정 본부장, 최인근 매니저는 전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세 사람이 공식 석상에 나란히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최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4년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는 십년수목 백년수인’의 신념으로 설립했다. 최 회장은 1998년 제2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한국 인재들을 세계 수준의 학자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장학생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도록 5년간 등록금, 생활비를 전액 지원한다. 이에 따라 박사 1000여명, 장학생 5000여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최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을 항상 되새기면서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론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인재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물을 처음으로 판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날 물을 마실 수 있으며, 언젠가는 여러분도 우물을 새롭게 파는 것과 근원에 대해 생각하면서 받은 혜택을 환원하는 사람이 돼 달라"고 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선대회장부터 시작된 그룹 인재 육성 철학의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 회장과 두 자녀가 동반 참석한 것은 3세경영 수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최 선대회장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영상이 나오자 일제히 영상에 눈을 떼지 못하다가 귓속말로 소감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두 자녀가 동석한 데 대해 "레거시(전통)니까 훈련받아야 한다. 할아버지가 뭐 했고 아버지가 뭐 했는지를 보고 사람들을 알아야 본인들이 미래 세대에 대해 알아서 기획해 나간다"며 "의무적으로 참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SK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고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말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행사에 참석했으며, 기념식에 앞서 최 회장이 주도한 인재 토론회 등에도 자리했다.
그동안 방사성의약품(RPT) 관련 후보물질 도입과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 계약 등을 주도했으며, 지난 8월 SK바이오팜 RPT 사업 콘퍼런스콜에서 직접 발표하고 질의에 답하는 등 사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 매니저는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4월부터 패스키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다. 최 회장과 최 매니저가 어깨동무한 다정한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