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편리성」. 90년대 신세대들의 생활양식을 집약적으로표현하는 두 단어다. 신세대는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려고하지 않는다. 여가와 자기계발을 도와주는 것을 선호한다. 신세대들의 이같은 생활양식은 사회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했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를 시간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면서 구매하길 원한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시장이나 백화점을 덜 찾는 경향을 보인다.신세대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최근 패션복합점(fashionmulti-shop)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복합점은 디자인컨셉이나 구매계층이 유사한 여러 브랜드를 한 매장에 전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고르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편의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단순히 의류만을 판매하지 않는다. 토탈패션을 가능케 하는 화장품시계 구두 액세서리 등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유사한 브랜드를 한 장소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고 쇼핑객들도동년배라 어떤 옷이 유행하는가를 알 수 있어 여러 모로편리해요.』◆ one-concept, multi-brand로 승부패션복합점인 「메세지」 3층에서 여성의류 「오브제」를 고르던성지연씨(23,신구전문대 2년)의 얘기는 패션복합점에 대한 신세대들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신세대들의 선호에 힘입어 패션복합점은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87년 처음 문을 연 「메세지」를 시발로「도어즈」(국제상사) 「브이익스체인지」(엘칸토) 「비포」(대현)「트렌드20」(대하) 「에벤에셀패션몰」(신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강남지역에는 「서광모드강남점」과 「바닐라애비뉴」(풍연)등이 있으며 지방에는 「비쟈비」(성도,부산) 「엔비」(대현,대전)등이 성업중이다.이들 업체는 2백50평에서 1천5백평사이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으며「원컨셉, 멀티브랜드(one- concept, multi-brand)」를 특징으로하고 있다. 즉 각층별 매장의 성격을 엄밀히 세분, 이에 부합되는실내장식과 브랜드를 전시한다. 유사한 성격의 패션의류를 모아 소비자들이 상호 비교,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따라서매장특성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자사제품이라도 판매하지 않는다.엘칸토에서 생산하는 여성브랜드 「까슈」가 브이익스체인지의 기본컨셉과 맞지 않아 철수한 것은 좋은 예다. 또한 10대후반에서20대후반까지가 주고객인 만큼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실내장식과 매장편집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패션복합점의 등장에는 물질문명의 혜택속에 성장한 신세대들의 다양화 개성화 고급화된 소비패턴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신세대들의 출현은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던 의류업체들의 생산마케팅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토록 했다. 계층별 소득별 연령별로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이같은 배경아래 탄생한 패션복합점이라도 고객설정이나 매장구성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명동 상권에서 가장 큰 매장을확보한 브이익스체인지는 다른 패션복합점과 달리 남성매장과 패스트푸드음식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하1층 지상5층의 건물중 3층2백50평의 매장에 「레노마,옴므,데무」등 남성브랜드 전용매장을개설했다. 고객연령층도 20대 여성을 주요고객으로 설정한 경쟁업체와 달리 10대 후반으로까지 낮춰잡고있다. 또한 식사후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쇼핑하는 「샤워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5층에 팔레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브이익스체인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션복합점은 20세에서 25세까지의 여성들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있다. 도어즈는 수입브랜드와 젊은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로 선발업체와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20세에서 25세 사이의 여성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으며 총 5백평의 매장에 여성의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물론 이같은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비포의 이남호씨는 『패션복합점이 마케팅전략으로 설정한 고객은 자연연령으로 구분한것이 아니고 생활양식과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30대라도 20대와 같은 생활양식과 구매력을 보인다면 이들도 고객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고객을 이렇게 포괄적으로규정하다 보니 메시지나 비포 도어즈에 전시된 브랜드의 차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이들 패션복합점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브이익스체인지는 지난해 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백60억원의 매출을기대하고 있다. 94년 하반기 개장한 도어즈는 올해 1백2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꾸준한 매출신장에 힘입어 내년에는 개장 3년만에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매장면적이 총2백30평인 비포의 지난해매출액은 1백1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목표를 30% 정도 늘려잡았다.◆ 패션복합점통해 패션·유통업 진출한다패션복합점을 운영중인 업체들은 여성의류 전문업체(대현, 대아,신원)나 운동용품업체(국제상사) 제화업체(엘칸토)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업종의 이질성과는 달리 이들 업체들은 패션복합점을통해 본격적으로 패션·유통업에 진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브이익스체인지를 운영하는 엘칸토는 올해중 부산 대구에 지점을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제화부문에서 1천8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국내 제화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이상 신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브이익스체인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무크」「까슈」등 신세대여성을 겨냥한 토털패션업의 성공으로 향후유통업 진출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프로스펙스로 유명한 국제상사도 94년 하반기부터 도어즈를 운영하고 있다. 패션복합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여성의류 제조업체들인 것과는 달리 국제상사는 여성패션업과 직접 관련이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복합점에 진출한 것은 그룹차원에서 준비중인 백화점진출에 대비, 경험을 미리 축적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현재 그룹에서 수원과 마산에 백화점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그룹차원의 유통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미리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도어즈 운영은 유통업진출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윤덕명 도어즈사업부 차장의 말이다.비포를 운영하는 대현도 유통업 진출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있다. 지난 93년 마르조, CC클럽 등 자사브랜드 판매를 위해 문을연 비포를 지난해 5월 패션복합점으로 재개장했다. 타사브랜드와수입제품을 함께 취급하면서 유통업체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명동상권은 아니지만 서광은 서울 강남에 패션복합점을 개장했다. 4백여평의 매장에 자사브랜드인 「랑방」을 비롯한 7개 업체가 입점한상태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8대도시에 매장을 열어 종합패션유통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여성의류 「이디엄」으로 유명한 풍연도 신사동에 「바닐라애비뉴」를 열었다. 유통업체를 꿈꾸며 그 첫단계로 총3백50평의 매장을 확보했다.명동지역의 패션복합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유통업 진출에 앞서삼성과 힘겨운 일전을 벌여야 한다. 삼성그룹은 명동에 위치한 제일백화점을 인수, 「you too zone」으로 개명한 뒤 오는 23일 재개장한다. 「you too zone」역시 캐주얼 브랜드와 멀티미디어 등 신세대를 주요타깃으로 삼고 있어 기존 패션복합점의 고객과 중복되고 있다. 브이익스체인지의 전용현씨는 『표적 고객층이 겹치고 노하우와 자금면에서 앞선 삼성의 진출로 과거 제일백화점시절과는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며 패션복합점은 고객사은행사 이벤트개최 등 다양한 판촉활동과 우수브랜드의 유치 등으로 정면대응하는 것 이외에는 묘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