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 허영호. 최근 그가 설악산 권금성 봉화대에서 셀룰러폰을 들고 통화하는 광고사진이 중앙일간지에 잇따라 연재되고 있다. 혹한과 고지대에서도 통화할 수 있다는 셀룰러폰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허영호씨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광고에는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란 문안이 쓰여져 있다.세계 최고의 산악인처럼 세계 유수의 셀룰러폰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또한 「한국인이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우수한 셀룰러폰임을보여주기 위해서 「전기종 리튬이온 배터리 채용」과 「최장 40시간 사용」이라는 선전 문귀도 실려있다.그러나 현실은 광고처럼 장미빛이 아니다. 광고와 달리 우리의 기술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샐룰러폰에장착하는 건전지는 모두 일본제라는 슬픈 현실에 직면한다. 도시바와 산요의 리튬이온전지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한다. 초경량 초소형셀룰러폰이 되기 위해서는 전지규모가 작고 용량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8백억원 규모의 2차전지중95%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이동통신 급속한 보급으로 수요 폭발적증가세계적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전량을 수입해서 사용해야하는 리튬이온전지는 2차전지중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차세대전지. 전지는 일반적으로 한번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재충전해서 사용가능한 2차전지로 대별된다. 2차전지는 반도체, 박막액정화면(TFT-LCD)과 함께 정보통신사업의 「3대 신품」중 하나로 불린다. 반도체는 뇌, LCD는 얼굴, 2차전지는 심장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니카드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이온전지 등이 대표적인 2차전지다.현재 2차전지는 주로 셀룰러폰 캠코더 노트북PC 등 소위 「3C」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무선전화기(Codeless Phone) 자동면도기 워크맨 등에도 쓰인다. 최근 이동통신의 급속한 보급으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의 세계시장 규모도 올해 41억달러에서 2천년에는 1백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처럼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2차전지 시장에 대기업들이잇따라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하나로 「돈을끌어 모으는 현실」에 자극받아 차세대 유망시장에 대거 진출하고있다. 로케트 서통 등 기존 전지업체 이외에 태일정밀 삼성전관 등신규업체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로케트전기 조승옥 이사는 『전지가 단순하게 보여도 관련 기술이다양한 산업』이라며 『대기업들이 실험실용 2차전지 생산에는 성공할지라도 양산할 때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경험과 전지소재산업의 계열화가 미진하기 때문에2차전지에 참여한 대기업들중 끝까지 버틸 기업들이 결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대기업들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전지소재 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한2차전지 기술자립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소의 문성인 전지기술연구팀장은 『반도체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일본업체들은 전지핵심기술 이전을 극히 꺼리고 있다』며 『카본이산화망간 전해물질 등 전지소재를 독자개발해야 일본업체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정부도 2차전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육성책 마련에 나섰다. 통상산업부 전자부품과 용환덕씨는 『이미 장관한테 2차전지 육성방안을보고한 상태다』며 『생산라인 설치지원과 관세율 조정 등으로 국내업체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는 2차전지. 이동정보통신업의 무한한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2차전지 시장규모도 무한대로 늘어날 것으로보인다. 누가 얼마만큼 기술력을 축적하느냐에 따라 황금어장을 놓고 일본기업과 자웅을 겨룰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참가중인 업체의 준비상황을 살펴보자.◆ 로케트전기국내 유일 2차전지 메이커, 작년 1백80여억 매출로케트전기는 현재 국내 유일의 2차전지 메이커다. 니카드전지는월 1백20만개(Cell), 니켈수소전지는 월 2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지난해 로케트전기의 총매출액 9백억원중 2차전지는 20%인 180여억원. 올해는 예상매출액 1천억원중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로케트전기의 니카드전지는 주로 국산 셀룰러폰이나 노트북PC의 일제 2차전지 대용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가격과 품질에서 일제보다뒤처져 셀룰러폰이나 노트북PC에는 장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LG나현대 한창 등 정보통신기기업체에 부분적으로 납품하고 있다.니켈수소전지도 본격 증산할 계획이다. 올해안으로 월 60만개 생산설비를 가동할 방침이다. 지난 94년 자체 개발한 리튬이온전지를97년부터 대량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종합기획실 기획팀 장충일 과장은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전임직원이 2차전지에 사운을 걸고 있다』며 『그간의 생산경험과 기술력을바탕으로 2차전지 메이커로 변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통니카드전지 니켈수소전지 연구개발 성공서통도 니카드전지와 니켈수소전지의 연구개발에 성공했다. 