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미경제학회에서 뼈있는 말씀을 하셔서 화제가 됐는데요.저 나름대로 평소 느낀 점을 발표했을 뿐입니다. 얘기의 초점은 이렇습니다. 상장기업들이 수익위주의 경영을 하고 주식금융에 대한코스트개념을 명확히 가져야한다는 것이지요. 유상증자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코스트개념을 갖지 않는다면 잘못이라는점을 꼬집었습니다. 주식투자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을 올리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은 시가로 환산했을 때 1.2%에 불과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요. 특히 우리나라 금리수준을 감안하면 더욱그렇고요. 단타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배당에 대한 메리트가적기 때문이지요.분기별로 회사의 실적을 발표하고 합리적인 배당을 실시하는 미국증시제도를 본받아야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상장기업의 기업경영방침은 수익(부가가치)위주로 마련돼야 합니다. 투명성은 말할 것도없고요.▶ 상장기업경영자들이 증시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증시가 잘되기 위해선 상장기업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주식을 「똥값」으로 만든 일차적인 책임도 상장기업에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상속이나 하려고 하는데 투자자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개인투자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면 곤란합니다. 증시가 활성화되면 기업들도 사업하기 좋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합니다.일본에서도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발행제도 등을 개선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군소주주의 대표소송과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증권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환경에서는 대주주 혼자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수억달러가 들어가는 투자도 마찬가지지요. 주주들에게 유리한지 어떤지 알길이 없었습니다. 만약에 투자가 실패했을 때 그 손해는 모두 투자자들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액투자자 핫바지론」도 그래서 나온게 아닙니까. 대기업 경영자들이 호황일 때 몇천억원씩 물쓰듯 기부하고 어려워지면 속수무책으로 나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누가 믿고 주식을사겠습니까. 지난해 불거져나온 비자금사건에 비춰볼 때 기업의 투명성 및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지요.▶ 최근 증시침체에 대해 여러가지 원인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만.국내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국제수지적자가 가장 큰 부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988년이후 주가와 국제수지의 상관관계는 0.88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고요. 금리와 주가는 -0.88의 역상관관계가 있습니다.이밖에 환율절하에 따른 「간판기업」들의 환산손도 막대했지요.특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한전 등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높은 상위 6개사의 주식이 증시를 좌우하고 있어 하락폭이 컸다고분석됩니다. 연초대비 주가하락중 삼성전자와 한전이 차지한 비율은 각각 20%가 넘습니다. 최근 증시를 보면서 경영환경이 급변할수록 최고경영자의 책임이 막중해진다는 사실을 느끼고있습니다. 유통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저로서는 주가침체로 거래량마저 줄고 있어 일반투자자들에겐 그저 송구스럽기만 할뿐입니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선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자사주매입촉진과 액면분할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대주주의 지급보증 및 가지급금지급 등에 관해 수시로 공시해야 합니다. 허위공시를 한데는 불성실공시기업으로 낙인만 찍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외부감사인을 지명해 응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실질적인 불이익이 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유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장법인의 경우 예탁금을 면제, 자사주매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물론 일부 상장사들이 자사주매입을 악용하는 등 많은 시비가 있지만 컨셉 자체는 좋다고 봅니다.주식액면분할도 개선이 필요하긴 합니다. 상장회사의 코스트부담은있어도 상법을 고쳐서라도 경제흐름에 맞게 고쳐야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액면분할이 증시의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70년대초 증권보험국장을 역임하셨고 이후에 증권사사장 등 증권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오신 만큼 우리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느끼신 점도 남다를 텐데요.먼저 시장원리가 설땅을 잃었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밸런스를 잃었다는 것이지요.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기업은 많고주식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없어 주가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또 기업파이낸싱하는 사람들이 주주를 우대할 줄 모릅니다. 미국의 경우기업실적이 나쁘면 최고경영자가 갈립니다. 그만큼 책임경영풍토가자리잡혀 있습니다. 물론 보상도 합리적으로 이뤄집니다. 경영자들에게 자사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수 있도록 하는 스톡옵션제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은 자율규제 등 시장메커니즘으로 해결해야 합니다.정부는 세제 등을 활용해, 정책적으로 수급균형을 찾도록 도와줘야하고요. 근로자주식저축 등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앞으로 경영이투명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외면할 것입니다. 이밖에 국제화추세에 발맞춰 실링(투자한도)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해요. 자본수지나 환율문제는 별도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외국인투자한도를 묶으면 안됩니다. 외국인들은 제약이 많다고 느끼면 투자를 꺼리지 않습니까.▶ 증안기금이 해체되고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방도 어려워져 증시가이대로 끝나는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최근 주가약세는 기본적으로 각종 경제변수가 악화된데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등 몇몇 품목이 수출산업을 지배하고 있어 경기하강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개별적인 수단에의해 경기가 되고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증시가 끝난것은 아닙니다. 우리증시도 체질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13%에 달하고 있습니다. 거시경제여건이 개선되면 증시는 살아나게 돼있습니다. 정부가 옛날 방식으로 증시를 다루거나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예전에는 이정도 주가가 빠지면 투자자들의 항의시위도 많았는데요즈음엔 그럴 기력도 잃었는지 조용한 것 같습니다.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95년에17만명이 감소하였고 금년 상반기에는 5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관화현상이 진전된데도 이유가 있지만 증시에 대한 염증도 그만큼 컸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과거에도 떠났다가 돌아오는사례가 많았습니다. 증시사이클이 경기에 선행하고 10월말께 근로자주식저축이 실시되면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증시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만큼 투자자의식도 바뀌어야 되겠지요.지난 92년 시장개방 이후 주가형성패턴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증권정책도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에서 장기적이고 간접적인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급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증권시장의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지요.주가움직임도 선진국과 동질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기 책임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소액투자자들의경우 투자신탁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지난 5월 선물시장을 개설했는데 선물시장이 제역할을 하고있다고평가하십니까.당초 우려와는 달리 시장개설초기에 유동성을 어느정도 확보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선물거래대금도 현물대금의 50%상당에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약세장에서 선물의 헤지기능이 부각돼 현물주식의 매도압력이 선물시장의 거래형태로 나타나 주식시장의 완충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최근들어 시장참여자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어 선물거래를 위험관리수단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날이 갈수록 채권시장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금리자유화가 진행되고 채권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채권유통시장도선진적인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채권의 수익률이 어떻게 형성되고공표해야 효율적인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소액채권을 거래소에 집중시켜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을 산출할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적지않다고 생각합니다. 9월말 채권시스템을 전산시스템재구축과 함께 가동할 예정이며 채권지표수익률공시체계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주시지요.저는 우리나라 경제내지 증권시장의 잠재력이 경쟁국인 신흥증시에비해 잘 알려지지못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오는 10월초 부총리를 모시고 우리 경제와 증권시장의 실세를알리는 모임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가질 계획입니다. 증권딜러 기관투자가들을 고루 초대하면 한국시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이밖에도 동구권 중국 이집트 등 세계각국과 교류하는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또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옵션시장을 내년중에 개설할 방침입니다. 선물시장은 옵션시장의 개설없이는 정상적인 기능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 전산매매시스템의 장애로 인한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시스템재구축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