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상권을 장악하라」.위기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는 백화점업계에 내려진 특명이다. 곳곳의 요지를 확보, 점포를 냄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백화점업계의 절박한 심정이 드러나 있다. 전국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 나가는 다점포 전략은 잠재력이 큰 상권을 미리 확보한다는 점 외에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환기에 직면한 백화점업계의 대응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다점포 전략은 한마디로 덩치를 불려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점포가 많아질수록 구매력이 커지는 반면 고정투입비용은 줄어든다. 동일한 상품을 한꺼번에 많이 구입할수록 제품 단가는 낮아지지만 대량구매는 백화점의 구매력(Buying Power)을 증대시킨다. 거래처에 그만큼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 상권포화로 신도시·광역도시 새인기백화점의 다점포화는 업무비용과 광고판매비 부담도 줄인다. 매장이 많아질수록 점포별로 분담해야 하는 고정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할인점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다점포화는 절실하다. 대량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춰야 어느 정도 할인점에 대응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이 적게는 1천억원에서 많게는 3천억원이라는 만만치않은 투자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백화점을 짓는 일차적인 이유도여기에 있다.다점포화에 가장 적극적인 백화점은 단연 뉴코아. 뉴코아는 현재11개의 점포를 확보, 국내 백화점 중 가장 많은 점포수를 자랑하고있다. 91년 수원점을 시작으로 92년 과천점 순천점 동수원점 94년평촌점 95년 분당점 구월점 평택점 등을 연이어 개점했다. 올들어서도 중동점과 일산점을 잇달아 열었으며 6월에 분당 2호점을 개점한다.신세계는 84년 영등포점을 개점하면서 다점포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88년 미아점과 92년 천호점, 95년 광주점을 개점, 현재5개 점포체계를 갖췄다. 앞으로 2000년까지 10개 점포를 더 늘릴계획이다. 내년에 인천점, 98년에 강남점, 99년에 대구 성서점, 부산 해운대점, 산본점, 전주점, 2000년에 대전 역사점 등을 잇달아개점, 15개 점포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롯데백화점은 88년에 잠실점과 월드점을 열면서 다점포화의 포문을열었다. 이후 91년에 영등포점과 94년 청량리점, 95년 부산점을 개점, 현재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 역시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2001년까지 10개 점포를 더 마련, 15개 점포를 확보할 계획이다.현대백화점도 85년 본점과 88년 무역점을 개점한데 이어 91년 부평점, 95년 부산점을 열었으며 내년에는 천호점을 연다. 98년에는 광주점 대전점 부산2호점 인천점을 잇달아 개설, 10개 점포 체제로들어간다.백화점들의 다점포화는 지방 진출로 귀결된다. 서울 주요 상권은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점포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밖에 없다.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대형백화점들의 시장쟁탈전의 무대가 지방으로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최근 대형 백화점들의 다점포화 요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은 일산분당 산본 등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도시들과 인천 부산 광주 등광역도시들이다.신도시 위주의 지방 출점으로 성공한 백화점으로는 뉴코아를 들 수있다. 다음달 개점하는 분당2호점을 포함한 뉴코아의 12개 점포중전남 순천에 위치한 순천점을 제외한 11개 점포가 평택 인천 수원등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다.서울 인근 도시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 시장 형성이용이하고 백화점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뉴코아는 다른 백화점들이 상계 청량리 영등포 등 서울에서 부상하고 있는 부도심에 점포를 늘려갈 때 일찌감치 수원 인천 과천 등에 미리진출, 수도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지방백화점, 「거인」 출현으로 생존 위협롯데와 신세계 현대의 경우 지방 광역도시를 지방화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백화점들. 롯데 신세계 현대는 지난해 일제히 지방 광역도시에 진출, 지방 백화점의 가슴을 졸여놨다. 롯데와 현대는 부산에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신세계는 광주에 자리잡았다. 광주에는 롯데도 98년에 입성할 예정이어서 광주는 국내 백화점업계의 양대 산맥인 롯데와 신세계의 일대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2000년에는 롯데와 신세계가 동시에 대전점을 열어 광주에 이어 대전에서도 대형 백화점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미도파백화점은 올 8월에 춘천점을 개점하면서 지방 공략을 시작한다. 올해 안에 전주점도 착공한다. 전주점의 완공 예정시기는 99년으로 잡혀 있다. 한화백화점은 이미 89년 충남 천안점에 이어 지난해 수원점을 열었으며 98년에는 경남 창원점을 개점한다.대형 백화점이 활발하게 지방 진출을 시도하면서 고민에 빠진 장본인은 지방에 기반을 둔 백화점들이다. 거대한 자본력과 유통 노하우, 대형 매장의 삼박자를 갖춘 「거인」의 출현으로 생존기반을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다.신세계가 광주에 진입한 이후 가든 송원 호남백화점 등 인근 지방백화점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 백화점들은 양질의 중저가제품으로 대형 백화점들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지만 대형 백화점과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방 백화점들의 입에서는 「죽겠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오히려 지방 상권은 붕괴되고 있다는 불만이다.다점포화에 여념이 없는 대형 백화점들도 할 말이 있다. 유통시장전면 개방으로 유통업 자체에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지방 시장만을 예외로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유통업도 대형화 체계화해야 하고 유통시장도체제 정비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형 백화점의 지방진출로 지방 경제가 자극을 받아 지역발전이 촉진되고 유통시장도선진적으로 변화,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사회 고도화될수록 유통업도 대형화 체계화지방 백화점의 부담은 가중되겠지만 이미 전세계 시장이 단일화되고 있는 무국경 시대에 다점포화로 생존전략을 찾으려는 백화점을탓하기는 어렵다. 경영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거인으로 보이는 대형백화점들도 점점 더 살아남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다점포 전략은 경영 효율 극대화와 새로운 상권 개발을 통한 시장 확장이라는측면에서 백화점업계가 포기할 수 없는 「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