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올림픽 축제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던 지난 6월말 애틀랜타 현지 삼성그룹사무실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곳은 애틀랜타 엑스포준비위원회. 용건은 올림픽행사의 공식후원업체가 아닌 삼성이 설치한 96엑스포관이 애틀랜타올림픽의 공식행사로 비쳐질 우려가 높으므로 삼성관의 지붕위에 커다랗게 그려진 삼성마크를 지워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준비위원회는삼성이 엑스포관의 타이틀 업체이기는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는만큼 삼성만이 유일한 엑스포운영업체로 부각될 경우 다른 참여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는 말도 곁들였다. 삼성측은 이러한 준비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삼성관 공식 개관일인 7월1일을앞두고 지붕위의 삼성로고를 지워버렸다.그러나 애틀랜타엑스포준비위원회가 삼성엑스포관의 로고를 없애줄것을 요청한 배경은 좀더 깊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엑스포관의 홍보효과가 예상보다 컸던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란 점이다. 올림픽 행사기간이 다가오면서 축제분위기가 고조, 공식후원업체들보다 이들 엑스포행사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들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크게 증가하는 등 호응도가 유난히 높아질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후원금은 올림픽공식업체의20분의1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1백50만달러지만 그 홍보효과는매우 클 것으로 예상됨에따라 올림픽공식업체들의 반발을 우려했던것이다.이같은 우려는 방문객수에서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엑스포관을 찾는 방문객수는 현재 하루 7만명을 넘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지속될 경우 폐막일인 9월2일까지 전체방문객수는 1백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애틀랜타의 주민 3백만명중 3분의1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는 계산이다. 이미 애틀랜타 중심가인 피치트리 스트리트에선삼성관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경품으로 준 호루라기 그리고 삼성마크가 크게 그려진 티셔츠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고 다니는 아이나어른들이 곧잘 눈에 띄기도 한다.이같은 현상은 애틀랜타 일반시민과 방문객들은 올림픽공식후원업체인지 엑스포 후원업체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즐거운 축제행사에굳이 이를 구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식 넉넉함’ 미국인에 신선한 자극삼성의 엑스포관에 대해 인기가 높은 또다른 이유는 한국적 홍보방식이 미국인들에게 크게 주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외국기업들과는 달리 삼성은 입장료를 무료로 하는 동시에 호루라기 티셔츠 모자 마우스패드 등 상당가격의 경품을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상업적으로 흐른 미국기업 등 다른 외국기업들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홍보방식이다. 이번 애틀랜타올림픽의 최대후원업체인 코카콜라는 자사홍보를 대표하는 전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5달러(4천원상당)를 받고 있으며 세계최대유선방송망으로 급부상한 CNN은 방송시설견학비로 보통코스 5달러 VIP코스25달러(1만4천원)를 받는 등 거의 예외없이 모든 기업들이 자사를홍보하면서도 돈을 받고 있다. 곳곳에서 「돈 돈 돈」을 외치는 미국기업들의 이러한 홍보활동은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서 보면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삼성의 전시관 무료입장과 경품제공 등 한국식 넉넉함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선한 자극으로 작용하기에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 안목을 살린 한국적 마케팅이 미국에서 오히려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당초 애틀랜타올림픽준비위원회는 올림픽행사경비를 마련하기 위해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한 갖가지 행사를 기획하였다. 올림픽행사는전통적으로 코카콜라 AT&T 등 10여개의 올림픽공식후원업체의 후원금 이외에도 각국별로 국내스폰서업체를 선정하도록 되어있다. 이들 업체들은 올림픽의 각종 로고와 마스코트를 자사제품의 홍보에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올림픽관련로고는 물론 행사와 관련있는 내용과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홍보는절대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애틀랜타올림픽준비위원회는 애틀랜타시 엑스포준비위원회와 합의하에 올림픽공식스폰서업체와는 별도로 애틀랜타 엑스포후원업체들을 모집하였던 것이다.엑스포의 사업주체는 물론 엑스포 준비위원회로 막대한 엑스포 후원금을 내걸었다. 이 엑스포준비위원회는 유휴지를 이용, 돈을 벌려는 지주들이 주도해 이루어졌는데 후원금은 엑스포준비위원회와올림픽준비위원회가 막후협상을 통해 일정비율 분배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엑스포에 참여하는 업체들도 애틀랜타 올림픽과 관련된 로고나 마스코트를 사용할 수는 없으나 올림픽행사를 전후로 세계적인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감안해 높은 후원금을 내고 기꺼이 이 엑스포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이다. 올림픽준비위원회와 엑스포준비위원회 그리고 올림픽행사에 어떤 형태로든지 참여하려는 업체들의이해가 일치했다고 볼 수 있다.올림픽은 기존의 세계적 대기업들이 스폰서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 파나소닉 IBM AT&T 모토롤라 코닥 코카콜라 비자 맥도널드 등이 주요스폰서들이다. 이들이 스스로 참여를 포기하지 않는한 다른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할 수 없다. 