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을 돌이켜볼 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이룩한 경이적인 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전망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불안한정치, 악성 인플레, 지방 분권주의 등을 변수로 삼아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조명하는 구미의 중국문제전문가들이 아직까지도 많은것이 현실이다. 중국 본토 안에서도 적지않은 지식인들이 일정한주기로 흥망성쇠를 반복해온 중국의 역대 왕조사까지 들먹이며 서양전문가들의 비관론에 공감하고 있는 실정이다.반면에 중국의 장래를 낙관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화교 기업인들은 대부분 중국의 앞날을 장미빛으로 그리고 있다. 지난 78년 등소평의 경제개혁이 외부세계에 선보였을 당시 개혁의 본질을 가장빨리 파악한 사람들이 바로 화교 기업인들이었다. 자연히 화교들이대중국 투자에서도 선두를 차지했다. 지난 89년 천안문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서구기업인들은 중국에 투자한 돈을 빨리 빼내가려고안달했으나 화교들은 동요하는 기색없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오늘 현재를 기준해도 홍콩 대만 동남아 등지의 화교들이 미국이나일본의 거대기업보다 중국대륙에 종자돈을 더 많이 뿌려 놓은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화교들의 낙관적인 전망은 거의 신념에 가깝다.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겠다고 위협했던 몇달전의 그 위기상황이 끝나자 마자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대만의 대표적인 기업인 포모사플라스틱은 38억달러 규모의 대중국 발전소 건설투자 프로젝트를발표했었다.중국 미래에 대한 화교들의 장미빛 전망은 아시아 선발개도국들이이룩한 경제기적이 중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중국의 경제기적은 필연적이며 나라 크기만큼 그 파급효과가엄청날 것이라는 믿음이다.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등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아시아국가들, 이른바 「호랑이」들의 성장과정에서 화교들은중국의 경제성장론에 적용시킬 수 있는 2가지 요인을 발견했다. 그한가지는 중국에서 지난 20년간 보여준 초고속 성장이 최소한 앞으로 몇년간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지난 89년의천안문사태와 같은 정치불안요인이 경제성장을 멈추게 하는 변수가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몇몇 「아시아 호랑이」들의 과거사를 보면 무자비한 학살이 경제적으로 더 성숙해지기 위해 치러야하는 피의 통과의례처럼 비쳐지기도 했다.천안문사태와 같은 학살과 경제성장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에대한 논의는 접어둔다고 하더라도 중국경제 향방에 대한 조사연구대부분이 아시아 호랑이들과의 비교분석에서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비교분석의 기본틀 안에서는 화교같은 낙관론자들의 전망이 적중한다는 것과 중국이 또 하나의 아시아 호랑이가된다는 것이 일맥상통한다.◆ 무자비한 학살이 경제성장 위한 통과의례또 중국이 아시아 호랑이가 된다는 것은 중국경제가 앞으로도 수십년간 견실한 성장을 한다는 말과 같다. 경제가 꾸준하게 성장한다는 것은 다원화된 시장경제체제의 발전을 의미하며 이같은 하부구조의 변화에 떼밀려 중국의 경직된 정치체제도 서서히 민주화될 것이라는게 낙관론의 논리다.그렇지만 비관론자들은 중국과 아시아 호랑이간의 비교에서 유사점보다 본질적인 차이점이 더 두드러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부문에서 조차도 통제경제체제의 유산을 아직 청산하지 못했다. 국제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국가안보를 어느 정도 의존하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불확실성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는 나라다. 중국 국내문제만 보더라도 정치권력은 국민들을 가끔 무자비하게 대하는 독재당의 손아귀에 집중돼 있으며 당내의 정치 움직임은 베일에 가려있다. 등소평이 사망한다는 가정아래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자신있게 말해줄 전문가들도 없다.중국 영토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 그 자체를 아시아 호랑이와 다른본질적인 차이로 손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중국의 인구는 현재12억명이다. 이중 70%가 농어촌지역에서 살고 있다. 반면 부자소리를 듣는 아시아 호랑이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아시아 호랑이 가운데 인구가 가장많은 호랑이가 한국인데 4천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인구는 중국내 중간 크기의 성(省)인구 정도에 불과하다.그렇다면 낙관론과 비관론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이 중국의 미래를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것일까. 해법은 중국의 경제 정치 국제외교환경 등이 어떻게 변모할지를 추측해 보는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중국 미래에 대한 논의를 경제측면으로만 국한시키면 낙관론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경제성장률을 추정하면 중국에서는 앞으로 오랜기간 연간 8~10% 정도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판단은 다른 아시아 호랑이들의 경제성장과정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국가지만 현재도 연간 8% 정도의 성장속도를 과시하고 있다.