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를 휩쓰는 히트상품은 단연 윈도95다. 윈도95는 컴퓨터에 통달한 사람에게 뿐만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컴맹에게까지 유행처럼 번지면서 시대에 앞서는가 뒤처지는가를 가름하는 시금석으로 인식되고 있다.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한글윈도95 발매일주일만에 판매한 윈도95 숫자는 8만5천 카피. 1년간 판매 목표량인 15만 카피의56.7%를 단 일주일만에 팔았다. 발매 첫 날인 지난달 28일에는 매장에 깔린 3천 카피가 매진되는 상황이 일어났다. 발매하기 며칠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가 판매를 시작하자 마자 매진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이 신세대들의 우상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 발매 첫날 모습과 흡사했다.윈도95가 단순한 운영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문화 현상의 하나로,일종의 신드롬으로까지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우리나라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윈도95는 끊임없이 언론에 회자되면서 11월초까지 1천만개가 팔려나갔다.◆ 윈도95 11월초까지 1천만개 팔려윈도95. 운영체제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32비트 환경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MS사의 야심작, 차세대 컴퓨터 운영체제의 왕좌를노리는 MS사의 걸작품, 사용하기 쉽고 보기 좋은 환경의 그래픽 운영체제 등. 윈도95를 수식하는 미사여구는 많다.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 세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윈도95는 이미 미국에서는 8월에 발표된 탓인지 아니면 안정세에 접어들어서인지 좀 잠잠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8일 발매를 시작으로컴퓨터 업계에 변혁을 몰고올 태풍의 눈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국내 통신망에서는 한글 윈도95에 관련된 게시물이 여전히 높은 조회수를 얻고 있으며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기타 컴퓨터 관련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제품 구입을 한글 윈도95 발표 후로 미뤄와 올가을 유난히 심한 불경기를 치러야 했다.윈도95가 이렇게 화제와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컴퓨터 역사에서 갖는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우선 윈도95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관계를 역전시켰다. 소프트웨어 우위시대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이런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요즘 컴퓨터 광고에서자주 등장하는 「윈도95 인증 획득」이란 문구다. 윈도95 인증이란특정 컴퓨터가 윈도95를 작동하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인정한다는 의미. 이 인증은 미국 MS 본사가 외부업체를 통해 부여하고 있다.하드웨어가 특정 소프트웨어를 작동하기에 적당한지 검사받는 것자체도 드문 일이지만 컴퓨터 제조업체가 검사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일도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러한 광고는 컴퓨터 자체를 위한 게 아니라 윈도95를 알리기위한 광고라는 느낌마저 준다.물론 한국MS사의 김진아씨는 이렇게 말한다. 『윈도95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하드웨어나 주변기기가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활용하는데 불편이 따릅니다.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윈도95가 작동하기에 적합한 컴퓨터와 주변기기에는 인증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인증을 받지 않은 컴퓨터에서도 윈도95를 사용할 수있습니다.』윈도95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를 분리, 독립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개발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따라가는 소프트웨어 우위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윈도95가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8월24일부터 1년간 윈도95를 내장한 PC가 세계적으로 6천5백만대정도 팔릴 것이란 업계의 분석도 소프트웨어에 따라 하드웨어 판매량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윈도95의 독주현상은 국내에서도 두드러졌다. 삼성 삼보 등 국내PC 제조업체들은 윈도 95라는 하나의 운영체제 발표에 맞춰 자사신제품 스케줄을 맞추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등 MS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소프트웨어 업체도 한글윈도95 발매에 따라 일제히윈도95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는 등 모든 신제품 개발을윈도95에 맞췄다. 국내 컴퓨터업계 전체가 하나의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에 따라 움직인 셈이다.◆ 통신프로그램없이 MSN에 접속가능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도 윈도95 신드롬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MSN은 윈도95와 결합된 MS의 통신서비스. MSN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윈도95에 내장돼 있어 윈도95를 이용하면 이야기나 나우로윈과 같은 통신 프로그램 없이도 컴퓨터 통신을 할 수 있다. 윈도95를 통해 곧바로 MSN에 접속이 가능한 것이다. 컴퓨터와통신을 일체화시킨 최초의 프로그램인 셈. 윈도95와 MSN의 결합은PC와 정보 네트워크간의 장벽을 허문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물론 윈도95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통신은 MSN밖에 없다. 하이텔 천리안 등 국내 통신 서비스업체가 MSN에 대해 반발하는 것도이 부분 때문이다. 