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판 돈으로 주식사던 시절이 있었다. 먼 옛날이 아니다. 한국증시가 뜨겁게 달아 오르던 88년말께의 일이다. 그때가 거의 막차였다. 89년 4월초 종합주가지수 1,007의 기록에 도달했으니….은행돈 빌려 주식사려고 애태우던 때도 있었다. 불과 1년6개월전이다. S그룹 K이사는 94년 가을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한국통신주식에 공개입찰했으나 낙찰가격이 높아 낙방이었다. 기왕지사라 그 자금으로 다른 주식을 샀다. 그때 주가지수는 1,100수준의 최고봉을오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96년4월 현재 주가는 약30% 하락하고그동안 은행이자까지 감안하면 거의 50%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외국돈, ‘은행 전기가스 전자업종 유망’소를 판 돈이나 은행돈 빌려 주식투자를 한 사람들에게는「무(無)주식이 상팔자」란 신조어가 잊혀지지 않는다. 너도나도주식을 사겠다고 증권사로 달려가던 시절의 뒤안길에는 투자자들의후회와 눈물이 있기 마련이다. 증권시장은 세상만사 희비애락이 선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만화경에 비유할 수 있다. 그속에 정치 사회경제 등 다양한 색종이들이 섞여 돌아가면서 주가지수를 오르내리게 한다.최근까지 4.11 국회의원 총선이란 정치적 사건이 만화경안의 무늬를 다양하게 바꾸어 왔다. 선거 그 자체만으로는 주가에 큰 영향을주지 않는다. 물론 선거특수도 있다. 그러나 총선을 의식한 증시안정 조치가 간접적으로 더 큰 힘으로 증시를 움직여 오지 않았을까.사실 올해들어 상장법인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 증권사 상품 순매수 결의, 기관투자가 순매수요청, 증권금융의 유통금융 재개, 증권거래세 인하,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 증시안정기금의 간접적개입등 강력한 증권시장 안정조치가 지속됐다. 그런데도 주가가 그동안 시들시들했던 것은 증시 건강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은 상태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21일 장중 주가지수 1,020을 직전고점으로하여 지난 1월20일 주가지수 837까지 무려 18%나 폭락했다.이제 총선은 지나갔다. 선거 이후의 주가전망에 대해 15년 투자경력이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들어본다.『선거 끝나도 별 볼 일 없겠죠.』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총선후장세를 불투명하게 보는 이유는 지난 수개월간의 억지성 증시안정책이 그나마 지지부진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란다. 과거 주요선거 실시전후의 주가동향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경제 및경기의 흐름에 좌우된 것으로 판단된다. 4월중순 현재 경기는 아직하강국면에 있다. 그러나 경기의 연착륙이 성공한다면 증시가 다시생기를 찾을 가능성도 크다. 최근 시중금리가 연11.20% 수준까지하향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일시적이나마 연11%를 깨고 내려간다면채권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시중자금의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방향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다.대부분의 외국인들도 한국증시에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 4월1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로 유입되고 있는 자금이약8천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4월10일 외국인지분 예외한도로 인한 신한은행 3백16만주도 당일에 46대1의 경쟁률 속에 모두사들여 감으로써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세계 각국의 많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한국증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지난 3월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기사는 더더욱 자신감을 준다. 글로벌투자신탁 및 베어링투자신탁의 펀드매니저인 조세핀쇼씨와 마틴팔링씨는 한국을대만 태국 홍콩과 함께 투자유망국가로 선정하고 한국의 은행 전기·가스회사 전자회사 등을 추천했다.그러면 지금이 주식매입의 적기일까. 소 팔고 은행돈 빌려 주식을사던 시기보다는 훨씬 투자위험이 적다고 하겠다. 이제 다시 한 번주가가 흔들려 내려간다면 큰 부담없이 주식을 사도 되리라 본다.『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증시격언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