싱가포르는 훨씬 더 특별한 케이스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과 거의 맞먹는데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10%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자랑했다.아시아 호랑이들이 이같은 고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중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낙관론의 배경을 이룬다. 실례로활발한 투자를 가능케 하는 높은 저축률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저축률은 GDP(국내총생산)의 40%로 검소하기로 소문난 동아시아사람들의 저축률보다 높다(도표참조).아시아국가들의 경우 GDP에서 차지하는 공공부문지출이 상대적으로적다는 점이 경제성장의 한 배경으로 설명돼 왔다. 중국의 경우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GDP에 대한 정부지출 비중이아주 작은 것으로 나와 있다. 공식통계로 중국의 지난해 정부지출비중은 11.6%에 불과해 약 20%인 아시아 호랑이들의 정부지출 비중보다도 작은 것으로 돼있다(도표참조).중국의 정부조사 통계가 그리 정확하지 못하고 아예 통계기준에서배제된 지방정부의 수익사업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공공부문지출비중은 배로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중국의 정부지출 비중이 아시아 호랑이들과 견줄만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인력자원측면에서는 중국의 여건이 아시아 호랑이들보다 훨씬 낫다. 엄청난 인력자원이 있는 중국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임금상승 압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중국이 제조업체의 수출드라이브에서 경제활력의 동력을 얻어 왔다는 점도 아시아 호랑이들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최근들어 아시아호랑이들이 수출부진으로 다소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으나 그래도크게 보면 호랑이들도 수출드라이브 전략에 힘입어 성장해온 것이사실이다. 동아시아국가들이 수출드라이브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더라면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과 제품개발에 대한 국제규격을 도입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며 당연히 오늘날의 경제기적도 없었을 것이틀림없다. 중국은 수출드라이브에 관한한 아시아 호랑이가 간 길을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개혁개방이 선언된 지난 79년도에만해도 중국의 수출액은 98억달러에 그쳤다. 94년 기준으로 중국의 수출은1천2백10억달러로 제조업부문 수출액으로 따져 세계 8위에 랭크될정도다.반면 중국의 수출 구조를 자세하게 뜯어보면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비록 중국의 수출액증가율이 아시아 호랑이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하지만 중국의 수출은 호랑이들과 달리 직접투자로 중국대륙에 상륙한 외국인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점은 통계상으로 바로 증명된다.◆ 중국, 수출에서 외국인업체 비율 확대돼중국전체의 제조업생산에서 외국인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로미미하지만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업체 비율은 30%에 이른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업체 비율은 축소되기는 커녕 갈수록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비관론자들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동아시아 경험에 비춰볼 때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투자효율을 높이면서 활개를 칠수록 그만큼 국내 제조업자들은 설 땅을 잃어왔다. 물론 중국에서도 반드시 이런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해야된다는 법은 없지만 중국의 수출구조를 찜찜하게 보는 전문가들이많은 것이 현실이다.중국무역문제 전문가인 니콜라스 라디는 『중국의 수출주력산업체가운데 상당 부분은 외국인들의 치외법권지역처럼 보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의 이같은 수출산업구조가 재편되면 장기적으로 중국이 과거 10년 동안 누려왔던 수준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디같은 비관론자들의 지적은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주춤해진 요즘에 더설득력을 얻고 있다.중국이 중앙통제경제의 유산으로 다른 아시아 호랑이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난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 대국의 수출경제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중앙통제경제가 중국경제에 남긴 골칫거리는 금융시스템미비와 적자투성이의 국영기업 등 크게 2가지로분리할 수 있다. 이 2가지는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소재이기도 하다.중국의 국영기업 숫자는 10만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국영기업들이 도시 취업희망인구의 3분의 2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 정부당국은 국영기업의 절반이상이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고 적자기업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또 국영기업들이 적자를 계속 내더라도 정부당국 입장에서는 대량해고사태를 우려해 국영기업체가 일단은 굴러가도록 지원해야될 형편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식 경영을 해야될 은행들이 정부시책에 따라 적자 투성이의 국영기업에 신용을 더 확대하고 있는 곳이중국이다.