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기관의 합병 및 통합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금융자유화가 진전되고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합병의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한경 Business designtimesp=21366> 는 국내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인수·합병방향, 정부의 역할 등을 논의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금융연구원 양원근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회에는 정광선 중앙대 교수, 이덕훈 KDI연구위원, 윤현수 한외종금 M&A팀장(경영학박사) 등이 참석했다.사회 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금융업은 60, 70년대는 산업발전을뒷받침했고 80년대는 산업교정역할까지 떠맡았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금융산업 스스로의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특히 제조부문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많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있습니다.90년대들어서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자율화를포함한 금융개혁안을 추진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의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먼저 국내금융업이 안고 있는문제점을 살펴보죠.이박사 현재 금융기관의 인수 합병을 요구하는 필요성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금융부문의 경쟁이 촉진된다는 점입니다. 사회자의 말씀처럼 금융업은 경쟁력을 높여야 할 여지가 많고 실물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있습니다. 단순히 국내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지금은 금융이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통합돼 가는 추세입니다. 세계유수 금융기관과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규모나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대형화가 요청됩니다.또 하나는 이같은 경쟁에서 낙오하는 금융기관의 처리문제입니다.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과 달리 시장퇴출에 따른 사회적 파급력이 큽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고요.그래서 부작용을 최대로 줄이면서 낙오된 금융기관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직접적 퇴출 보다는 다른 금융기관에 합병시키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경제전반에 미치는 충격이훨씬 적죠.이처럼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경쟁탈락 기관의 흡수를 위해금융기관간 합병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흐름은 외국에서는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일본에서도 대형금융기관끼리 또는 소형·지역 금융기관끼리의 합병이 일고 있습니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보편화될 것으로 봅니다.부차적으로는 금융기관도 망할 수 있다는 의식을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책임하고 무리하게 경영하면금융기관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줘야 효율성을 추구할 수있기 때문입니다.사회 이 박사님의 지적처럼 국내금융기관간의 합병은 불가피한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배경이 있을텐데요.정교수 국내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보기에 금융기관의 경쟁력 약화는 총체적인센티브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은행의 당면 문제중 하나로 흔히 「주인없는 경영」을 들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책임있는 경영은 가능합니다.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면 가능하죠. 경영자들에게 주식을 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주주들이 경영감시시스템을 가동하는 것 등 여러방안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실적에 따라 경영진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몇년만 하고 물러나야 하는 환경아래서는 적극적인 경영개선정책이 나올 수 없어요. 적당히골프만 치다가 물러나려고 하겠지요. 이같은 인센티브 시스템의 부재가 은행권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고 봅니다.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는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되는데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과연 경쟁다운 경쟁을 했는지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해 온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최근에는 가격 비가격 부문의경쟁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봅니다.사회 현재 은행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은행간 인수합병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유력한 해결방안이될 수 있을까요.윤팀장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인수 합병자체가 금융기관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려는 자구노력의 일환이 아닙니까. 사실 국내금융기관의 현실을 보면 합병이나 인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외국금융기관과 비교한다면 국내금융기관을 「양식장어」로 비유할수 있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정부가 금융기관을 끌어 오는 체제가 30년 이상 유지돼 왔습니다. 당기순이익도 외국은행의 7분의 1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양식장어처럼 자생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외국산 민물장어가 물밀듯이 몰려 오면 생존하기힘들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 상호간의 강점을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흡수 합병이 적극적으로 요청되고있습니다.사회 이 박사께서는 부실기관의 구제차원에서 인수 합병을 제기하셨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때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이박사 첫째는 자기들끼리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있겠죠. 이럴 경우 정부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개입할 수 있습니다. 합병이 편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세제를 지원하는 형식말입니다.두번째로 부실금융기관을 정부가 강제로 다른 금융기관에 합병시키는 것입니다. 이같은 경우에는 사전에 금융기관에 조기경보체제를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예를 들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일 경우 책임경영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이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밀착개입해야 합니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경영진을 다 내보내고 소유자를 설득해서 합병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금융기관의파산이 몰고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덴마크는 이같은 시스템이 보편화됐고 일본도 내년에 도입할 계획입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정교수 합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를 성사시키는 경영주체가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은행경영진들이 이같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정부눈치나 보고 적당히임기를 채우고 물러나가겠다고 생각하는 경영진들이 사내외의 반발을 무릅쓰고 합병같은 모험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까지는 힘들다고 봅니다.또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금융시장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진입규제가 너무 심합니다. 이것도 은행간 합병을 가로막고 있습니다.사회 정 교수님과 이 박사님의 주장은 얼핏 다르게 보여도 일맥상통합니다. 이 박사님은 시장퇴출이 잘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고정 교수님께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퇴출이 잘 돼야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최근 예금보험 등을 만든 것도 퇴출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한 사전기반조성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인수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가 너무 많습니다.