고도의조립기술과 전기공학을 필요로 하는 팩(Pack)전지 사업에 역점을두고 있다.현재 서통은 니카드전지를 매월 50만개씩 마쓰시타전기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다. 지난 94년말에는 한국전기연구소와 3년간에 걸친 공동연구 끝에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태일정밀소규모생산라인 구성, 리튬이온전지 조기양산 목표태일정밀은 리튬이온전지의 조기양산으로 2차전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의폴리스터(Polyster)사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6백만달러(약50억원)를 투자한 끝에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현재 성능시험중이나 『일본 소니사의 리튬이온전지보다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다만 안정성 제고를 위해 보완 작업을진행중이다.태일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6월말까지 월 3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소규모생산라인(Batch System)을 완성할 계획이다. 설비자금1천2백만 달러를 포함, 총 2천4백만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앞서 6월초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가 8월부터는 본격생산에 들어간다는 복안이다.현재 문제는 배치시스템에서 얼마나 빨리 양산단계로 옮겨가는가하는 점. 이행속도에 따라 연구개발비 등 초기적자를 최단시일안에뽑아낼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 있다. 태일은 가급적 내년중 월 1백만개를 생산하는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산체제에 필요한2억달러는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조달할 방침이다.정강환 사장은 『태일의 리튬이온전지가 본격 생산될 경우 한국과일본의 2차전지 기술격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이라며 『무한대에달하는 2차전지 산업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관니켈수소전지 부품개발에 97년까지 3천억원 투입대기업중에서 2차전지 생산에 가장 큰 의욕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관. 삼성그룹은 지난 94년 상반기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관으로전지사업팀을 이관했다. 이관당시 삼성전자는 미국오보닉사(Ovonic Battery Company)와 기술협약을 맺고 니켈수소전지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별반 성과없이 끝나자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반도체도 개발한 회사가 이까짓 전지하나 개발못하느냐』며 사장단회의에서 2차전지를 집어던졌다는 얘기도 있다.현재 삼성전관은 장윤환 부장을 팀장으로 20여명의 연구원이 니켈수소전지와 리튬이온전지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삼성전관은 일본 유아사(YUASA)와 니켈수소전지의 소재 부품 생산기술을 공동개발한다는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97년 양산을 목표로3천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천안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현재부지조성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장윤환 전지사업팀장은 2차전지 진출동기를 『셀룰러폰 캠코더 노트북PC 등 전자제품의 수요충족과 전기자동차개발에 필요한 전지를개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에 발표된대로 니켈수소전지만 생산할지 아니면 곧바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생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삼성전관이 기술협약을 맺은 유아사는 리튬이온전지의 생산라인보다 연구개발부문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전지 생산업체인 소니와 산요 마쓰시타가 핵심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삼성전관은 현재도 리튬이온전지의 기술제휴선을 확보하기 위해 소니 마쓰시다 산요와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금속올해안 리튬폴리머 전지 개발 완료키로LG그룹도 2차전지 개발에 일찍부터 참여해 왔다. 지난 93년에 영국의 AEA 테크놀러지사와 공동으로 리튬폴리머전지를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올해안으로 개발완료한할 계획이다.그러나 LG금속 전지사업화팀의 김수령 박사는 『리튬폴리머전지는당장 상품화하기 힘들다』며 『니켈수소전지의 양산에 관심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현재 LG금속은 98년부터 니켈수소전지를 대량생산하기 위해서 도시바로부터 생산라인을 도입, 정읍에 설치중이다.이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에 기술연수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대우전자이스라엘 티디란사와 리튬이온전지 공동생산대우그룹도 지난 93년 5월 리튬1차전지 전문업체인 테크라프를 인수하면서 전지산업에 본격 참여했다. 테크라프는 군수용 무전기에사용되는 SOCL2건전지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대우전자테크라프 대우전자부품 등에 2차전지 개발팀을 가동중이다. 최근대우전자는 이스라엘의 티디란사와 리튬이온전지를 공동생산한다는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생산연도와 생산규모에 대해서는 양자가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재충전용 알카라인전지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영풍은 캐나다 BTI사로부터 재충전용 알카라인전지의 기술 및 생산설비를 도입했다. 