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매장 단점보완, 다양한 브랜드, 싼 값이 매력

터키에 사는 한국인의 60%는 이스탄불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들르는 곳은 「마크로」 아니면 「카푸」다. 특히 94년 11월에 개장한 카푸는 도심에서 40km정도 거리에 있지만 기존의 창고형 할인매장이 가진 단점을 보완한 편리함때문에주말 쇼핑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집근처 슈퍼마켓을 마다하고 카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물건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창고형 매장과 달리물건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처럼 주인이 옆에 서있지 않으므로 부담없이 필요한 물건을 고른 다음 출구쪽 계산대에서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둘째는 필요한 양만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고추 한개가 필요하면한개만 저울에 달아서 산다. 종래의 창고형 마켓에서는 참치캔을박스단위로만 팔아서 한번 쇼핑하면 몇달씩 냉장고에서 굴러다녀야했으나 이러한 낭비요인이 없어서 좋다는 것이다.셋째는 없는 물건이 없다는 점이다. 식품이나 주방용품은 물론이고전자제품 완구 문구 시계 자전거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없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물론이고 제품별 브랜드도 다양하다. 전자제품코너에서는 일본제 독일제 등 세계적인 유명브랜드가 터키제품과 나란히 진열되어 있어서 가격과 품질을 한자리에서비교하면서 살 수 있다.◆ 창고형 매장 메메트로?의 아성 무너져넷째는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많이 진열하고편리하게 팔더라도 값이 비싸면 백화점 바겐세일 기다리듯 평소에는 발걸음이 뜸하기 마련이다. 도매상을 겸하고 있으니 연중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슈퍼마켓보다 20%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섯째는 무엇보다 기동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관계로 대부분의 소비자가 자동차로 이곳을 찾는다. 특히 주말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충분한 주차시설을갖추고 있어서 걱정이 없다. 80개가 넘는 계산대에서 손님들이 밀물처럼 밀려나와서 차를 타고 썰물처럼 떠난다. 사방으로 통하는교차로를 의미하는 카푸란 말 그대로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잡고있다.편리한 것은 주차문제뿐이 아니다. 생선코너에서는 구이용 찌개용생선회용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손질을 해준다. 모든 품목은 바코드에 의하여 관리된다. 회원제가 아니므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연다. 물론 주말에도 문을 연다. 직장인들이 언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종래의 창고형 할인매장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슈퍼마켓보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이러한 형태의 슈퍼센터가 터키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어 가고 있다. 1990년에 개장한 대표적인 창고형 매장인 「메트로」가 그 동안 누려온 아성이1994년 11월 23일에 개장한 카푸에 의하여 불과 6개월만에 무너져버렸다. 메트로는 할인공세, 아침 7시 개장 등으로 회복에 나서고있지만 한번 돌아선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은 이미 늦은 것같다. 음식점등 대량 수요처들만이 일부 할인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메트로를 찾을 뿐이다.실제로 카푸에서 만난 메랄이라는 주부는 자기 남편이 메트로에 근무하고 있지만 메트로의 문제점을 보완한 카푸가 훨씬 편리하여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그녀가 지적하는 창고형 마켓의 단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창고형 매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부자유함이 있고 대량구매만가능하며 전자제품등에 대한 테스트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몰려오는 서구 유통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치르게 될 우리 유통업계에 터키 카푸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고급품을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 주었다는점이다. 소니 필립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판매함으로써 여타 창고형 매장과 차별화를 기했다. 매장내 데코레이션도 고급스럽게 했다. 80개가 넘는 계산대에서 판매시점관리 전산시스템을 도입하여매장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젊은 점원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매장을 달리면서 고객을 친절히 도와준다. 한마디로 백화점같은 할인매장이다.그러나 카푸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지난이 문제될 것이다. ㎡당 10달러내외로 거래되는 터키의 상업용지 시세와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세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의 교통난도 불리하게작용할 것이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하는 서울에서 가격이약간 싸다고 자동차로 이런 매장을 찾아서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다.따라서 대형 슈퍼센터와 함께 상권별로 분점을 설치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터키에서도 이러한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미그로스(MIGROS)」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 선보이기시작한 마크로도 유사한 영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도심의 중산층을 파고 들어 성공한 사례다.터키에서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그로스는 최근 급성장을 보이고있다. 94년 터키경제가 마이너스 6.1% 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서도미그로스는 순이익 77% 증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95년의실적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미그로스의 경영을 잠시 살펴보자.◆ 미그로스, 첨단 백화점에서 방물장수까지 망라터키내 유통업계의 선두주자인 미그로스는 터키 유통시장의 80%가재래시장이라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출발했다. 재래식 구멍가게는골목골목 산재해 있으면서 집까지 배달해준다는 편리함이 가장 큰장점이다. 그러나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불만이 있다.이에 따라 미그로스는 매장의 타입을 3가지로 세분화했다. 메1M 미그로스?