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60년대말까지는 일반 국민은 물론 정책입안자의 경우도 해양과학기술 및 해양개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였으나1968년도에 서울대학교에 해양학과가 설치되고 1973년 KIST부설기관 해양개발연구소 설립, 70년대 후반 충남대 인하대 제주대 등에해양학과 설치가 이어지면서 해양전문인력의 양성과 더불어 해양과해양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고볼 수 있다.해양에 대한 조사 및 연구활동이 보다 활발히 수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이 시기부터 국립수산진흥원, 교통부수로국, 국립환경연구원 등 국립기관이 정기적인 어황 예보, 수로관측 및 해양오염에 대한 국가기능으로서의 기초연구조사활동을 수행하고 해양연구소 자원연구소와 같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연구계약에 의한 목표중심적인 연구활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현재 해양과학기술분야의 국내 유관부처 및 기관에서 맡고있는 기능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농수산부 산하의 농업진흥공사가 간척사업을, 국립수산진흥원이 어업자원 조사, 어구어법 시험, 수산기술지도 및 보급을 맡고 있고 건설부 산하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방조제 건설 및 연안수리모형 실험연구, 국토개발연구원이 국토 이용계획과 간척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교통부 수로국에서는수로조사 및 수로측량을, 해운항만청 산하의 해운산업연구원이 해운 및 항만정책연구를 맡고 있으며 한국해양연구소에서는 해양종합조사, 해양생물 및 해양에너지, 해양광물자원 연구, 해양공간이용기술연구, 해양법, 해양정책 및 해양경제연구를, 한국자원연구소에서는 해저광물조사와 대륙붕 석유탐사를, 그리고 한국기계연구원선박·해양공학연구센터에서는 선박 및 해양구조물설계연구를 맡고있다. 또한 기상청 산하의 기상연구소에서는 해양기상 예보기술과해양-대기 상호작용연구를,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해양환경보전 및해양오염 방제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양역학요소 관측기술 연구 국내 전무해양현상은 매우 복잡한 자연현상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해양의개발 이용을 위해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질 대기 등 각 기초과학분야와 공학적 기술의 응용을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은 산업 전반에 폭넓은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반면,소규모 연구비나 단기적이고 단편적 연구수행으로는 전반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해양의 자원을 개발하고 해양의 환경을 유효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양현상에 대해 대규모적이고 계속적이며 정밀한 관측조사에의한 과학적 연구와 해양에 관한 조사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축적되어 이용자에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해양과학기술은해양학 자체는 물론 기계공학 토목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조선공학 등에 이르는 다종 다양한 학문영역과 연계되는 각 산업분야로부터 추진력을 제공받는 동시에 그 분야들의 다양한 목적에 기여하기도 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해양과학기술 능력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의 척도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천혜의 해양개발여건을 갖추고는 있으나그동안 국가차원의 해양개발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했고 앞에서 살펴본대로 국가 해양행정조직면에서나 연구개발 추진체계면에서도 응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이런 상황하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치열한 기술경쟁에 따라 과거 국제경쟁력을 지녔던 선박 해운 수산 연안토목건설 등의 분야에서는 경쟁력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해저광물 및 에너지 개발,해양구조물 건설, 해양생물공학분야, 해양탐사시스템분야 등 첨단개척분야에서는 선진국과 적게는 4년에서 많게는 8년정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선진국과 우리의 해양과학기술수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늠해 보기 위해서 해양연구 개발의 기반인 해양관측기술을 중심으로 하여살펴보고자 한다.해양개발 또는 해양에서의 제반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여러 해양현상의 정확하고 정밀한 파악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을 이용한 지속적인 해양관측을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자국의 해양에 대해 해양관측부나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기술을 활용하여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고주파 레이더를 이용한연안관측 기술이나 레이저 및 광섬유를 이용한 해양측정센서도 실용화 단계로서 해양을 실시간으로 감시 및 예보할 수 있는 단계로발전해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전자 및 컴퓨터기술의 발전으로실시간 해양관측 및 