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 때는 위험을 분산시켜야한다. 지금 상황이 좋다고 해서 내일도 좋으란 법은 없다. 주력업종이 무엇이든간에 각 기업이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위험분산책의 하나다. 하나만 잡고 있다간 그하나가 언제 사양산업이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좋았다. 앞으로 몇년간도 큰 하락세는 없을 것 같다고 자위한다. 그러나 옛날만 같지 않다. 유통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계속 유통업계의 왕좌로 행세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올들어 대형 백화점들이 일제히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발전과 사업다각화 계획이 포함된 2000년대 비전을 발표하는것도 이 때문이다.백화점 기업들이 21세기 비전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종합유통기업으로의 성장이다. 백화점 이외에 다른 유통업에도 활발하게 진출, 백화점이 이전과 같은 파워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유통업 전체적으로는 「왕」노릇을 계속하겠다는 속셈이다. 종합유통기업을 지향하면서 백화점들이 제일 탐내는 유통업은 뭐니뭐니해도가격파괴형 신업태다. 저렴한 가격을 최고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신업태는 21세기 유통업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국내에서 처음으로 가격파괴를 내세운 신업태를 선보인 백화점은신세계였다. 신세계백화점은 93년 11월디스카운트스토아(할인점)인 E마트 창동점을 개점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인 할인판매점을 도입했다. 이어 94년 10월에는 국내 최초의회원제 창고형 매장인 프라이스클럽을 서울 양평동에 설립했다. 회원제 창고형 매장은 연간회비로 회원을 모집, 회원 대상으로 현금판매만을 하는 유통형태다. 신세계는 현재 서울 창동외에 일산 안산 인천 등에 4개의 E마트 점포를 확보하고 있으며 서울 양평에 프라이스클럽을 운영하는 등 신업태 분야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신세계는 2003년까지 인구가 20만명 이상인 도시에 60여개의 가격파괴형 할인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터넷 통한 직접판매 등 사업다각화 박차뉴코아도 단시간에 신업태로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94년 1월에인천에 하이퍼마켓(슈퍼마켓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가격이 더 저렴한게 특징)인 뉴마트를 세우면서 신업태 시장에 진출했다.그러나 뉴코아가 신업태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회원제 창고형 매장인 킴스클럽을 선보이면서다. 뉴코아는 올 1월까지 8개월 사이에 수원 인천 과천 분당 등에 킴스클럽 8호점까지개점했다. 뉴코아는 단시간에 가장 빠른 다점포화로 돌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실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그랜드백화점은 지난해 5월 신촌에 할인점인 그랜드마트를 개점하면서 신업태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어 9월에는 그랜드마트 강서점을 열었으며 내년에는 수원에 그랜드마트 3호점을 개점한다.그랜드백화점은 할인점을 2006년까지 15개로 확대, 그랜드마트 부분의 매출액을 1조2천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아크리스백화점을 운영중인 진로유통도신업태 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롯데백화점부산점 지하 2층에 창고형 할인점인 L-마트를 입주시키면서 신업태시장에 뛰어들었다. 98년에는 서울 구의점에 들어서는 테크로21 빌딩에 L-마트 2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2001년까지L-마트를 35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현대백화점은 아직 신업태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으나 늦어도 97년안에는 할인점을 선보인다는 방침아래 세부적인 계획안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할인점 이름을 H-마트와 H-클럽 두가지로 짓고일단 내년에 서울에 H-마트 1호점을 내고 98년에는 H-클럽을 선보일 예정이다. 2001년에 현대백화점이 확보하는 할인점은 H-마트5개와 H-클럽 4개 점포다. 진로유통의 경우 내년에 JR클럽이라는이름의 할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롯데백화점과 진로유통은 신업태 외에 편의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세븐일레븐을, 진로유통이 JR베스토아를 운영중이다. 편의점은 아직까지는 적자사업이지만 편의성을 추구하는21세기형 소비형태에 가장 알맞은 지역밀착형 유통형태로 기대되고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하이퍼렛이란 이름으로 슈퍼마켓시장에도 진출, 종합유통회사로서 성장 발판을 닦아가고 있다.통신기기 발달로 인해 컴퓨터를 통한 무점포 판매사업도 백화점들의 사업다각화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달초부터 인터넷을 통해 1백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롯데백화점은 3월부터 인터넷에 롯데타운 홈페이지를 개설, 롯데그룹과 연계한 유통 관광 레저 분야의 정보를 제공해 오다 이번에 인터넷을 통한 직접 상품 판매까지 손을 댔다. 신세계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공동으로 가상무인판매 시스템을 개발, 3차원 영상의 동화상을 통해 전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 판매를 실시할계획이다.세계화 전략도 백화점업계의 21세기 비전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다. 세계화에 가장 앞서나가는 백화점은 신세계. 국내 순수유통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점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업의세계화 전략에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신세계는 중국 상해의 21층짜리 건물 3, 4층에 매장을 마련, 중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세계는 2000년까지 중국과 아시아에 5∼6개의 백화점을 출점, 세계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뉴코아, 연중무휴 24시간영업 폭발적 인기롯데백화점은 아직까지 외국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한국상품전을 개최, 진출 가능성을타진하고 있다. 또 미국의 LA와 뉴욕,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에 해외 통신판매 대리점을 개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해외 통신판매를 통해 3만여건의 주문을 받아1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는 33.3% 성장한 20억원을 매출목표로 잡고 있다.현대백화점을 운영중인 금강개발은 일본 중국 러시아에 확보한 해외 거점을 발판으로 99년부터는 직접 투자와 전략적 경영제휴 등을추진할 계획이다. 97년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완공되는 비즈니스클럽에 쇼핑몰과 호텔을 마련, 첫 해외 점포도 갖게 된다.미도파백화점은 중국의 연길백화점과 업무제휴를 통해 세계화를 추진하는 케이스, 미도파는 연길백화점을 통해 국내 상품을 판매하는한편 연변 지역 상품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백화점들이 제시하는 미래는 장미빛이다. 롯데백화점은 98년에 총매출 5조원에총점포수 3백10개로 세계 1백대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뒤 2000년에는 총매출 10조원에 점포수 6백40여개로 세계 61위의 유통그룹으로성장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신세계도 질세라 지난달 31일 잠실체육관에서 1만여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SQ(신세계퀄리티) 21 전진대회」를 갖고 2003년에세계 30대 유통그룹으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현대백화점도 창립30주년이 되는 2001년에는 세계 수준의 유통그룹으로 성장한다는계획안을 가지고 있다.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계속 발전하기 위해 경쟁력 확보에 열을올리고 있는 백화점업계가 21세기에 원하는 만큼의 결실을 얻을 수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