는 100평이하의 매장을 가진 하이퍼마켓형이다. 메2M 미그로스?는 100평에서 600평 사이 규모의 매장유형이다. 대형 매장인메3M 미그로스?는 600평이상 규모의 매장이다. 물론 매장유형에따라 판매물품의 종류가 달라진다. 1M은 식품위주의 매장이다.2M은 가정용품도 널리 취급한다. 대형매장인 3M은 이스탄불시 주요상권별로 4개소가 배치되어 있다. 3M은 같은 치즈라도 국내산과 수입품이 망라된 다양한 브랜드를 비치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주거지역을 차량으로 순회하면서 판매하는 미그로스 이동슈퍼도 그 편리함으로 일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첨단의 백화점에서 근대화된 방물장수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다고나 할까?90년대들어 터키 경제의 성장과 함께 본격적인 고속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그로스는 95년 12월 현재 총 74개의 체인점을 가지고있다. 종업원이 2천8백명을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상장회사이다. 2000년까지는 체인점포수를 1백개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별도로 7백종 내외의 식품과 가정용 소비재를 판매할 할인매장도 95년 11월초에 개장했다. 이 또한 1백50개로 확대한다는계획이다. 이를 통해 2000년까지 매출액을 5배로 증가시켜 연간 매출액 15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불렌트 사장의 야심이다.1995년 터키 유통업계에 또 다른 총아로 등장한 것이 빔(BIM)이다.95년 9월에 선을 보인 할인매장은 95년말에 점포수가 이미 100개를넘어섰다. 96년에는 3백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들은 약 6백종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판매한다. 이들의 성공요인은 기존 유통업체들이 간과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한 데 있다. 기존의 유통업체들은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창고형 시장은 자가용이 있는 소비자만이 이용 가능하고 근대화된 슈퍼마켓들도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만을 찾아서 점포를 개설했다. 누구도서민층 거주 지역을 주목하지 않았다.빔은 이스탄불에서도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슈퍼와 달리 중급이상 품질의 제품만을 공급하고 있다. 브랜드 없는 저급품은 일체 취급하지 않는다. 매장규모는 100평에서 250평 사이이다. 체인망을 통하여 상품을 조달하므로 기존의 슈퍼마켓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있다. 하이퍼마켓보다도 10%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 판매담당의설명이다. 그대신 정기바겐세일 등의 추가 할인은 일체 없다. 할인된 가격의 정찰제로 운영된다. 제조업체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한 가격인상도 없다는 것이 그들의 경영방침이다. 서민층에 양질의제품을 공급하는 빔은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1백미터 경주를 하는 속력으로 마라톤코스를 달리고 있다?고 비유되는 터키 유통산업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터키의 인구구성과 경제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80년대이후 매년 5% 내외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터키 경제가 1994년에 잠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1995년에는 다시 7.1% 성장을 보여 원상회복에 성공한 것이다.OECD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5년간도 5% 내외의 성장이 예상된다.터키인구는 6천2백만명이 넘는다. 소득수준 상위 15% 내외의 터키인은 1천만인구의 벨기에 국민소득과 유사한 생활수준을 즐기고 있다는 말로 터키시장의 구매력을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중요한 것은 터키 소비층의 구조변화이다. 먼저 인구증가율이 매년2%를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의 절반이상이 29세 이하의 젊은층이다.여기에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이스탄불시 인구가 매년40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1970년에 35%를 점유하던 도시인구 비율이 85년에는 거의 50%에 접근했고 90년 인구센서스에서는 65%를 넘고 있다. 이들 도시화된 젊은 소비자들은 서구문화에 쉽게 적응해 간다. 그들은 나이키등 외국상표를 선호하고유행에 민감하다.◆ 저렴한 노동력·부지, 정부지원 토대로 성장그 단적인 예로 메캐터필러 부츠? 선풍을 들 수 있다. 1백달러가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터키 여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여 95년 한해에만 2백만달러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96년에는 40만족이상의 매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유사품이 속출하고 있다. 3천달러를 넘지 못하는 터키의 GNP 수준만을염두에 두면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여기에 터키 유통시장의 장래를 밝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96년 1월부터 터키와 구주연합(EU) 사이에 관세동맹이 발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유명브랜드가 관세없이 터키로 진출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터키의 외국산 수입의류 가격이 현재보다 30%정도 낮아지게 된다.이러한 변화에 뒤질세라 서구의 유통업체들이 터키로 몰리고 있다.카푸, 콘티넨트, 스파, 괴트젠, 에이스, 바우하우스 등이 이미 터키에 진출했다. 영국의 막스 & 스펜서도 95년 9월에 이스탄불에 개장했다. 오스틴도 이미 11월에 앙카라로 진출했다. 미국의 월마트도 1억달러 내외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터키의 개방적인 경제정책이다. 우리가선진국의 잣대로 생각하고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OECD, 터키는1961년 OECD 창설 당시의 멤버이다. 그만큼 경제개방을 일찍부터추진해왔다. 물론 유통업도 일찍부터 개방했다. 단순한 개방정책이아니라 투자장려업종으로 지정하여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해 온 것이다. 그 결과 스위스의 유통업체 미그로스에서 배워 터키의 미그로스에서 시작된 유통근대화는이제 그 꽃을 확짝 피우게 되었다.이러한 정부차원의 배려와 함께 저렴한 노동력과 부지확보의 용이성도 유통업의 좋은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탄불간선도로인 E-5 도로 주변땅값은 ㎡당 1백50달러를 웃돌고 있으나우리나라의 부동산시세에 비하면 아직은 저렴한 편이다.평소에 굳게 닫혀 있던 이스탄불의 영국영사관 철문이 95년 가을에일반인에게 활짝 열린 일이 있다. 영국의 대표적 브랜드의 하나인바바리의 이스탄불진출 기념행사를 위해서였다. 영국 정부가 앞장서서 터키 유통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 업계와 정부도 한번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