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네이버 VS 카카오]
-웹툰, 캐릭터 등 K콘텐츠가 첨병 역할
-카카오, 만화 플랫폼 픽코마 일본서 고속 성장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국내 포털업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이미 ‘국경’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고 유튜버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게 이미 익숙해지고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페이스북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더 익숙하게 여긴다. 이들에게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생존’을 건 절박함에서 비롯된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은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먹거리에서부터 금융·모빌리티 등을 아우르며 전 방위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글로벌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분야가 콘텐츠다. 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의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야후재팬의 결합


‘글로벌 도전의 집합체(A Set of Global Challenges).’ 네이버가 창사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내건 핵심 슬로건이다. 디지털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의미가 없는 만큼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도전을 이어 가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의지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네이버는 전 세계를 넘나드는 기술적 네트워크 형성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브이라이브), 비즈니스 협업 툴(라인웍스), 클라우드(NBP), 메신저(라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AI 기술 네트워크인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설 새로운 글로벌 흐름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네이버의 IT 인프라 개발 운영 기업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독일·미국·싱가포르·홍콩·일본 등 전 세계 주요 거점에 글로벌 리전(데이터센터)을 확보해 전 세계 124개 고객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빠르고 안정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인정받아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 최초로 세계관세기구(WCO)와 같은 국제기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더 강해진 ‘라인’ 파워…아시아 메가 플랫폼 노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K툰’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는 네이버웹툰이다. 2014년 7월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웹툰 시장을 개척한 결과 현재 전 세계에서 수익과 방문자 모두 독보적 1위로 자리 잡고 있다.


구글플레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만화 분야 수익 기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라인웹툰’을 비롯해 일본에선 ‘라인망가’, 중국에선 ‘동만’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이들을 포함한 네이버웹툰의 월간 순방문자 수(MAU)는 6000만 명에 달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MAU의 성장세다. 지난 2년간 미국 라인웹툰은 연평균 71%, 일본 라인망가는 연평균 32%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세계 각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의 상당수는 10~20대로 Z세대에게 특히 각광받고 있다.


금융 시장도 글로벌 공략이 활발한 대표적인 분야다. 네이버는 특히 일본에 있는 메신저 자회사인 ‘라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핀테크 생태계 구축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과 손잡고 ‘라인증권’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5월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라인뱅크 준비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7월에는 대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 허가를 받았고 태국에선 카시콘은행과 손잡고 인터넷 은행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 와중에 지난 11월 15일 전해진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의 검색 포털 야후 재팬이 경영 통합 소식도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줄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8200만의 모바일 메신저 MAU와 야후재팬의 6743만 명 월 이용자를 합치면 일본 내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검색-뉴스-모바일 메신저-결제-쇼핑-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글·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전 세계 사로잡은 ‘라이언’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라인 메신저’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국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동남아 시장 등에서 라이언·어피치와 같은 캐릭터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사업을 전담하는 카카오IX는 카카오프렌즈의 자체 캐릭터 상품 외에도 식음료·패션·뷰티 등 활발한 IP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IX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이 회사의 연간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도 매출인 1051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단 기간 매출 1000억원 달성이다.


카카오IX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은 올해인 2019년부터다. 2018년 12월 오픈한 일본 도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홍콩·영국·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카카오프렌즈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략은 ‘현지화’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어피치’, 중국에서는 ‘라이언’과 같이 각 지역에 따라 인기가 높은 캐릭터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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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한류 문화 행사인 KCON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며 카카오프렌즈의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 단계다. 지난 9월 미국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블루밍데일즈에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020년에는 미국 내에 팝업 스토어가 아닌 정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밖에 지난 10월에는 건담으로 유명한 글로벌 완구 브랜드 반다이와 손잡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프라모델을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전 세계에 출시할 계획도 발표했다.

‘캐릭터’와 함께 카카오 글로벌 시장 공략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무기는 카카오의 두 자회사 ‘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중심으로한 ‘콘텐츠 사업’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웹소설 등을 구독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보유하고 있는 작품 수만 6만60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누적 매출액 1억원이 넘는 작품만 1400여 개가 넘어설 정도다. 카카오페이지는 텐센트(중국), 타파스(미국), 픽코마(일본) 등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장에 한국의 웹툰 콘텐츠를 공급하며 슈퍼지식재산권(IP)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웹툰 1위 업체 네오바자르를 인수하며 해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이처럼 한국에서 인큐베이팅한 스토리 IP를 드라마와 영화 등 2차 저작물로 제작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카카오M’이 바로 그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 자회사 카카오M이 제작한 tvN 드라마 ‘진심이 닿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2016년 4월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piccoma)는 2018년 전년 대비 방문자 수 2.2배, 매출이 2.7배 늘며 2017년에 이어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기 대비 32%, 전년 대비 173%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작년 일본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 앱 통합 다운로드 1위에 올랐고 일본 앱스토어의 ‘베스트 오브 2018’ 앱에 선정됐다. 특히 픽코마는 기존 종이 매체로는 만화를 보지 않던 10~30대의 일본 내 젊은 여성층을 새로운 독자로 대거 유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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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