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업을 하다보면 재고를 안게 된다. 제조업체건 유통업체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나 발명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기업들은 수요가 없어 재고품이 쌓이기도 하고 수요가 제품생산량을 넘을 경우에도 기업측으로서는 제품을 추가생산할 수밖에 없어재고가 조금이라도 남게 마련이다. 수요가 있는 한 기업은 계속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고는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특히제조업체가 도산할 경우 그 재고물량은 엄청나다.기업들은 이 재고를 처분해서 원가라도 건질 수 있는 길을 찾지만판로를 개척하기란 그리 쉽지않다. 특히 중소제조업체들은 생산에대한 노하우만큼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다. 최근 이러한 점을 사업포인트로 삼은 재고상품 중개사업들이 유망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이들 재고상품 중개업체들은 판로가 막혀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싼 중개수수료를 받고 재고상품을 수출해 주거나 국내유통업자들에 알선해주고 있다. 재고상품은 품질면에서 일반제품과 똑같으면서도 그 속성상 가격이 정상 유통제품보다 절반이하로 낮아 재고상품 중개시장은 매우 넓다고 볼 수 있다. 현재재고상품 수출시장규모만도 연 1백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재고상품 중개업체들은 재고상품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 음성자동응답시스템( ARS) PC통신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제공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재고품을 전문적으로 수출하는 무역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미물산은 재고상품 정보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안암코포레이션은 기계중장비 수출을, 삼도무역은 일반 재고상품을 전문적으로 수출하는 등 점차 전문화된 업체들이 탄생하고 있다. 재고처리로 골머리를 앓는 중소업체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덕분에재고품을 원하는 도매상이나 무역업체 등 국내외 바이어들과 쉽게연결되고 있다.재고상품 중개업체중 가장 체계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세미물산을 들 수 있다.품질좋은 재고상품 가격은 절반이하러시아 중국 등지로 재고상품을 많이 수출해온 세미물산은 일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재고상품을 박스단위로 판매하고 무역회사나 도매업체들에는 수출 또는 내수거래를 알선해 준다. 취급품목은 생활용품 아이디어상품 유아어린이용품 레저스포츠용품 건강노인용품의류원단 신발류 주방용품 등 2백여가지가 넘는다. 이 업체는 중소업체들의 수출차질로 인해 발생한 재고물품 판로개척이 힘든 아이디어상품 등 50여업체의 물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판매가격도 시중가보다 50~30% 정도 낮다.세미물산은 그동안 재고상품 중개 및 정보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국제재고물품 중개시스템운영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미국의 세계적 재고물품 정보서비스 회사인 뉴욕의 ICES사를 비롯해 캐나다 이스라엘 영국 오스트리아 대만 홍콩멕시코 싱가포르 브라질 등 11개국의 재고정보서비스업체들과 손잡고 「글로벌 재고상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는 1백가지 이상의 품목에 대해 구입의사를 갖고있는 바이어들이 전세계판매업자로부터 조달가능한 재고상품의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는 체계다.국제시장에 나와있는 주요 제품의 재고수량과 담당자 연락처까지 표시돼 급히 수출물량을 확보해야하는 무역상들의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해외에서 긴급히 수입해야할 물품은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전자우편을 띄우면 5~7일 이내에 샘플을 받아볼 수 있다. 해외 바이어들의주문에 따른 수출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회원가입제로 운영되는 이 네트워크의 연간 회비는 2천2백달러다.세미물산은 또 데이콤의 천리안을 통해 재고상품 수출 및 내수거래도 실시하고 있다. 바이어를 위한 수출용 재고물품을 주문할 경우생활용품 의류원단 신발류 패션용품 완구류 주방용품 기타 등 7개품목으로 세분화했으며 2백50여개 품목을 망라하고 있다.세미물산은 또한 지난해 3월 재고수출 정보안내라는 ARS서비스를국내 최초로 도입, 1천개가 넘는 업체들의 재고상품 정보를 9개 품목별로 제공하고 있다. 음성안내에 따라 필요한 메뉴를 찾으면 상품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료는 1분에 3백원. 현재 ARS를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평균 5천명을 웃돌고 있다.이밖에 세미물산은 오는 8월초 경기도 안양시에 중소제조업체들이직접 재고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상설할인 전시판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안양시 관양쇼핑센터에 해외바이어와의 수출상담까지도 가능한 중소기업 재고상품 할인판매장인 「세미 예스마트」를 개설,의류 생활용품 등을 중심으로 한 70여 중소제조업체들의 제품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 전시판매장은 임대비용이 10평 기준으로 보증료없이 월 30만원 수준이며 관리비도 평당 월 7천원이다. 세미물산은이번 개설되는 세미 예스마트가 성공리에 운영될 경우 서울 분당부산 대구 등 전국주요도시에도 이같은 상설할인매장을 개설해나갈계획이다.◆ 국가차원의 재고상품시장 정보망 구축될 듯그동안 재고상품 시장에서는 「나카마」로 불리는 중간상인들이 막강한 현금동원력을 바탕으로 재고상품을 정상가격의 20%도 안되는가격으로 매입해 최소 2배이상의 이윤을 남기는 등 횡포가 극심했다. 이들 나카마들은 사무실도 없이 무선전화기 자동호출기 등을통해 한건 올리고 재고상품을 보관창고에 넣어둔 뒤 자취를 감추는등 국내외업체와 바이어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았다.이에 따라 재고상품 중개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는 등 재고상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지난해 안암코포레이션 세미물산 해성정보통신 서영상사 삼도무역 동서양행 현우 DC50 신영무역 기림 유네코 등 14개 재고상품중개업체들은 재고상품유통협의회를 발족시키고 재고상품시장을 체계화하기 위한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현재 재고상품을 수출하는 업체수는 약 3천여개에 이르고 있으며재고상품을 수입하여 백화점 판촉시장 등 틈새유통시장에 납품하는영세업체만도 1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고상품 시장이이처럼 급확대되자 해외한인무역협회는 격주간으로 「재고속보」를발간하고 있다. 이 속보지는 해외한인무역협회 52개국 67개지국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81개 해외무역관의 조직망을 유기적으로 활용, 재고에 관한 뉴스를 담고 있다.국가차원에서도 재고상품 시장에 관한 정보망이 구축될 전망이다.지난 3월 이우영 중소기업청장은 『전국적인 재고물품에 관한 정보망을 구축해 소비자는 물론 누구나 컴퓨터 전화를 통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유통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사업이 완료되면 전국의 도소매업자와 일반 소비자는 중소제조업체가 보유한 재고 생활용품 등에 대한 가격 사양 물량 등 정보를손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재고정보망을 활용할 경우 생산자와소비자가 서로 유리한 가격에 제품을 사고팔 수 있게 될 전망이다.또한 중소업체들이 제품을 대량 생산해놓고 판로를 못찾아 헐값으로 속칭 땡장사로 불리는 창고업자에게 넘기는 유통구조도 개선될것이다.중기청은 생활용품 분야의 전국 1백20개 조합 협회 등 단체와 함께정보망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재고품 분류작업과데이터베이스 구축, 설명회 등을 거쳐 내년초 정보서비스를 본격실시할 계획이다. 대상은 신발 피혁 섬유 완구 세제 제지 염료고무 페인트 유리 금속 가구 광학 목재 문구 스포츠용구 악기 가스기기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중기청은 이 정보망을 인터넷과 연결해 수출판로를 넓히는 한편 중소기업이 수익성 낮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에서 자기상표수출로 전환하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