윈도95에 MSN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끼워 팔아 공정 거래를 해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윈도95를 구입한사람은 MSN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MSN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이에따라 통신시장을 잠식당할 위험에 처한 국내 PC통신 사업자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에 MSN의 끼워팔기 및 우월적지위 남용에 대한 입장을 설명한데 이어 윈도95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소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물론 MSN은 하이텔 천리안과 달리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통신망이므로 정보가 대부분 영어로 제공되고 MSN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사용자들이 널리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MS사의 인지도가 워낙 높은데가 MSN을 이용하면 인터넷 접속도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국내 PC통신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일부 PC통신 이용자들은 MSN을 통하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감을 표시한다.MS사가 『MSN은 인터넷에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SN을 통해 인터넷을 독점하려한다는 것이다.현재 인터넷에서는 기업의 각종 시장 조사와 상품광고는 물론 유권자들의 선거운동까지 이뤄지면서 세계의 여론창구 역할을 톡톡히수행하고 있다. MSN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MS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 통신 서비스 내용을 조정함으로써 여론 자체를 조정하고 관리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MS사가 MSN을 통해 인터넷을 정복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빌 게이츠를 빌 브라더란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한다. 빌 브라더는독재국가 아래에서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1984년」에 등장하는 독재자 빅 브라더의 이름을 딴 것. 이 별명은 MS사가 윈도95를 통해 컴퓨터 운영체제뿐만이 아니라 통신과 인터넷에까지 독점력을 넓혀 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실제로 윈도95를 사용하면 넷스케이프 등 다른 소프트웨어를 통한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제소가 미국 법무부에 들어와 있어 미법무부는 이에 대해 조사중이다.◆ 컴퓨터업계 변혁 몰고올 ‘태풍의 눈’그러나 윈도95가 갖는 의미와 부작용이 어떻든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도스(DOS)를 버리고 윈도95를 선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팔려나간 윈도95 소프트웨어와 윈도95가내장된 컴퓨터 숫자만 따져봐도 윈도95가 이미 새로운 운영시스템으로 순조롭게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알 수있다. MS사의 윈도95를대체할 획기적인 운영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지 않는한 윈도95 신드롬은 계속되면서 윈도95는 차세대 운영체제의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업계의 전망도 내년 이후의 컴퓨터 산업과 컴퓨터 사용문화가 윈도95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97년에는 국내에서 한글윈도95가 시장의80%이상을 석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윈도95의 성공은 MS사가 컴퓨터 제조업체 등 하드웨어 업체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과 MSN을 통한 컴퓨터 통신 시장 석권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는다는 의미를 갖는다.불과 몇 년전만 해도 IBM으로부터 컴퓨터 운영체제 개발을 의뢰받았던 소규모 업체였던 MS사가 컴퓨터 운영체제와 인터넷 등 컴퓨터통신까지 통합, 지배하는 컴퓨터 정보통신계의 맹주로 자리잡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윈도95 사야 하나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에게 가장 큰 관심은 윈도95를사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일반 사용자들은윈도95 바람에 휩쓸려 사지 않으면 괜히 뒤처지는 느낌마저 갖고있다.일단 윈도95 구입문제는 소유하고 있는 컴퓨터가 어떤 것인가에 달려있다. 가지고 있는 PC가 486급이나 펜티엄 기종이라면 윈도95를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기억용량이 8메가바이트(MB)는 돼야 기본적으로 윈도95를 사용할 수 있다.만약 기억용량이 이보다 적다면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밖에없다. 사용하는 PC가 최소한 32비트에 8MB는 돼야 윈도95에 욕심을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8MB의 경우 윈도95 설치와 사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두가지 작업을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PC가 486DX에 16MB는돼야 윈도95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다음으로 윈도95 구입 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다. 이전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중 몇가지는 아예 윈도95에서 실행조차 되지 않는다. 기존 응용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윈도95의 가장 큰 약점.그동안 컴퓨터에서 사용해왔던 방법과 즐겨 사용하던 소프트웨어가효과적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이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을 불안하게 한다.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은 윈도95의 운영체제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많은 타격을 받으면서까지윈도95를 구입해야하는 지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윈도95용 소프트웨어가 계속 개발되면서 이 부분은 점차 개선되겠지만 아직까진 윈도95에서 사용할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풍부하지 않다. 이 점이 윈도95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그러나 컴퓨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윈도95는 확실히 쉬운 운영체제다. 기존의 운영시스템인 도스(DOS)에서처럼 명령어를 따로외울 필요없이 마우스로 화면에 나타나는 그림을 보고 실행하고 싶은 명령을 지적하기만 하면 된다. 또 윈도95를 통하면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에도 별도의 다른 소프트웨어없이 곧바로 접속할 수 있어 컴퓨터와 친해지기가 훨씬 수월하다.때문에 지금 컴퓨터를 새로 구입해야 할 입장이라면 윈도95가 내장된 컴퓨터를 사는 게 좋지만 윈도95를 위해서 성급하게 PC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시킬 필요는 없다. 응용 프로그램이 좀더 개발되고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