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바지에서 블랙슈트까지…K팝 개척자 박진영, 정책 리더로의 진화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입력 2025-09-28 06:04:01
수정 2025-10-01 10:22:55
신뢰 주는 공적 리더로서의 절제와 균형·문화외교 실적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최근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진영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의 제목은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 J.Y. 박이 정계로 진출했다’였다. 데뷔 30년 차 가수이자 K팝의 개척자인 박진영이 현직 아티스트로는 전례 없는 장관급 직위에 오른 것이다.
1994년 비닐 바지를 입고 데뷔해 파격적인 무대 매너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비·원더걸스·트와이스·스트레이 키즈 등 세계적 스타를 탄생시켰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과 스트레이 키즈의 ‘빌보드200’ 7주 연속 1위 기록은 그가 ‘K팝 수출의 선구자’임을 증명한다.
이제 박진영은 가수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문화정책 리더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영원한 딴따라’로 불리는 그의 인생 무대는 이제 정치와 문화외교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Appearance
비닐 바지에서 블랙슈트까지, 옷으로 말하는 남자
박진영의 외적 이미지는 여전히 파격과 정체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본 그의 스타일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통으로 ‘자신의 서사를 옷차림으로 말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3)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블랙 시퀸 포인트의 베스트와 굵은 반지를 매치했다. 이는 프로듀서로서의 카리스마와 스트리트 감성을 강조한 선택이었다.
한편 K팝을 주제로 한 공식 포럼 무대에서는 블랙 재킷과 화이트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단정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은 공적 리더로서의 진지함을 전달했다.
또 다른 사례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 임명 직후 촬영된 프로필 사진에서는 블랙 니트와 화이트 칼라 셔츠 위에 얇은 체인 목걸이를 매치했다. 이는 클래식과 트렌드가 혼합된 이미지로 ‘문화외교관’으로서의 균형감을 표현한다.
반면 영화 시사회에서는 문양이 새겨진 오렌지빛 셔츠와 긴 비즈 목걸이를 걸쳐 보다 예술가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박진영은 옷차림을 통해 역할마다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대 위의 딴따라’일 때는 파격과 개성을, ‘문화교류 리더’일 때는 품격과 절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의 외적 이미지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맥락에 맞춰 ‘다층적 브랜드 서사’를 시각화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Behavior
억대 금 선물과 책임감, 행동으로 보여준 리더십
박진영의 최근 행보에서 주목되는 것은 ‘통 큰 리더십’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빌보드에서 사상 초유의 7주 연속 1위 기록을 세우자 그는 이들에게 순금 액자를 선물했다. 총 160돈, 시가 1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성과는 세상과 나누며 기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그는 위원장 임명 직후 “정부 일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지금 K팝이 맞이한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명예직이 아닌 책임감을 행동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지다.
그의 무대 태도 역시 변함없다.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질문에 성실히 답하며 후배 댄서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모습은 여전히 무대를 중심에 두는 예술가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카리스마와 겸손을 동시에 드러내는 이중적 매력으로, 리더이자 동료로서의 신뢰를 강화한다.
Communication
춤·노래·SNS·정책, 다중 채널로 세상을 설득하다
박진영의 소통 방식은 무대, 언론 그리고 SNS를 망라한다. 특히 그는 SNS에서 “제 꿈은 똑같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이라며 개인의 성취가 아닌 공동체적 비전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후배들과 대중을 향한 ‘비전 공유형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가 빌보드와 국제 언론에 비치는 모습 또한 전략적이다. “K팝의 선구자가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는 보도는 그의 개인 서사를 국가적 서사와 연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자회견이나 제작발표회에서도 그는 “후배 아티스트들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만들겠다”는 발언으로 공적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공연장에서의 퍼포먼스를 여전히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다. 춤과 노래는 그에게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대중과 직접 교감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그의 커뮤니케이션은 무대의 감각, 언론의 메시지, 정책의 비전이 하나로 엮여 있다.
파격과 품격 사이, 박진영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
박진영의 이미지 브랜딩은 무대의 파격, 기업의 리더십, 공적 리더의 품격이라는 세 층위에서 교차하며 다층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실험적인 아티스트이자 기업의 수장으로서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지만 이제는 공적 리더로서 품격 있는 이미지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그 확장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그 과정에는 몇 가지 과제가 따른다. 첫째, 과도한 파격 이미지가 공적 직위의 무게를 가릴 위험이 있다. ‘비닐 바지’로 시작된 그의 파격은 지금까지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었지만 장관급 인사로서는 절제와 균형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둘째, 후배 아티스트와 대중 사이에서의 ‘균형 잡힌 소통’이 필요하다. 친근한 ‘딴따라’ 이미지와 권위 있는 정책 리더의 이미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다.
셋째, 세계무대에서의 문화외교는 단순한 K팝 수출을 넘어 상호 이해와 존중을 촉진하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의 강점은 실험정신과 개척자적인 리더십이지만 공적 리더로서의 새로운 무대에서는 ‘신뢰’와 ‘품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대 의상을 입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다듬는 차원이 아니라 정책적 성과와 소통 방식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결국 박진영의 브랜드는 ‘파격에서 절제로, 친근함에서 권위로, 비전에서 실행으로’ 진화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여정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그는 단순한 K팝 개척자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외교를 상징하는 글로벌 리더로서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