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부풀어가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더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저축률이 꽤 높다지만 금융체계가 왜곡돼 있는 이상 높은 저축률도 별 의미가 없게 된다.실제적으로 국영기업이 산업계로 들어오는 은행대출금의 70%를 잡아 먹고 있는데도 총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국영기업 비율은 34%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자금 배분이 왜곡돼있다.중국정부가 국영기업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은행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경제가 인플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낳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이같은 중국의 약점을 부각시켜왔다.그러나 이런 약점이 극복 가능한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와관련 중국경제의 약점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기업부문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국영기업의 생산과고용비중이 축소되고 있다.중국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인 강 판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에만 국영기업부문의 고용인력이 1억명에서 9천만명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기업과 더불어 향진기업(지방정부가 설립했지만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한 중국특유의 기업형태)이 성장하면서 국영기업이 하나 둘씩 문을 닫더라도 그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예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노동력이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에서 시장경제원리를 철저하게 지키는 사기업이나 향진기업으로 이동되면중국의 성장잠재력은 커지게 된다.중국경제의 성장이 단기적으로 멈출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은거의 없다. 세계은행 북경사무소 책임자인 피에터 보텔리에는 중국경제가 앞으로 20년동안 현재의 성장속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텔리에는 그러나 중국경제를 낙관하는 전제조건으로 국내정치와 국제외교의 안정을 내걸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중국 천안문광장에서 무자비한 학살이 발생했을 당시 아시아 기업인들은 서양사람들보다 덜 당황했다. 아시아인들은 자기나라에서유사한 경우를 직접 목격했고 또 큰 사건이후에도 경제는 비교적잘 굴러갔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지난 80년 한국에서는 군인들이 광주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을 사살했다. 이후 10년간의 군부정권시기에 한국경제의 GDP는 1백77% 정도 늘어났다. 이에앞서 76년에는 태국군인들이 방콕 타마샛 대학에서 학생 수백명을 죽이는 학살이 발생했다. 이후 20년동안의 군인정권아래서 태국의 국내총생산은 2백35% 증가했다. 대만의 국민당과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대통령도 학살한 수천명을 제물로 삼아권력을 잡았다. 이 두나라도 경제성장 덕분에 아시아 호랑이 소리를 듣는다.이런 점을 보면 피의 학살과 독재정권이 있는 국가라고해서 경제기적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이런 처참한 대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민주화에 성공할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대만 태국한국 등 세나라는 현재 동아시아에서 가장 민주화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아시아기업인들은 중국에서 지난 89년에 발생한 학살을 다른 동아시아국가에서도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에 중국경제가 이 천안문사태의 후유증으로 비틀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직감했다. 그렇다고해서 지난 89년의 사태를 하찮은 사건으로 무시하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정치에 관한한 중국은 동아시아 호랑이들과 비교해 아주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비관론자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필요가 있다.아시아호랑이와 달리 중국은 공산당 주도의 시장경제를 추구해왔다. 공산당이 건재하다는 것은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는데 한계가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통한다.모택동은 수많은 혁명동지들을 숙청했고 문화혁명(1966~76)의 광기를 조장한 인물이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그를 국가영웅으로 기리고 있다. 중국 민중들을 기아상태로 내몰았던 모택동시대의 대약진운동(1959~61)에 대한 올바른 평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에서 스탈린시대의 대학살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사람들은 그들의 근대사가 아시아 호랑이들보다 더 고통스러웠고 혼란했던 역사라고 푸념해왔다. 