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이 불과 수주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전국이 선거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집권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것인지, 또다시 과거의 선거가 보여줬던 실망스런 지역연고주의의 재판이 될 것인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처럼 어떤 결과가나타날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사회를 끌어가는 중요한 변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이번 선거는 그러나 비단 결과만이 주목받는 게 아니다. 한창 진행되고 있는 양상을 지켜보면 이번 선거는 국내 선거사상 새로운 이정표로 삼을 만한 큰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바로 「전자민주주의의 출발」이라는 팻말이 선거전을 앞두고 우뚝 꽂힌 것이다.전자민주주의는 단순한 자기소개와 정견발표에서 유권자들의 의견수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또 개별정치인차원에서 대화방이 열리기도 하고 정당차원에서 각당을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나아가 하이텔이나 천리안등국내PC통신망을 이용하기도 하고 인터넷상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한다.현재 총선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중 국내PC통신에 자신을 소개하는코너를 개설한 인사는 대략 60명선. 이들이 개설한 코너에는 한결같이 「정치인 OOO은 누구인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에 이르기까지 소개방과 대화방이 마련돼 있다.또 민주당의 박모의원은 직접 컴퓨터통신에 나서 회사원 고교생 등시민들과 2시간이 넘는 온라인토론을 통해 정치권의 사정문제와 역사바로세우기와 같은 정치현안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4.11총선에서 20대 유권자수는 9백만명을 넘어 전체의 2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자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분석됐던 젊은층 유권자들을 한발 앞서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PC통신을 즐기는 젊은 유권자들은 유세장에가지 않고도 출마자들의 공약을 듣고 곧바로 자신의 견해를 전자우편으로 띄우고 있다.컴퓨터통신에 「폴네트」란 전자민주주의의 광장을 열어 각광을 받았던 홍석기씨(정치평화연구소장)는 컴퓨터의 폭넓은 보급과 정치인들의 참여로 인해 『이번 선거가 텔레비전선거에서 컴퓨터선거로넘어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각 정당들도 PC통신을 이용하는 젊은 부동표를 외면하지 않는다.신한국당(go nkp) 국민회의(ncnp) 민주당(minju) 자민련(jamin)등도 각각 자신들의 광장을 열어놓고 정강정책 홍보와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다.이들에게 PC통신을 통해서 만나는 젊은 유권자들은 「강물을 지나는 고기떼」와 같다. 분명한 성향과 정체를 얘기할 수는 없어 어떤미끼를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먼저 낚을 수 있는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정당, PC통신에 우후죽순 참여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상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홍사덕 신계륜의원 등이 불길을 댕긴 이후 정치인들의 홈페이지 개설은 김형오의원과 김영춘위원장 이한동의원등으로 번지고 있다.인터넷에 정치인 웹페이지를 열고 있는 데이콤은 「명예의 전당」이란 사이트를 통해 총선전에 10여명분의 페이지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그러나 이번 선거를 전자민주주의의 기원점으로 삼을 만하다는 것은 단지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PC통신이나 인터넷에 포럼을 개설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당이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공정선거협의회등도 각자의 포럼을 개설해 선거를 원만히수행하는데 필요한 각종 조언을 얻고 있으며 나아가 컴퓨터상에서의 불법선거를 막기위해 검찰 경찰도 제보의 장을 마련해놓고 있다.결국 컴퓨터를 이용한 선거는 사회의 일부 계층에서만 이뤄지는 게아니라 급속한 확산효과를 내면서 보편적인 선거풍토로 번져가고있는 것이다.선거에 컴퓨터가 이용되고 이를 통해 민의가 개진 수렴되는 전자민주주의란 변화의 물결은 우리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올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정보화의 선진국답게 선거문화에서도 선구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공화당의 봅 돌 상원의원, 케네디상원의원 등 출마가 유력한 인사 10여명이 이미 인터넷상에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개설, 표밭을 누비고 있다.이들은 단지 홈페이지를 개설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구성에서도프로필은 물론 정치이념 공약 의정활동모습을 다양한 사진과 동화상으로 보여주면서 한발 앞장서가고 있다.또 자신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지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으로여론조사를 하고 있다.가장 활발히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돌 의원은 자신의 별명 신장등에 대한 문제를 퀴즈로 엮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유권자들은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나올 수도있어 유권자관리에도 훌륭한 자료로 쓰이고 있으며 기부금코너를마련해 모금도 하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이밖에 민선총통선거가 열리는 대만, 정당정치가 크게 발달한 영국독일 등에서도 각각의 정당들은 인터넷상에 홈페이지를 개설함으로써 지구촌의 변화하는 선거문화를 따르고 있다.현재까지 국내 전자민주주의는 정당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소개하고의견수렴을 위해 대화방을 마련하는 등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일단 선거에서 이같은 양상이 나타난 이상 컴퓨터를 통해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정책반영이 이뤄지는 네트워크상의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될 날도 멀지 않았다. 「안전수단인총기를 광고하는 것은 금지해야 할까요」라고 물어 그 찬반결과를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보트링크(http://www.votelink.com;사진)와같은 홈페이지의 출현이 결코 남의 얘기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