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바뀌면서 독일 중소기업들의 특성도 변화하고 있다. 독일기업가들은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일등공신이다. 그들은 보잘 것없는 소규모 기업을 세계 수출무대의 주역으로 변신시키면서 전후경제기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이제 이들 전쟁세대 기업가들이 화려했던 경제무대에서 은퇴하고 있다.독일 본에 위치한 중소기업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오는 2천년까지독일 기업의 10%에 해당하는 약 30만개의 미텔슈탄트(중소기업)가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중 소유주의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회사는 절반도 채 안된다. 나머지는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주식시장에 팔려나가 M&A의 먹이가 될지, 사내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사들이는 경영자매수(MBO)의대상이 될지 아니면 완전히 문을 닫아버릴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이런 기업들 가운데는 독일 최강의 수출업체들도 많이 들어있다.최근 조사된 독일 최우량 5백대 미텔슈탄트중에는 가족소유거나 가족이 대주주인 업체가 75%를 넘는다. 기업소유주가 직접 경영하는경우도 3분의 2에 달했다. 이들 업체들의 수출액은5백억마르크(3백50억달러)로 독일 총 수출액중 10%를 차지한다.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이 이들 기업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최우량5백대 미텔슈탄트 조사를 담당했던 헤르만 시몬은 지적했다. 이들전통깊은 미텔슈탄트중에는 요즘 유행하는 경영방식을 받아들이는업체들도 있다. 예컨대 핵심사업에 주력하거나 틈새시장에서 큰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경우이다.그러나 아웃소싱(업무의 외부위탁)이나 제휴 등 다른 경영기법에대해서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비단 최신경영기법을 멀리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첨단 정보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거나독재적인 사장을 좋아하는  낡은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 중소업체들의 앞날을 가로막는 장애이다.앞으로 미텔슈탄트를 이끌게 될 새 주인과 경영자들은 효율적인 경영관행은 유지하면서 나쁜 경영습관은 일소해 버려야 하는 무거운짐을 안고 있는 셈이다.◆ 높은 세금과 규제, 2세 기업가 정신 약화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모든 미텔슈탄트가 프로미넨트 도지어테크니크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프로미넨트는 정량펌프(정량의 화학품을집어올리는 기구)생산업체로 연간 매출이 2억3천만마르크(95년전망치)정도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그러나 27개의 해외 자회사를 거느리고 세계 최대의 소형전자펌프업체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비결은 생산 및 연구시설의 해외이전이다. 프로미넨트는 현재 총 매출의 15%를 해외 생산및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몰타와 중국 등 임금이 싼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김으로써 독일안에서 회사를 경영하는데 따르는 높은 비용을 상쇄시키고 있는 셈이다.이 회사의 창업자인 빅터 둘거는 앞으로 2~3년안에 두 아들에게 모든 회사운영권을 넘겨줄 계획이다. 이들 두 아들의 전공도 각각 경제학과 기계공학으로 사업성격과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해피엔딩이 흔한 것은 아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헬무트 콜독일 총리가 「자립」정신을 누누히 강조해왔지만 젊은이들에게 쉽사리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 요즘 독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대가 가졌던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란 힘든 일이다. 여기에 높은 세금과 규제가 기업가 정신약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최근 독일 헌법재판소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도 일반 재산과 똑같은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기업을 물려주는데는 큰 비용이 들게 됐다. 결국 상속자녀들이 물려받은 돈을 챙긴채 세금을 피해 도피할 가능성만 높아졌다.이런 기업가 정신의 「계승위기」와 기타 경제여건 변화가 맞물리면서 미텔슈탄트들은 변신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몰렸다. 파리소재 경영대학원 다니엘 뮤지카 오브 인세아드가 조사한 6개 미텔슈탄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업체들은 경영인들이 나서서 낡은관행을 깨고 회사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우선 상품개발의 주도권을 엔지니어에서 고객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있다. 서로 단절됐던 부서들간에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체제도 정비했다.이런 혁신들은 모두 새 사장 취임에 뒤이은 것이었다. 최근까지베바스토는 미텔슈탄트의 전형으로 꼽혔었다. 