자료관리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해양관측 및 모델링정보를 실제 해양산업과 해상활동에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세계해양관측시스템(Global Ocean observing System)의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해양현장의 모니터링 및 해황예측기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수년간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져 각종 해양자료의 수집을 위한 기본적인Data-logger(데이터 수집처리)의 생산이 기업화되어 실시간 해양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해운항만청에서는 이에 힘입어현재 8개의 관측소에서 실시간 파랑자료를 수집하여 활용하고 있다. 또한 폭풍 해일 파랑 조석 조류 해수유동 예측기술도 상당한기술개발이 이루어져 가까운 시일내에 실제 현업에서 활용할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해양순환관측기술도 국내에 설치된 수개의미 해양대기청(NOAA)위성 수산시스템에 의해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해양역학요소 관측기술에 대한 연구는선진국에서는 종합 해양관측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활용되고 있음에 비해 국내에서는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며 해양음향 관련분야의 연구도 연구인력과 장비 등의 부족으로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 여건 개선 시급이와 함께 인간이 직·간접으로 해저에 도달하여 해양자원 및 해양환경을 조사관측하고 탐사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무인잠수정의 개발이나 그 운용기술분야에서는 선진국과 현격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심해저 탐사를 위한 유·무인 잠수정과 관련, 미국은 84년도, 프랑스는 85년도, 일본은 89년도에각각 6천m급을 개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용목적에 따라 무인자율 이동시스템이나 다기능·고신뢰도를 갖는 유인 잠수정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국내의 기술개발수준은 아직도발아기의 단계로서 천해용 유·무인 잠수정과 잠수시스템의 개발시도가 몇몇 기관에 의해 이루어졌을 뿐 심해저에 대한 조사 관측 및탐사는 아직은 주로 수상 조사선에 의존하여 수행하고 있다.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해양과학 기술수준은 부분적으로는 선진국의수준에 바짝 접근해 있는 분야도 있는 반면 일부는 상당한 격차를보이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아 이제는 해양과학 기술분야에서도 선진국이 우리의 가시권안에 들어와 있다고 말할 수있을 것 같다.최근 미국 해양대기청에 수개월간 파견되어 연수를 받고 돌아온 한연구원의 보고는 이와 관련하여 매우 시사적이었다. 그는 그들의연구개발현장을 직접 접하면서 우리의 연구개발수준이 그들의 수준(즉, 세계정상 수준)에 아주 근접해 있음을 확인하고 상당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들과 대등한 수준이 되기 위한 마지막 고비는 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왜냐하면 우리 연구소가 겨우 6명에 불과한 연구인원으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그들은 300여명의 연구팀이, 그것도 훨씬 많은 연구기간을 확보하여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의 목표와 연구내용 및 연구방법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연구여건의 차이가 연구수행결과의 깊이와 완결성의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않느냐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물론 이 연구원의 진술은 단편적인 것이긴 하지만, 우리의 연구수준이나 연구환경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예라 하겠다.우리의 해양학 역사가 불과 30여년에 불과하고, 종합적인 해양연구조사 수행이 가능한 전용 연구조사선도 90년대에 들어 와서야 겨우확보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연구수준의 이만한 성장도 실로 괄목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동남아 국가의 해양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해양과학교육훈련사업을 시행, 기술을 전수하는 입장에 있으며 남극진출이나 태평양 심해저탐사능력 등에서는 세계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기본적인 연구환경, 즉 연구비 연구인력 연구체제 등에서는 아직도개선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테면 서류의 유통이 거의필요없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컴퓨터 온라인 시스템의 구축이라든가, 충분한 인력자원으로 뒷받침되는 연구원 및 지원인력개개인의역할의 명확성, 어느 연구원이든 한가지 전문분야에만 파고 들 수있는 고도의 전문성 등은 우리의 현재 여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일수밖에 없다.결국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의 선진국권 진입은 전반적인 연구개발여건이 얼마나 개선되고 성숙되는가에 비례하여 그 시기가 좀 더앞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박병권·한국해양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