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중소기업청을 신설키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하자 이제 관심은온통 중기청의 기능과 역할에 모아져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확실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진흥을 위해 통상산업부 산하에 중소기업청을 둔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만이 의결됐을 뿐이다. 중기청의 구체적인 기능과 조직등은 오는 2월중 마련될 새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그래서 중기청의 「할일」에 대해선 설왕설래만무성한 상태다.중소기업계는 새로 태어날 중기청이 「이러이러한 일들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정경제원 통산부 총무처등 중기청의 기능과 조직을 만들고 있는 관계부처들은 나름의 논리를 들이대며 줄다리기 양상도 보인다. 확실한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산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이와관련, 전문가들은 기왕에 만들기로 한 중기청이라면 출발때부터 자리매김을 제대로 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자칫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가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중기청에 관한한 커다란 원칙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올해 진흥기금 총 1조6천8백억원 배정키로정부가 제시한 원칙은 이렇다. 우선 중기청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집행업무를 맡도록 한다는 것. 박재윤통산부장관은 지난 5일 중기청 신설을 발표하면서 ?중기청은 새로운 시책을 마련하기 보다는이미 완성된 시책을 세부적이고도 현실적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중소기업 정책입안을 담당하고 있는 통산부의 기존 중소기업국과는분명한 역할분담을 해놓겠다는 의도이다. 따라서 중기청은 현재 통산부 중소기업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서로 나눠 수행하고 있는중소기업 지원의 집행업무를 떼어내 맡을 것으로 보인다.중진공이 현재 관리 운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창업및 진흥기금」을예로 들면 중기청의 집행업무가 보다 쉽게 이해된다. 중진공은 올해의 경우 총 1조6천8백억원에 달하는 이 기금을 중소기업에 배정할 예정이다.이 돈은 주로 △구조개선 △창업지원△지방중소기업 육성등에 지원된다. 지금 체제로는 통산부가 재경원등과 협의해 자금을 따내고중진공이 중소기업들의 손에 쥐어주는 형태다.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자금 배정기준이나 업체별 한도등을 정하는일은 통산부와 중진공이 그때 그때 분담해 하고 있다. 바로 이같은중간의 집행기능을 중기청이 맡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들이 이관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각종 중소기업 시책의 집행기능이 통산부 중소기업국과 중진공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중기청에 속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여기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과 중소기업간 거래실태조사 △외국인력활용 실태 및 사후관리 △중소기업의 애로 발굴과 정책효과 조사 등도 당연히 따라 붙을 전망이다.임래규통산부 중소기업국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제도와 시책은 많았지만 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실행할 조직과 인력이 부족했었다?며 ?중기청은 통산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등을철저히 집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마디로 중소기업 정책의 집행기준및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실효성을 평가해 정책의 피드백(Feedback)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임국장은 이를 ?중소기업 행정의 질적 향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중기청 설립에 관한 두번째 원칙은 기존의 공업진흥청 조직과 기능을 토대로 한다는 점이다.현재 공진청의 품질관리나 표준화(KS) 업무를 제외한 △기술향상△자동화 정보화 신기술사업화등 구조조정 △경영안정 업무는 모두중기청에 남긴다는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다시 말해 중기청이중소기업에 대한 경영및 기술지원업무를 총괄하게 된다는 얘기다.공진청의 품질관리와 표준화 업무는 국립공업품질원으로 명칭이 바뀌는 국립공업기술원에 이관될 예상이다.세번째 원칙은 중기청을 통산부 산하에 둔다는 것이다. 이미 중기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서도 이는 분명해졌다. 당초 중기청에 보다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등 별도 기구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통산부 산하로 결론이 났다.이같이 대강의 원칙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불확실한 부분이 많고 논란거리도 적지 않다.대표적인게 중소기업 관련 금융지원업무의 관장기능이다. 구체적으론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등 3개 금융기관의감독권을 중기청에 둘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점이다.◆ 수립·집행한 정책의 실효성 평가 강화돼야이 문제는 당초 통산부 중소기업국의 실무레벨에서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었다. 이들 3개 기관의 감독권을 쥐고 있는 재경원은 물론 「결사 반대」였다. 이를 놓고 통산부와 재경원은 힘겨루기의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는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정책추진에쇳소리가 나는걸 용인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에 밀려 일단은 통산부가 양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중기청이 중소기업 지원업무 총괄이라는 명분에 맞게 일을 하려면실질적인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여서다.기술지도나 경영안정등 「간접적인 지원」도 긴요하지만 실제 중소기업들은 자금지원이라는 「직접적인 처방」에 더욱 목말라하고 있다. 따라서 중기청이 중소기업지원의 핵심이랄 수 있는 금융지원업무를 총괄하지 못한다면 「알맹이 없는」기관으로 전략할 수 있다는게 중소기업계의 지적이기도 하다.또 중기청에 지방조직을 둘 것이냐는 점도 풀리지 않는 사안이다.업계는 중기청이 중소기업들의 피부에 와닿는 지원을 하려면 「손과 발」이 될 지방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산부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그러나 통산부는 중기청 설립초기엔 지방청의 설치등을 추진하지않을 예정이다. 일단은 중진공의 12개 지역본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중기청 단독으로만 출범시킨후 나중에 상황을 봐가며단계적으로 지방청을 확보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감독기능도 줘야중소기업계는 이에대해 다소 불만스런 표정들이다. 설립초기부터?기름 빼고 따귀 빼고 나면 무엇이 남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한다. 충분한 사전준비없이 서둘러 기관의 신설을 추진하는 바람에중기청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일부에서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용」이란 냉소가 흘러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어쨌든 중기청의 구체적인 기능과 조직등은 내달중 마련될 정부조직법에 담길 예정이다. 시행령 안은 현재 통산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통산부는 이를 재경원 총무처등과 협의해 내달 초까지는 확정한다는 목표일정을 잡아놓았다. 늦어도 2월말까지는 중기청이 간판을달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때까지는 중기청의 기능과 조직에 관한한「함구령」이 떨어져 있다.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의 부처간 이견노출을 꺼려서다.중기청 설립과정을 바라보는 중소기업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슴설레고 있다. 「옥동자」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과 다를게 없다.중기청의 탄생이 중소기업의 오랜 숙원을 푸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가 「물거품」으로 꺼져 버릴지는 좀더두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