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4억원에 불과한 자그만 회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첨단 소프트웨어(S/W)를 미국의 3대 통신회사의 하나인스프린트(Sprint)사에 공급한다면 쉽사리 믿기지는 않을 것이다.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8개 지역전화운영회사(RBOC)중 손꼽히는 벨애틀랜틱(Bell Atlantic)사에까지도 상용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물론 한국기업으로선 최초이자 아직은 독보적이다.주인공은 바로 지난 94년 6월에 설립된 「텔레웨어(TELEWARE)주식회사」. 이동 통신망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첨단 벤처회사이다. 말이 첨단 통신망 관리 S/W 전문회사지 2년도 채 안되는 이 기업의 짧은 역사는 한편의 드라마를연상케 한다.텔레웨어는 설립 초기부터 세계 최대의 통신망 시장이자 기술이 가장 발달한 미국시장을 겨냥해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를 위해 회사를 설립한지 2개월만인 94년 8월 미국 미주리주에 자본금 30만달러 규모의 「텔레와이즈(TELEWISE)」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텔레웨어의 1백% 출자회사다.주요 목표시장인 미국에서 백방으로 노력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무모할 정도의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진행시켰다. 텔레웨어의 이러한투자계획은 정부의 도움도 컸다. 바로 정보화촉진기금의 지원이다.회사의 규모나 연륜에 비해 신청액수(8억원)가 많았으나 첨단기술개발의 가능성을 보고 기금 심사위원들과 관계공무원들이 과감히지원결정을 내려준 것이다.◆ 미국 본토 시장 공략의 교두보 확보파란만장했던 1년반의 연구는 지난해 10월에 결실을 맺었다.AT&T및 MCI와 더불어 미국 3대 통신회사로 꼽히는 스프린트사와 시제품 공급계약을 맺은 것이다. 제품명은「텔레피디어(Telepedia)」. 텔레커뮤니케이션(통신)과 엔사이클로피디어(백과사전)의 합성어다. 전화요금체계를 자동분석하는 S/W패키지이다. 1천3백여개의 통신회사들이 경쟁하고 있는 미국에선 매월 전화요금체계를 바꾸게 되는데 경쟁사보다 나은 이용료를 책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텔레피디어는 이처럼 전화요금체계를 자동분석하는 신기술로 통신분야의 핵심적인 기초자료가 되는데아직까지는 미국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상태. 이로써 텔레웨어는 미국 본토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스프린트에 이어 지난해 12월엔 미국 지역전화회사의 하나인 벨 어틀랜틱사와도 1차로 상용제품 공급계약을 맺어 5개의 제품을 6천달러씩에 팔았다. 또 지난 3월말엔 제품을 1백개 단위로 마음대로 복사해서 쓸 수 있는 2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텔레웨어라는 중소기업이 자체개발한 S/W제품을, 그것도 자사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은 국내 S/W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텔레웨어는 텔레피디어와 함께 「무선통신망관리시스템(NMS)」을개발중이다. 이동통신망 분야에 특화해 사업자의 통신망관리는 물론 통화소통을 원활히 하고 음질도 높여주는 기술이다. 모두 12개모듈로 완성되는데 현재 전문가용 3개 모듈은 1단계로 개발완료됐으며 2단계 개발작업이 진행중이다. NMS의 수요처는 한국통신 한국이동통신 데이콤 신세기이동통신과 조만간 지정될 PCS(개인휴대통신)사업자 등이다. 또한 텔레웨어는 한솔그룹과 PCS사업권과 관련한 용역계약을 맺고 기술분야를 전담하고 있다.이 회사는 현재 국내에 사장을 포함한 6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미국 현지법인에 11명(고문2명 제외)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스프린트사의 이사를 지낸 분이 현지법인의 수석부사장으로 뛰고 있다.손희식 기자★ 미니인터뷰 - 조원덕 사장텔레웨어가 과감한 투자의욕에 불타며 무서운 속도로 연구개발의결실을 맺고 있는 것은 조원덕 사장(41)의 화려한 경력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될 법도 하다. 그는 지난 87년 국내 공인 정보시스템 감사사(CISA) 1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 사장이 컴퓨터와 본격적인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79년. 대학을 마치고 병역특례로 국방연구원에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데이콤에서경영정보시스템(MIS)팀장을 맡았고 29세였던 84년엔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전산화작업에도 참여했다. 정보통신분야의 이같은 백그라운드를 바탕삼아 집안의 자금줄을 밑천으로 94년에 텔레웨어를차린 조 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직접 회사를 세운 동기는.사실 텔레피디어라는 기술은 순수 연구개발(R&D)에만 2백만~3백만달러가 드는 검증안된 기술이다. 그것도 미국에서밖에 안팔리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틈새시장(니치마켓)을 뚫는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아무래도 대기업이 하기엔 느린데다 내직급상 권한의 한계도있고 해서 평소 생각을 실천에 옮겨 보자는 뜻이었다. 신기술에 대해선 이미 데이콤시절부터 구상해 왔다.▶ 초기 투자에 어려움도 많았을텐데.회사설립 초반에 집안의 자본력으로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다행히정부에서 인정해준 덕분으로 무난히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데이콤이나 포철 등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어느정도 자신은 있었지만본격적인 제품생산 단계로 접어드는 지금은 오히려 겁난다. 그래도지난해 3억원 적자(매출액 1억원)였던 것이 올해는 4억원 흑자(매출액 12억원)로 누적결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주력제품의 예상 매출구성은 어떻게 잡고 있나.이동통신망의 컨설팅분야를 빼면 역시 텔레피디어와 NMS인데 앞으로 매출구성은 각각 30%와 70%정도가 될 것이다.▶ 텔레웨어의 강점은.물론 기술력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본다. 이 분야의 유능한 사람을 사버렸으니까 이런 일이 가능했다. 이들에게는 돈보다는 앞으로미국 현지법인의 지분도 나눠줄 생각이다.▶ 소규모 자본에 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면 야심도 대단할텐데.초반부터 미국 금융시장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출발했고 큰시장을 두드렸던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앞으로 「텔레커뮤니케이션(통신) 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리를 듣도록 매진할 방침이다. 지금부터 10년내 성장할 규모는 상상도 못할 정도다. 특히NMS의 수요처는 국내는 물론 미국의 PCS사업자들도 포함된다. 오는98년까지 사업자는 1천개에 달할 예정이다. NMS부문에선 세계적인기술표준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향후 투자계획은.자체수익은 상당기간 R&D에 재투자하고 미국 현지 금융시장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의 벤처자본들이 투자의사를 밝히고 참여를원하고 있다.▶ 이미 사업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는데.앞으로 정보통신의 발전방향은 무선통신과 멀티미디어라고 본다.멀티쪽을 위해 작년 2월에 「지혜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두달뒤인 4월에는 이 회사의 자회사로 뉴욕에 「키드 클래스(KidClass)」를 세웠다.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S/W를 개발하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