이에따라 한국에서 광주학살의 장본인들이 지탄을 받고 있듯이 중국공산당의 장래도 그리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중국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나라의 땅덩어리가어마 어마하게 크다는 점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중국대륙은 연안의 부자지역과 내륙의 빈자지역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이런 빈부갈등으로 인해 공산당은 중앙통제경제를 적용하기가 갈수록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갈등 폭발을 우려해 중앙통제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중국 공산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세금을 거두어 들이고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이른바 통치행위도 예전같지 않다.이같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중국에서는 민주정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확실하게 내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중국 정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국이나 대만에서 발생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폭력사태와 불안정이 수반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지도자 ‘미국이 중국발전 꺼린다’ 믿어비관론자들은 중국과 아시아 호랑이를 비교하면서 국제외교 상황의차이를 곧잘 끄집어 낸다. 아시아 호랑이들은 인도네시아만 제외하고 대부분 미국과 친하게 지내왔다. 미국도 이들 아시아 호랑이의경제성장이 자국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그래서 미국은 아시아 호랑이들에 대한 시장개방에 인색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또 미국은 아시아 호랑이들의 민주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 87년 한국의 독재정권이 전국적인 시위에 부딪혀 또다른 광주학살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을 순간에 워싱턴이 발포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독재정권이라고 하지만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발포명령을 쉽게 내릴 수 없었던 시대상황도 작용했을 것이다.지난 90년 대만에서 국민당이 민주적인 총선 실시에 대한 부작용을우려했을 때에도 워싱턴은 총선 실시가 국민당에 더 유리할 것이라며 설득작업을 벌였다. 더 극적인 것은 미국이 지난 86년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정권에 대한 지지를 갑자기 철회한 것이다.이 당시 미국이 마르코스의 국외탈출을 도와주기 위해 헬리콥터를제공한 것이 마지막 서비스였다.정작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떤가. 중국지도자들은 미국이 중국의발전을 내심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인 적국으로 여기며 무역분쟁 등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다국적기업과외교상의 필요에 의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통상문제에서 큰 차별대우를 받아 온 것도 아니다.중국과 아시아 호랑이들간의 진짜 차이점은 대만 한국 필리핀 등은정치격변기에 미국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던데 반해 중국지도층은앞으로 격변기가 닥치더라도 미국대사관 쪽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같다는 예상이다. 더 유감인 것은 미국도 중국대통령의 피신을 위해 기꺼이 헬리콥터를 대기시켜 놓을 자세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미래의 어느 날 중국의 거리마다 군중들이 쏟아져 나와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지도 모른다. 중국정부도 강경대응으로 대처해정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현 지도부가백기를 들고 신변 안전을 걱정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시나리오아래 화교같은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는가운데 또 하나의 아시아 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신념을 굳히고 있다.그러나 낙관론자들의 말대로 중국이 호랑이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시아의 여타 호랑이와 다른 희귀종으로 태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이 이웃 아시아 호랑이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변종 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아시아 호랑이들의 경우를 들어 경제성장만 이루어지면 정치가 무슨 문제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 말은 중국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한편으로 중국경제는 이웃한 아시아 호랑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어 고도성장을 지속할 자격이 충분하다. 안정을 바라는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다. 또 중국의 지도층들도 능력은의심스럽지만 반드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는데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아시아 지역 전체를 통틀어 경제 호재와 정치 악재라는 상황은 나라마다 거의 대동소이하다. 중국의 경우에는 경제와 정치변수가 더극명하게 대조되면서 정치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변수를 고려할 때 중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비관론보다 약간 우세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A Funny-looking tiger」 Aug. 17, 1996? 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