베바스토는 연간매출 17억마르크를 헤아리는 93년된 가족소유형 업체로 차양지붕과 자동차용 히터 등 2개 품목에서 세계최대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그러나 95년 이 회사창업자의 후손인 베르너 바이에르 회장이 전격은퇴했다. 나이는 52세. 아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베르너의 조기은퇴는 외부 자동차 회사에서 영입한 2명의 전문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기 위한 조치였다. 엔지니어 출신인 베르너 전회장은 자신이 회사를 운영할만한 교육이나 기타 배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 회사간부는 전했다.외부의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자마자 변화가 즉각 뒤따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마케팅이었다. 우선 광고가 강화됐다. 광고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명의 직원이 여러명의고객에게 물건을 팔던 기존 세일즈맨 시스템은 사라졌다. 대신 고객 단 한명의 목소리를 회사의 모든 부서에 전달하는 고객의 특사가 등장했다.독일 미텔슈탄트의 신세대 주인은 누가 될까. 대개 창업자의 후손이 소유권을 쥐게 되지만 경영은 외부 전문경영인의 손으로 돌아간다. 창업자의 자녀들은 회사경영에 서투른 탓이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요즘 미텔슈탄트의 주거래은행들은 헤드헌터(인재를 스카웃하는 사람이나 업체)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은일자리에 맞는 경영자를 찾아주기 보다는 일거리를 경영자에 끼워맞추려고 하고 있다.전문경영인을 원하는 소유주들은 때때로 비상수단까지 동원한다.롤러 생산업체 텐테의 소유주는 최근 사외이사제를 도입했다. 회사간부에 대한 인사 및 봉급결정, 주식배당 등 모든 결정권을 이들사외이사진에게  넘겨버렸다.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인수희망자들은 많다. 시장점유율 수익 소유주에 대한 배당금 등이높은 중소기업이라면 탐내는 인수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특히 기업의 기존 경영자가 도산이나 파산위기에 처한 자기 회사를아예 인수해 버리는 경영자매수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는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MBO의 자금을 대주는 속칭 「백기사」들이외국에서 독일로 몰려들고 있는 데서도 일부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외국의 MBO자금지원업체들이 포화상태가 된 자국시장에서 독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이로인해 독일 중소기업계에는 새로운 형태의 지주회사가 생겨나고있다. 기업을 사들인 새 주인들은 대부분 그 회사의 기존 성격을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주회사 인두스 홀딩은 18개 자회사에 거의 완전한 독립경영권을 줬다.이 회사의 빈프리트 킬 회장은 자회사들간 시너지효과를 얻으려는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포스트 미텔슈탄트 세계 적응해야세계적인 컴퓨터화 열기속에서도 킬 회장은 전체 그룹을 잇는 컴퓨터시스템 구축사업을 꺼려하고 있다. MBO의 경우 전 소유주는 통상소주주로 남게 된다. 그러나 회사이미지의 일관성 유지에는 가煞한신경을 쓴다. 기존 경영자들이 소유주로 변신하기 때문에 독일 중소기업의 중앙집권적인 경영전통은 계속 유지된다.그러나 킬 회장이 영입하는 자회사의 사장들은 단지 고용인일 뿐이다. 회사경영실적에 따라 봉급수준이 결정된다. 사업실적만큼 자기에게 이익이 떨어지는 소유주와는 다르다. 백기사들이 개입한MBO업체들은 결국 주식공개나 대기업인수 등으로 결론을 맺을 수밖에 없다. 백기사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인수했던 경영자들은 소주주로 전락한다. 백기사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탓이다.일부 업계관계자들이 기업의 독립권보장을 위해서는 MBO보다 시장공개가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많이 창업돼 미텔슈탄트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독일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와관련, 위험을 감수하지않으려는 요즘 독일 젊은이들의 성향탓에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리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그러나 실제 문제는 다른데 있다. 창업정신의 결여보다는 새회사,특히 제조업을 제궤도에 올려놓는데 실패한다는 것이 더 큰 장애이다. 영국의 벤처캐피틀업체는 독일 벤처기업에는 자금을 대주지 않는다. 영국벤처기업보다 몇배나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쉴리터헨릭센 사장)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창업한 기업중 제조업은 1%에불과했다. 대부분은 서비스나 무역업체였다.설상가상으로 요즘 독일의 신설 하이테크 중소기업들은 선대보다훨씬 빠른 속도로 회사를 팔아치우고 있다. 뮌헨에 위치한 멀티미디어업체인 스페아소프트웨어는 86년에 설립됐지만 벌써 미국회사에 매각됐다.이 회사의 창업주는 독일의 경제주간지 비르츠샤프츠보케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일에서 고속성장하는 기업의 자금줄을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스페아의 매각이 독일 경제의 비극은아니다. 다만 독일인들이 「포스트 미텔슈탄트」 세계에 적응해야한다는 신호일 뿐이다.「The Mittelstand meets the Grim Reaper」 Dec. 16, 1995, ⓒ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