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쭁」을 아시나요.최근 강남학원가에 성인대상의 족집게과외가 등장했다고 해서 화제다. 유학준비생이나 진급을 앞둔 직장인에게 토플·토익의 정답찍는 방법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역삼동의 E어학원도 그중의 하나. 특이한 것은 이곳에서는 손수 개발한 교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쭁은 바로 그 교재의 이름이다.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쳤다는얘기엔 「뭐 그런 것까지 상표등록을 하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쭁은 이미 강남학원가의 유명브랜드. 상표권자는 다른쭁(모방품)이나 「쫑」(유사모방품)의 출현을 막을 필요를 느낀 것이다. 상표는 지적재산권의 한 부분으로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느끼게 한다.지재권은 크게 저작권 산업재산권 신지적재산권등으로 구분된다.저작권은 학술서적이나 미술품등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영상물과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후자들쪽으로 무게중심이옮겨가고 있는 감이다. 영상과 정보화라는 시대적인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산업재산권은 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일국의 기술수준을 반영하기도 한다.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권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특허는 가장 고도의 기술이 있는 것으로 특허기술을 사용하는라이선스료는 통상 판매가의 5%안팎으로 증가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정도로 낮았다.신지적재산권은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생겨나는 것들이다. 영업비밀이나 반도체칩의 보호등이 이에 해당된다. 영업비밀은 특히 국내에는 가장 근래에 소개됐고 보호되기 시작한 지재권이다. 각국의 부정경쟁방지법이 「영업비밀을 철저히 보호하는 자에게만 법이 보호한다」는 기본취지를 가지고 있어 비밀취급인가증 비밀보관소 등의제도를 두고 있어야 타인의 도용에 대해 권리주장을 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으로 부속협정인 지적재산권관련무역(Trips:Trade 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협정에 따라야 한다. 지난 7월1일까지 시행에 들어가도록 국내관련법이 모두 새단장(개정내용은 별표참조)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단 법적·제도적인 변화에 못지않게 국민·기업들의 지재권에 대한인식은 크게 변했다.앞서 언급한 사설교재의 상표등록도 그 예이지만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치고 영상사업을 하지 않는 곳이 없다. 할리우드의 영화가큰 재산이라는 사실에 눈뜬 것이다. 삼성 현대는 물론 진로 제일제당 동양 해태 미원 벽산등 중견 대기업들도 영상산업에 진출했거나눈독을 들이고 있다. 컴퓨터제조는 물론 소프트웨어산업에 모든 기업이 몰리고 있는 현상도 굳이 설명이 필요치않을 정도다.산업재산권에 있어서는 한국이 수년전부터 세계5위의 출원국이다.기업들은 영화를 만들지 않더라도 방영권을 갖고 있으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허와 실용신안출원이 급증하는 추세. 95년중 출원된 산업재산권은 24만1백95건으로 한해전에 비해 28.4%가 늘어났다.◆ 특허·실용신안출원 급증 추세특허분야가 7만8천4백99건(전년대비 71.7%증가), 실용신안이5만9천8백66건(50.4%증가)을 기록했다. 특허와 실용신안의 출원이의장과 상표출원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반영하는 특허와 실용신안이 전체의 57.6%라는 사실은 기술경쟁시대에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별로는 내국인이 20만2천1백98건(전체의 84.2%)을 출원해 그 비율도 90년의 71.6%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가장 많이 출원한 외국은 일본으로 1만2천7백21건으로 외국인출원전체의 33.5%였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등이 뒤를이었다.그러나 지재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지재권보호환경등은 걸음마수준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우선 제대로 된저작권법이라면 사적복제보상금제등이 가미돼야 한다. 수없이 자행되고 있는 서적복제 등에 대해 일정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그냥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저작물 등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규정들이 마련돼야 함에도 저작권법은 이런 부분들을 취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지재권과 관련된 모든 법개정이 권리보호라는 정상적인 의식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WTO회원국으로서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된데 따른 결과』라고지적했다. 컴퓨터프로그램 등에서도 그 권리침해의 정도가 결코 덜하다고 볼 수 없다. 10여권 분량의 대사전이 한 장의 CD롬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불법복제를 막고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제도와 제도의 운용 모두 미흡하기만 하다.산재권분야의 실정도 세계5위출원국이란 수식어는 어느 의미에서허상에 불과하다. 