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로 말한다면 세계에서 몇번째 안에 드는 나라. 그래서인지우리나라 관광객도 제법 많이 찾는 나라.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열병합발전소 관련 기술과 설비 기술을 팔고 있는 나라. 우리나라대부분의 제지공장이 이 나라 기계를 사용하고 있을만큼 우리나라기업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는 나라. 그런데 이 나라에는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세계 어디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군데 쯤 눈에 띄게 마련인 한국식당이 33만㎢(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넓은 땅덩이 속에 하나도없는 나라. 하물며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찾아 볼 수가 없는 조용한 나라라는 점이다.옛 소련 시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가 핀란드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의 주력 시장중 하나가 된 러시아와는 국경을 대하고 있고 생피터스버그는 물론 스웨덴 노르웨이를동일 상권에 두고 있다.새로이 독립한 에스토니아 등 발틱 국가와는 뱃길로 80㎞,인근 최대시장인 독일을 육로 해로로 일일생활권에 두고 있다. 우리로 볼때는 인구 3억의 신규 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성장시장(BEM,Big Emerging Market)인 셈이다. 여기에다가 95년부터유럽연합(EU)회원국이 됨으로써 동과 서 그리고 남을 연결하는 최적의 중계지가 되었다.물론 핀란드에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규제의 장벽이 없다.각종 국내외 투자제한 조치나 여신에 관한 정부의 규제도 없다.◆ 한국식당이 하나도 없는 나라그러나 선진국에 대한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는 반드시 목표시장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측면에서볼 때 인근에 방대한 시장을 두고 있는 핀란드는 밝은 전망을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급 제품을 위한 EU시장은 물론이고 값싼제품의 대량 판매가 가능한 신흥 시장도 옆에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보다 핀란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유인점은 무려 8백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와 독일의 영향을 받아오면서 터득한 이들 지역에 대한 완전한 이해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근의 최대 시장인 러시아와 유럽의 속내까지 모조리 터득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밖에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무역 새운송루트 개발한편 인종학적으로 핀란드는 우랄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 게르만노르만 켈트 슬라브가 대부분인 유럽 어느 어족과도 다르다.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아온 약소민족의 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만이 즐긴다고 생각해 온 마늘을 상용하는 민족이다.최근에는 한국을 찾는 이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늘어나면서 급기야는 무역관에 김치와 라면까지 요구해 난데없는 고민까지 안겨주고있다. 아마 식생활에서도 서로 닮은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옛 소련 체제의 붕괴로 가장 달라진 곳이 있다면 바로 핀란드 지역이 아닐까 싶다. 1979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핀란드 국경 가까운 소련땅 무르만스크에 불시착했을 때만 해도 핀란드는 얼마나 먼 곳이었던가. 그러나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종착역이 있는 이 나라는 이제 우리의 상품을 가장 값싸고 가장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중계지로 떠올랐다.역사상 국제무역이 새로운 운송루트의 개발에 크게 힘입었음을 상기할 때, 동과 서의 연결점 핀란드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전환점을맞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