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창작물과 저작권 문제[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지식재산권 산책]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K댄스’가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실상 안무가나 댄서들의 권익 보호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한국안무저작권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안무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하고 지속할 수 있는 안무 창작 환경을 조성해 댄스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안무도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일까. 저작물이라면 창작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체 안무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동작과 몸짓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에 이미 널
리 알려진 것들이다. 이 경우에도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을까.

실제로 유명 걸그룹 ‘시크릿’의 히트곡 ‘샤이보이’ 안무저작권 사건에서 피고들은 ‘샤이보이’ 안무가 각종 댄스 장르의 전형적인 춤 동작, 이미 공개된 여러 춤에서 발견되는 특징들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므로 저작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샤이보이’ 안무는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이므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안무의 경우에는 개별적인 동작과 몸짓 자체에는 창작성이 없더라도 어떤 동작과 몸짓을 선택하고 이를 어떻게 배열 또는 구성했느냐는 점에 있어 창작성이 인정되면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길이나 분량이 매우 짧은 안무도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이름, 제호(제목), 슬로건 등 매우 짧은 표현들은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으로 볼 수 없다거나 너무 짧아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작물이 아니라고 본다.

또 짧은 표현들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자주 사용하거나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데 짧은 표현을 쉽게 저작물로 인정한다면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봉착하게 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길이나 분량이 매우 짧은 안무도 이와 같은 점에서 저작물성을 인정해야 할지 문제가 된다.

미국 저작권청은 2019년경 간단한 동작 3개로 이루어진 ‘칼튼 댄스’의 저작권 등록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칼튼 댄스’는 미국 배우 알폰소 리베이로가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선보인 간단한 춤이다. 미국 저작권청은 ‘칼튼 댄스’가 동작 3개의 조합에 불과해 안무저작물로 등록할 수 없는 간단한 율동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5분 정도 분량의 안무 중에서 2초 정도에 해당하는 특징적인 안무 부분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미국의 유명 안무가인 카일 하나가미는 유명 가수인 찰리 푸스의 ‘하우 롱’이라는 노래에 맞춰 5분 정도 분량의 안무를 창작했고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그런데 에픽게임즈사는 카일 하나가미의 허락 없이 위 안무 중 2초 정도 분량에 해당하는 8개의 몸동작 조합 부분을 이용해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에 사용되는 ‘이모트(emote)’ 아이템으로 제작해 판매했다. 이모트 아이템을 적용하면 아바타가 위와 같은 춤을 추도록 만들 수 있다.

카일 하나가미는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법원은 5분 분량의 전체 안무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2초 정도에 해당하는 해당 안무 부분은 짧은 루틴에 불과하고 전체 안무 중 일부 요소에 불과하므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 법원은 2초 정도의 해당 안무 부분에도 신체의 위치나 동작, 타이밍, 정지, 반복 등 여러 요소가 창작적으로 선택, 배열돼 있으므로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고 위 이모트 동작이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안무창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을지, 분량은 어느 정도이어야 할지, 개별 동작과 몸짓의 선택, 배열, 구성에 창작성이 인정되어 전체 안무가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전체 안무 중 일부만을 무단 이용한 경우에는 침해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 활발한 연구와 다양한 사례들이 축적돼 안무저작자들과 이용자들의 호혜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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