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덕화, 가수 설운도」.인기 연예인이란 사실 이외에 이들을 묶는 공통분모는 바로 대머리라는 점이다. 물론 이덕화 설운도씨의 대머리 모습을 TV에서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간혹 쇼프로나 토크쇼에서 사회자의 얘깃거리로 거론될 뿐이다. 이들이 자신의 탈모를 숨기고 정상인과 똑같이활동하는 것은 바로 가발 덕분.가발은 연예인 뿐만 아니라 탈모증세에 시달리는 남성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최근에는 패션수단으로 각광받기도 한다.신세대여성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대머리를 숨기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가발산업은 지난 60년대 섬유 합판과 함께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삼두마차중하나였다.인모가발(63년)과 수입인조가발(68년)을 생산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국내 가발업체는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교할 바가못되지만 현재도 전세계 가발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가발수출을 통해 서통 한독 대우 등이 오늘의 기업기반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력·기술력 따라 시장 개발 가능현재 국내 가발산업은 세계최대 가발업체인 보양산업(대표 강기표)과 세계최대 백인가발수출업체 대화(대표 김진민)를 비롯해서 미성고려특수산업 디앤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는 이들 업체의 하청업체거나 미용재료상에 납품하는 영세업자들이다. 대부분종업원 10명 미만의 소규모 업체들이다.지난해 국내업체의 가발수출실적은 6천6백여만 달러다. 중국이나인도네시아 등 해외현지공장에서 미국 유럽 등으로 나간다. 이중인모제품이 1천만 달러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인조가발이다.국내가발시장은 크게 패션가발시장과 기능성 가발시장으로 대별된다. 직장여성들이나 연예인 신세대들이 외모를 연출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 바로 패션가발. 반면 남성들의 탈모증세를 보완하는데사용되는 것이 기능성 가발이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8대 2 정도로추산된다.국내패션가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보양산업. 지난 67년 설립된 이후 전세계 가발시장의 40%를 점하는 세계최대의 가발업체로성장했다. 또한 보양은 중국 심천의 공장(종업원 3천여명)과 홍콩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에는 2백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판매는 1백50억원이며 수출은 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보양은 특히 전세계 흑인가발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OEM방식으로 수출에 전력해 오던 보양은 지난 93년말 「스카렛」이란 독자브랜드로 내수시장에 진출했다. 수출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당시 신세대층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패션가발에 대한 수요를 겨냥했다. 신세대층의 패션가발 인기에 힘입어 타사제품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패션가발시장의 70%를 석권하는성공을 거뒀다.◆ 보양, ‘스카렛’으로 국내 패션가발 70%석권그레이스백화점에서 스카렛을 판매하고 있는 양옥순씨는 『7, 8월은 비수기라 찾는 고객이 적은편』이라고 전제한뒤 『하루 평균 5개, 1백만원 정도는 판매된다』고 말했다. 한창 나갈 때는 4백만원어치는 쉽게 나갔다고 들려준다.스카렛을 찾는 고객층은 신세대에서 60,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양씨는 『신세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30, 40대의 미시족 그리고 10%는 할머니들』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패션가발을 찾는 것은 머리염색을 할 경우 시력이 나빠지고 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지난 63년부터 가발을 생산해 온 대화는 지난해 국내 가발업체중에서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공장을 운영하고있는 국내업체들과는 달리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KS마크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인건비 부담을 안고도 국내생산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 회사 박만규 부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나가는 백인용 가발은 품질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해외생산가발은 국내 생산품보다 디자인이나 염색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대화는 인건비 부담을 수출가를 높게 책정해서 보전한다. 수출가격은 평균 30달러선. 평균 6달러를 받는 흑인가발에 비해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지난해 총 7백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지난 94년부터 「루이페레」 「쌍씨」 등으로 국내 패션가발시장을공략하고 있다. 백화점에는 루이페레, 미용실에는 쌍씨를 공급한다. 지난해 내수시장 판매액은 20여억원.패션가발시장에는 못미치지만 남성용가발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남성탈모환자를 중심으로 이들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국내의 대표적인 생산업체는 우민무역. 헤어클리닉 애드 아트(ADDART)를 통해 이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 월평균 3천개를 수출한다. 개당 수출가격은 1백달러로 패션가발보다 비싼 편이다. 국내시장에는 크기와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있지만 최하 40만원 이상이다. 1백만원 이상되는 제품도 많다.스카렛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내가발산업이 처해 있는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건비 상승과 업체의 영세화 그리고 저부가가치 등이 국내 가발업체를 위협하는 요소다.국내 가발업체들은 80년대말부터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때문에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이들 지역의 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인모를 쉽게 조달하기 위해서다.대화의 박부장은 『가발이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노동인력을 확보하는게 관건』이라며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업체의 영세성과 난립도 국내 가발업계에 어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신촌에서 「소피아」라는 매장과 중국 칭다오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유임코의 오상영 사장은 업체의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중 한명이다.지난 89년부터 가발업에 종사해 왔다는 오 사장은 중국에서 생산된가발을 미용재료상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그는 『공장에서 1년간 근무하면 너나 할 것없이 미싱기 몇대를 들여놓고 가발을 생산할 정도로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갈수록 제값을 받기가 힘들어 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 6년전의 가격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실제로 소피아에서 제일 비싼 가발이 4만5천원대에 머물고 있다.오사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잠재고객을 구매로 이끌수 있는 기술력과 디자인개발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그는 『2, 3년전부터 불어닥친 패션가발에 대한 신세대층의열풍에서 보듯 가발업체의 마케팅력과 기술력에 따라 이 시장은 얼마든지 개발 발전할 수 있다』며 『그런만큼 패션감각과 기능성을충족시킬 수만 있으면 고부가가치 가발을 생산 판매할 수 있다』고가발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론을 펼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