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은 흥미있는 자료를 발표했다. 「외식산업의 구조와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외식산업의 규모가98년에 23조원, 2000년에 3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외식산업에 대한 장미빛 청사진과 함께 외식업이한 번 해볼만한 사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롯데리아란 프랜차이즈형 브랜드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 79년에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1조7천억원이었다. 16년이 지난 95년에는 18조원 시장을 형성했다. 16년간 10배 이상씩 증가했다. 국내 외식시장이 매년 60%씩 성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식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로는 맞벌이 주부가 늘어나면서 밖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점, 자가용이 보급되면서 주말 외식이 많아졌다는 점, 신세대의 등장으로 서양식 패스트푸드 소비가 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외식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팽창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게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관측이다.◆ 외식시장 기업화 첨단화 체인브랜드화 경향전체 식료품비 중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82년에 한 가구당 외식비는 7천9백87원으로 전체 식료품비의7.2%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2만6천7백원으로 식료품비의26.5%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2000년에는 외식비가 38만원으로 식료품비의 2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식료품비 중에서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외식산업은 더욱 활성화되리라는 예상이다.식당업체수도 증가했다. 주점과 다과점을 제외한 식당업체수는81년 9만3천6백51개에서 91년에는 20만7천3백15개로 10년간 두배이상 늘어났다. 식당업체수가 늘어난 반면 집주인이 직접 운영하는외식업체 비율은 81년에 22.3%에서 91년 14.9%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외식산업이 기업화·대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한국식품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93년의 경우 국내 외식업체수는 38만9천5백14개소였으며 외식업 종사자수는 96만7천여명이었다. 외식업체의 매출규모는 16조원에 달했다.국내 외식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외식시장은 3가지 경향을 드러내고있다. 기업화 첨단화 체인브랜드화다. 90년대 들어 외식업의 기업화 추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점포 하나 마련해서 먹는 장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경영을 요구하는 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다. 외식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외식산업의기업화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외식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대체로 4가지 부류다. 식품관련 사업을 하던 기업과 유통업체,호텔업체, 식품이나 유통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기존 사업에 한계를 느껴 외식산업에 뛰어든 업체 등. 식품관련 기업의 외식산업진출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롯데 두산음료 대한제당 제일제당 미원샤니 농심 남양유업 동양제과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79년부터롯데리아로 외식사업을 시작했고 두산음료는 KFC와 라운드테이블피자를, 대한제당은 파파이스와 씨즐러, 제일제당은 스카이락, 샤니는 피자질리오, 남양유업은 피자피아띠, 동양제과는 베니건스, 농심은 농심스탠드(규동전문점)를 운영하고 있다.유통업체로는 미도파백화점과 신세계가 대표적이다. 미도파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부격. 88년부터 코코스란 브랜드로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전개, 현재 전국에 39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육류전문 패밀리 레스토랑 「까르네스테이션」을 개점했다. 까르네스테이션은 4백50석 규모며 쇠고기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오징어 등을 원하는 만큼 집어와 자기식탁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뷔페형 식당이다. 까르네스테이션은 하루 매출액이 1천5백만원선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호텔업체 등 대거 참여유통업체가 비교적 외식산업에 뛰어들기 용이한 이유는 단체급식이나 매장내 음식점 경영 등으로 외식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있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92년부터 KBS별관 장은신용카드본사 이화여대 중앙대 등 31개 구내식당을 위탁관리하면서 단체급식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아직까지 식당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LG유통도 91년에 일본의 급식전문업체인 그린하우스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단체급식사업에 뛰어들었다. LG유통은70여개의 구내 식당을 위탁관리중이다.호텔업체도 외식사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호텔내에서 식당을운영하던 경험을 살려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것. 롯데호텔 프라자호텔 힐튼호텔처럼 호텔내 식당 브랜드로 외식산업을 강화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타워호텔이나 아미가호텔처럼 새로운 브랜드를도입, 외식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타워호텔은 지난해 (주)이오라는 별도법인을 세우고 토니로마스란 브랜드로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매장을 3개로 늘리고 토니로마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미가호텔의 경우 주명실업이라는 법인을 통해서는 뉴질랜드&미세스쿠키스라는 아이스크림 및샌드위치 전문점 사업을 펼치고 있고 덕우산업을 통해서는 마르쉐라는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외식산업과는 무관하지만 기존 사업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외식업을 선택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약품이 제이브레너스란 브랜드로 올초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한 경우나 신호그룹의 계열사인 동양섬유산업이 피자인 브랜드로 섬유와는 전혀 무관한 외식산업에 뛰어든게 대표적인 예다. 코오롱이 코오롱고속관광을 통해내년부터 우노라는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외식산업이 기업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첨단화다. 기업들이 외식을 사업으로 인식, 대형화하면서 첨단 조리기기와 유전공학을 접목한 과학적인 메뉴 등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형으로 외식업체를경영하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양념을 넣어 맛을 내는 「손맛」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표준화된 맛과 대량생산을 위한 첨단 조리기기가 필수적이다. 대기업들이 외식산업에 뛰어들면서중앙조리매장(Central Kitchen)을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조리매장에서 대량으로 일차 가공한 뒤 반조리 상태로 전국 매장에 배달한다. 요리사가 일일이 적당하게 손으로 맛을 내는 기존 음식과는 다르다. 조리사의 솜씨가 문제가 아니라 우수한 조리기기에식재료를 넣으면 시간에 맞춰 조리해 주는 첨단기기와 기기 오퍼레이터가 문제인 것이다. 