스포츠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번 애틀랜타 올림픽행사에 대한 참여방안을 모색해온 삼성그룹이 엑스포참여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도 이점을 충분히 감안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꾸준히 올림픽행사에 대한 참여방안을 모색해왔던 것도 엑스포참여를 전격적으로 결정하는데 큰몫했다. 삼성은 그동안 계열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중심으로 스포츠마케팅에 관한 기본적인 연구를 실시해 왔다. 야구 축구 농구 레슬링 등 11개종목에 15개팀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자체 스포츠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스포츠마케팅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온데다 앞으로 스포츠가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절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했다. IOC위원 피선을 위한 이건희 회장의 관심과 노력도 스포츠마케팅의 연구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적은 돈으로 큰 홍보 스포츠마케팅성공사례돼제일기획은 애틀랜타 올림픽의 참여를 모색하던 중 지난해 11월 애틀랜타시가 올림픽준비위원회와는 별도의 기구인 엑스포준비위원회를 설치하고 엑스포전시회를 개최하려 한다는 정보를 포착했다. 애틀랜타에서 입간판 등 시설물 홍보에 그치고 있던 삼성으로서는 이기회를 잘 이용하면 올림픽공식후원업체만큼의 홍보효과를 거둘 수있을 것으로 판단했다.제일기획은 엑스포전시회 참여에 대한 효과 등 기본적인 분석을 거친 후 참여결정을 그룹 해외홍보담당부서인 비서실전략홍보팀에서결정해 줄것을 요청했다. 전략홍보팀은 지난 2월말 엑스포참여에대해 자체분석한 후 즉시 참여를 통보하는 동시에 엑스포관의 운영방안 수립에 착수했다. 당시 체계적인 운영방안을 세우기에는 절대부족한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개여월 동안 전시관 설치를 대행해줄 제작업체를 물색하는 한편 삼성이미지에 걸맞는 전시관의 개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짜내는데 골몰했다. 삼성관의 개념을어느 정도 정립한 뒤인 지난 5월초 미국의 최대전시업체인 이그지빗 그룹(Exhibit Group)에 전시관 제작을 의뢰하는 한편 애틀랜타엑스포사업팀이란 별도의 사업부를 발족시켰다. 이 사업부는 전시회개념을 「사람들에게 삶의 질의 향상을 가져온 기술발전과 기술발전을 선도해온 삼성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엑스포의 참여결정이 전격 이루어진 것처럼 전시관도 2개월도 채안되는 짧은 기간에 설치되어야 했다.이번 삼성 애틀랜타엑스포관은 국내기업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올림픽행사에 가장 효과적인 스포츠마케팅을 한 사례로 그 의의를 들수 있다. LG 등 극히 일부그룹들이 입간판과 버스부착간판 등의 소극적인 광고에 머무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그중에서도 후원금1백50만달러라는 적은 돈을 들이고서도 대단한 홍보효과를 본것은국내 스포츠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삼성 96엑스포관삼성 96엑스포는 「세계로 향하는 관문(Gateway to the world)」이라는 주제로 세계 10개국이 참여해서 첨단기술과 문화유산 및 특산물을 알리고 민속공연을 실시하는 등 세계인의 화합과 친선을 도모하는 국제풍물전의 성격을 띠는 행사다. 삼성은 이번 엑스포행사의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공식적으로 6월14일부터 9월2일까지 81일간 애틀랜타시 다운타운에서 지속되는데 삼성은 7월1일 전시관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전시장 안에는 삼성관을 비롯해 페루관 스페인관 일본의 닛산관 국제전시관 그리고 미국의 NASA에서 전시하는 우주전시장모형, 호주의 로데오경기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국제전시관에는 러시아 케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프랑스 등이 부스를 열어 각국의 민속공연과 토산물전시 및 각종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함으로써 공식명칭이삼성 96엑스포로 불려지게 되었다.삼성관에서는 올림픽기간중에 전시행사와는 별도로 이벤트행사도가진다. 7월20일부터 7월26일까지를 삼성주간으로 잡고 삼성과의인상적이며 「친근한 만남」이란 주제로 이벤트를 펼친다. 한국전통 무용과 한복패션쇼, 사물과 재즈의 만남 등 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로 세계인에게 다가가는 삼성의 화합과 축제의 한마당을 연출할 계획이다.삼성관은 3백평규모의 공간에 프리쇼인 「샘(Sam)과 함께 떠나는반도체여행」 「환영합니다」 메인쇼인 「움직이는 명작의 여행」등 크게 3개 파트로 이루어졌다. 모든 영역이 첨단기술과 영상을통해 흥미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세상이다(The world inspires us)」라는 주제하에 세워진 삼성관은인류의 삶을 아름답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개발에 앞장선 삼성의 역할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특히 「움직이는 명작의 여행」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작들과 함께 다양한 이미지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감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는 프리데릭 어거스트 바톨디의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 조지 쉬라의 「일요일의 오후(Sunday Afternoon)」 프리츠 프레스의 「영광의 도약자(The FlameLeaper)」란 작품속에 행위예술가들이 직접 참여,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표현을 통해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세상이다」라는 삼성의 기업철학을 보여주고 있다.이어 화면에 나타나는 불꽃은 물 공기 지구의 이미지를 나타내는데그동안 창조 완성 도전 위대한 성취 등 잠재되어 있는 이미지를 상징한다. 따라서 삶을 표현한 이 여행은 관람객들이 휴머니티의 힘을 느끼고 마음속에 감동적인 메시지가 남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구성되어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