현재 2백50억원을 투자, 안성에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3월에 공장이 준공되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방침이다. 영풍은 알카라인전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본격적으로 2차전지에 참여할 계획이다.★ 인터뷰 / 조승옥 로케트전기 이사『앞으로 생산라인을 대폭 확충, 본격적으로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겠습니다.』국내 최대 최고의 전지메이커인 로케트전기가 2차전지에 승부를 걸고 있다. 로케트테크니컬센터의 책임자였던 조승옥 이사를 영업담당자로 임명하면서 2차전지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조 이사는75년 입사이후 줄곧 기술연구 계통에 몸담아 왔다.▶ 로케트 전기의 95년도 경영실적은.지난해 9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알카라인전지나 망간전지 등 1차전지가 80%, 니카드전지와 니켈수소전지 등 2차전지가 20%를 차지한다. 올해는 1천억원의 예상매출액중 2차전지의 비율을 30%까지끌어 올리겠다.▶ 외국산 전지의 대량 수입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1차전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외국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국산은 우리보다 가격이 떨어지고 일본산은 품질면에서 대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2차전지는 당분간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명이 끝난 일본제품의 대체용으로 당분간 판매할 계획이다.▶ 로케트전기의 2차전지 생산현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1차전지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2차전지의생산라인 확충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사실 로케트전기는일찍부터 2차전지 개발에 나서, 지난 77년에 니카드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83년부터 생산라인을 갖췄지만 국내 수요가 적어 대량생산을 미뤘다. 하지만 휴대폰이나 노트북PC 등의 대량보급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연말을 기준으로 월 1백20만개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업체인 마쓰시타나 산요의 월 4천만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올해안으로 월 1백5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니켈수소전지도 지난 91년에 이미 개발완료한 바 있다.▶ 삼성전관 등 대기업들의 2차전지 참여에 대한 대응책은.로케트전기는 지난 46년부터 전지를 생산해 왔다. 전지산업은 특히생산경험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로케트전기의 50년간경험은 대기업들이 자금이나 인력으로도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과 고급인력을 투입,연구용으로 개발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생산하기까지는 많은 장애가 따를 것이다. 비록로케트전기가 규모는 작지만 오랜 생산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하고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이 발전하려면.2차전지의 핵심소재를 국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들이2차전지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동정보통신의 발달로 2차전지시장이 무한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들 대기업들이 국내 2차전지 기술발달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다. 니카드와 수소저장합금, 이산화망간 등 핵심 전지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핵심소재를 국산화하지 못한다면 일본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을엄두도 못낼 일이다.국내 대기업과 기술협력을 체결한 일본업체가 이들 핵심소재를 전수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 전지생산업체와소재생산업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이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차전지 생산업체로서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반도체 LCD와 더불어 2차전지가 전자산업의 핵심인 만큼 정부의 각종 금융 세제상의 지원이 아쉽다. 사실 2차전지 생산라인 하나를설치하는데도 수백억원의 돈이 소요된다.매출액이 1천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다양한 생산라인을 도입하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현재 연구용에 한정된 핵심설비 수입품에 대한 관세감면혜택을 생산설비용으로까지 확대했으면 한다. 또 2차전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조체계가 구축돼야 한다.일본의 경우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업체간의 상호역할분담과 협조가 잘 되고 있다. 우리도 시급히 효율적인 산학연 협조방안을 가동해야 한다.끝으로 국내전지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6월말로 끝나는 조정관세를 당분간 연장했으면 한다. 2차전지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는 만큼 국내업체가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정책적으로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