매장에서도 POS(Point of Sales: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을 도입, 시간대별 인기 메뉴를 분석, 음식 공급을 원활히 해야 한다. 점심 저녁때 몇백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몰릴 때 메뉴별로 대략적인 수요를 예상해놓지 않으면 제 시간에 음식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과학과 접목한 새로운 메뉴 개발도 중요하다. 남양유업이 지능유전인자인 DHA가 들어간 피자를 개발한다거나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잇달아 다이어트 메뉴를 개발하는게 모두 외식산업의 과학화를 보여주는 실례들이다. 베니건스 TGI후라이데이즈 등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이 보유하고 있는 1백여가지의 메뉴 중에서 다이어트 메뉴는5∼6가지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으로는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로인기다. 앞으로 칼로리와 영양가 등을 정확하게 계산해 고객에게알려주는 과학적인 메뉴가 계속 등장, 음식의 과학화는 더욱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첨단시설과 과학적인 메뉴를 보유하지 못한외식업체는 점점더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외식산업의 기업화 첨단화의 경향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프랜차이즈화다. 외식업체가 대형화하고 첨단장비와 과학기술이 필요하게 되면서 매장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됐다. 외식산업에 진출한 기업 대부분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소한 10개 이상의 매장을 경영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다.식당업, 차별화 없이는 대거 도산한다외식산업이 기업화 첨단화 프랜차이즈화하면서 중소 업체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게됐다. 오리고기 피자와 같은 차별화된 메뉴나 무공해 농산물로 만든 신토불이 음식 등과 같은 독특한 특징을 내세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김헌희 한국외식정보 전무의 지적처럼「식당업의 대량 도산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외식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인 것은 확실하지만 아무나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니 인터뷰 / 김헌희 한국외식정보(주) 전무외식산업이 미래의 첨단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망업종으로 대기업의 관심을 끌면서 외식사업을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기업도등장했다. 외식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김헌희 한국외식정보(주) 전무를 만나 들어봤다.▶ 올해 외식시장 규모가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외식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까.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지난해 5월말까지 식당수는32만3천2백10개였습니다. 이 숫자가 올 5월말까지는35만9천3백62개로 11% 늘어났습니다. 금액으로나 식당수로나 외식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속을 들여다보면 외국 브랜드 도입과 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이 붐을 이루기시작한 94년부터 외식산업은 오히려 침체국면을 맞이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외식산업이 첨단화 정보산업화하면서 오히려 도산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죠. 옛날의 식당운영방식으로는 살아남지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도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영세한 식당이 도산하고 운영을 잘못해서 외식시장에서 두 손 들고 물러나는 기업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외식산업이 겉에서 보는 만큼 전망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아닙니다. 국내 외식산업이 현대화 세계화 첨단화하면서 경쟁력없는 많은 식당들이 정리될 것이란 말이죠. 음식점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한 때 양념통닭집이 크게 유행했다가 지금은 거의 없어지고최근엔 탕수육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죠.그러나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유행이 끝나서 도산됐다거나 경쟁이 치열해서 어렵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양념통닭집이 거의 없어져도 이서방양념통닭이나 처가집양념통닭은 아직까지 장사를 잘 하고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차별화하고 개성화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외식기업인 맥도널드가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와 식자재를 개발하고 새로운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것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잘되는 외식업체는 나름대로의 특징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기업의 외식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만.대기업의 참여는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지금까지는외식산업하면 몸으로 때우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외식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도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매장도 세련되지고 서비스도 좋아지고 경영도 체계화되면서 외식산업이선진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방법에 있습니다. 외국 브랜드도입에만 급급하거든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브랜드를 개발하고 투자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입니다.▶ 외식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무엇입니까.외식산업에 뛰어들어 자리잡기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립니다. 모기업에서 외식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영업 10일만에 저한테 와서 이익이 이만큼 났는데 전망이 있냐 없냐고 물어요. 그래서 제가 전망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익의 다소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문제입니다. 사업 시작후 3∼5년은 투자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이미지 파워를 키우고 서비스와 맛을 균일화하는데 주력해야지이익에 연연해서는 아무것도 안됩니다. 흔히들 식당업은 현금장사라 해서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제는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대형화 첨단화되면서 투자비도 많이 들고단기 실적주의적인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옛날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좋은데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전망있는 외식업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몇십억원씩 투자해야 하는 대형점보다는 소규모 점포가 유망합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은 미국과 달리 대형 매장을 개설할 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떤 업종이든 여성을 주고객으로 하는 단품메뉴로 승부를 거는 것이 유리합니다. 특징있는몇가지 메뉴로 개성화 차별화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