윤팀장 현재의 진입장벽은 놔 두더라도 인수의 규제는 풀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30대 그룹의 은행권 진입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번 새한종금의 입찰에서처럼 종금업계 진출에도 제한받고 있어요. 금융산업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방안을 논의하는마당에 이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또한 은행 종금 투금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외부에서 선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인수 합병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앞장서서 인수 합병을 추진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정부소유기관이 시범케이스로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98년부터 외국인도 국내기업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됐는데 금융기관도 보다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게 필요합니다.이박사 금융기관의 주인이 없다는 것과 관련해서 한마디 더 붙이겠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있는데 주주 종업원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모험을 시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거 빨리 없애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만 보더다도 십수년간 재직하는 은행장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우리만 은행장은 몇년에 몇번밖에 할 수 없다고 못박아 놓았는데 대단히 시대착오적인발상입니다. 사실 최고경영자가 능력을 발휘하면 주주 종업원 고객모두에게 도움을 줍니다. 기업가치와 주가가 올라가서 기업에도 유리합니다. 그런데 3자에 의해서 그만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영자는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은행이나 관련자 모두에게 이롭습니다.사회 금융기관의 합병후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방안들을 사전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산시스템의 통합, 잉여인력의 감축, 회사통합에 따른 고객이탈 등 다양한 문제들이 예상됩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정교수 은행들이 합병하면 조직개편과 통합을 해야 합니다. 이때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경영진이나 종업원에게 인센티브를주거나 인원감축 등을 통해 통합조직의 가치창출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가 없어요. 자율경영이정착된후 합병을 해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윤팀장 외국은행의 경우 합병후 수천명을 순식간에 짜릅니다. 불필요한 인력의 감축과 부동산을 처분해서 특별이익을 내는 등 경영합리화를 추구합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노동조합과 근로기준법에의해 이같은 일이 불가능합니다. 잉여인력의 노무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조직을 축소해야 효율성 제고라는 합병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또한 강력한 전문경영인이 있어야 합병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같습니다. 서울신탁은행의 경우 서울은행으로 개칭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렸습니까. 제도적 문화적장벽과 전문경영인 부재가 합병의 후유증을 치유하는데 걸림돌로작용하고 있습니다.정교수 좀전에 한 말에 조금 더 첨가하면 합병을 하면 경영인 종업원 고객들이 일종의 공포감을 갖는다고 합니다. 종업원 뿐만 아니라 경영진 스스로도 해고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이박사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우리 현실에서 경영진이 합병했다고 해서 종업원을 내보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오히려자발적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쟁이 촉진되면 합병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 현상입니다.사실 합병은 획기적으로 경쟁을 강화하거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것입니다.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말이죠. 편안한 상황에서 이뤄진 통제된 합병과는 차원이 다르죠. 합병이 이뤄진다고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당한 진통이 따르죠.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라는 목표를 위해 경영진 종업원 주주 모두에게인내를 요구합니다. 이같은 과정에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떠나고조직도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조직 스스로 경영합리화를 이루는 셈이죠.사회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이 처해 있는 환경이 대단히 급박합니다. 금융기관의 겸업화와 대기업의 은행이탈이 보편화되는추세입니다. 또한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로 은행의 주식평가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부실채권의 규모도 점차 증가합니다. 따라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위험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은행간 실력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박사 저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시장만 볼게 아니라 세계시장을 보는 시각이 요구됩니다. 금융산업도이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금융기관은 준공기업성격을 갖고 있었는데 이같은 시각에서벗어나야 합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방향으로 금융정책 제도를 개발해야 합니다.특히 정부당국자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많고 다양한 업무를 하기가 어렵게 되면 금융업계에 공동화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자산을 조달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손쉽게 세계금융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정부당국자들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하지 않으면 이같은금융공동화가 순식간에 올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합니다.정교수 은행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게 급선무입니다. 경쟁을 촉진하는게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진입장벽을 낮추는게핵심입니다. 또한 자율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소유구조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시중은행 지분상한선 4%를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또한 경영진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같은기반을 마련하는데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의부문에서는 정부의 역할은 가급적 줄여줬으면 생각합니다.윤팀장 정부가 어떤 역할을 떠맡기 보다는 금융기관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금융기관스스로가 문제해결의 주체입니다. 사실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인수합병 된 금융기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법 자체가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가보니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거의 없어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풍토가 정착돼 있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사회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 보면 금융기관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불가피한 추세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를 성사시키기위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행정규제 완화와 금융기관 종사자에 대한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금융기관의공공성을 감안할 경우 정부의 사후감독은 철저히 이뤄져야합니다.마지막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마디씩 부탁드리겠습니다.정교수 은행의 경우 소유분산이 어느정도 잘돼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소유한도를 높여도 일부 대기업의 독주를 차단할 수있다고 봅니다. 물론 책임경영체제가 전제돼야하겠지만말입니다. 이문제에대해 정부가 신중히 고민할 때입니다이박사 일단은 능력있는 금융기관장들이 소신껏 경영을 펼칠 수있는 풍토를 마련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합병에 대한 필요성도제기될 수 있는 것이지요. 책임경영풍토를 조성하기위한 정부의 노력을 기대해봅니다.윤팀장 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싶습니다. 인위적인합병이나 합병유도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