일단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국제특허출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미약하다. 1개국당 최고 5백만원이 드는 국제출원에 정부의 보조는 30~40만원정도. 개인발명가들은 『국제출원을 하고 싶어도 일단 국내에서 로열티를 받아야 하는데 그냥 배껴도 되는데 왜 돈을 내느냐는게 기업의 정서』라고 하소연이다.◆ 무절제한 출원으로 업무 지연특허청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기업중 한건의 특허라도 가지고 있는기업은 전체의 3%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10여개의 대기업이 특허를 과점하고 있어 경제력집중만큼이나 「특허력」도 집중돼 있는셈이다. 그나마 대기업이라도 제대로된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95년 월평균(1월∼11월) 산재권출원건수는1만6천건이 조금 넘었다. 그러나 12월에는 6만2천건이 넘는다. 쓸데없는 경쟁의식이 발동해 무더기로 신청을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심사료가 주요 수입원인 특허청에서 지나친 경쟁적인 특허출원을자제해달라고 요청했겠는가. 업무가 지연되는 원인도 상당부분 무절제한 출원에 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변리사계에게도 전권예우가 있고 횡행하고 있지만 국제변리업무를 수행할 만한 실력있는 변리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지재권은 국가지대본」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지재권의 중요성은 부언이 필요없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어느 지하방에서는 불법복제와 기술모방이 행해지고 있다.★ 개인발명가들의 변 - "공공연한 모방, 권리보호 길 멀다"『아무리 법이 개정되면 뭐합니까. 재판에 이겨도 억울하게 당한특허권자는 이미 망해버렸는데요. 국내에서 잘 나간다싶은 특허상품치고 침해당하지 않은 게 있습니까.』발명가 이해남씨(국제수상발명가협회 사무총장)가 설명하는 국내개인발명가들의 정서는 한마디로 「특허무용론」이다. 특허에 대한권리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발명가들은 국내출원을 하지 않는다. 아예 미국등 외국으로 이민을떠나는 경우도 많다. 외국에서 특허를 얻고 상품화시켜 국내에 역수입하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이해남씨 스스로도 벌써 5년째 대기업과 특허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 91년 「모터내장 팔받침」으로 실용신안권을 얻었다. 자동차 유리문을 자동으로 여닫기 위해서는 문짝에 모터가 들어가야 한다. 그만큼 문짝이 두툼해야 한다. 그가 특허를 낸 것은모터를 문짝의 팔받침에 집어넣음으로써 문짝이 얇은 소형자동차에도 모터가 들어갈 수 있게 한 실용신안이었다.당시는 막 대우자동차의 티코가 출시된 시점이었다. 소형차인 티코의 문짝은 모터가 들어갈 만큼 두툼하지 않았고 그래서 파워윈도기능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실용신안을 대우측에 소개했다. 모터내장팔받침은 그해의 우수발명품으로 선정됐고 그는 대우자동차로부터 축하화환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해남씨와 대우자동차는92년11월이후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 어느순간부터 파워윈도우기능이 붙은 티코가 팔린 것이다. 대우측은 그의 것과 다른 방식을이용해 자체출원했다고 주장한다. 법정에서의 싸움이 본격화됐다.1년만에 내려진 특허청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이해남씨는 이겼다. 그는 이어 법원에 자동차의 제조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법원은 그러나 「급박한 상황이 아니다」며 가처분을 받아들이지않았다. 대법원에서는 신규성을 인정했지만 역시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대우측에서는 다시 이해남씨의 제품이 일본것의 모방이라며 특허청에 무효를 요구했고 특허청은 특허무효를 선언했다. 누가이기고 지고를 떠나 최종판결과 필요한 경우 배상의 마무리까지는앞으로 5∼6년이 더 계속돼야 한다. 이해남씨의 경우는 「밤하늘의 별하나」만큼이나 개인발명가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한 얘기다. 테러를 당한 발명가,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된 발명가, 부인이 소복을 입고 청와대를 찾아갔다는 발명가.모두가 희한한 발명품만큼이나 희한한 얘기들이다.개인발명가들은 이같은 얘기의 발단이 한결같이 모방품을 「방치」하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허를 침해당하면 특허권자는 혼자 특허청 법원 변리사를 쫓아다녀야 한다. 대기업에는 지금돈을 주나, 10년후에 배상을 하나 마찬가지라는 의식이 깔려있다.담당자는 얼마간 자리를 보전하다가 부서를 옮기면 끝이다.더욱 한심스런 것은 법조계의 분위기. 역시 발명가인 정영춘씨(코리아스엔사장)는 이렇게 설명한다. 『웬만큼 시일이 흘렀으니 공장이 가동되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판결은 한마디로 「권리침해는 인정하지만 공장을 문닫게 하면 국가경제의 피해가 너무 크므로 몇푼받고 양보하라」는 식입니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대기업을 법조계에서도 「국가경제」란 명분을 들어 보호해주고 있는셈이다.물론 개인발명가도 발명하나로 「팔짜를 고치겠다」는 생각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모방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이를 고발해도 권리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발명가로서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