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문턱 넘은 '두산 분할합병안'…ISS "난 반댈세"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 분할합병 반대 권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1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에 마련된 두산 전시관에서 머신러닝 기반 재활용품 분류 솔루션 '오스카 더 소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이 "중대한 이해상충"에 해당한다며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다음 달 12일 열릴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자본거래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고 짚으며 "이러한 이해상충은 소수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에 대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평가기관을 거쳤지만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해당 거래는 독립성을 갖춘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면서 "중대한 이해상충을 고려할 때 회사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ISS는 "에너빌리티를 하나의 사업에 집중하게 하고 비핵심 투자 자산을 분리하는 분할에 대한 장점은 있지만 합병 거래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ISS는 두산밥캣의 저평가 문제도 언급했다. 당초 두산 측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분할합병비율을 기준시가로만 평가했는데, 이와 관련해 ISS는 "밥캣은 비슷한 수준의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고마츠, 안후이헬리, 구보타 등 아시아 동종업체 대비 약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는 등 심각한 저평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두산 측은 분할합병비율을 0.031에서 0.043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동종기업 대비 밥캣의 저평가를 보상하지 못하며 지배력 프리미엄은 더 낮게 반영한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비핵심 지분을 분할하는 것은 전략적인 의미가 있지만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논리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밸류에이션도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상법상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최대주주 (주)두산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0.67%이며 국민연금도 6.85%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약 23%에 달해 ISS뿐 아니라 글래스루이스까지 반대를 권고할 경우 분할합병은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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