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만 해도 생일을 맞으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 집에서 만든음식을 대접하는게 일반적이었다. 케이크를 차리기는 했지만 잡채라든지 김밥 떡볶기 튀김 등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잔칫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요즘 생일파티 유행은 그게 아니다. 집에 친구들을 초청하는 파티는 이제 시대에 뒤졌다. KFC라든지 맥도널드 TGI후라이데이즈 피자헛 같은 음식점에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음식을 사주는게 초등학교 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 신세대들의 유행이다. 이런 서양식 체인점에 가서 햄버거나 피자 스테이크 등을 사먹고 생일이라고 밝히기만 하면 생일파티는 매장에서알아서 해준다. 풍선을 불어주고 즉석 축하사진도 찍어주고 축하카드와 함께 매장직원이 축하노래까지 불러준다.롯데리아의 경우 생일을 맞이한 고객에게는 5천∼7천원 상당하는케이크를 제공하고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준다. 게다가 10% 할인혜택까지 준다. 코코스와 베니건스는 풍선을 불어주고 즉석 축하사진을찍어준다. 또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제공한다. 특히 베니건스가 어린이 고객을 위해 준비하는 기린 백조 강아지 등 여러 가지 모양의 요술풍선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생일축하 노래도 특징적이다. 베니건스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생일축하곡 경연대회를 벌여 매월 새로운 노래를 선보이는게 자랑.TGI후라이데이즈의 생일축하도 요란하다.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고 7∼8명의 직원이 에워싼 후 기타와 탬버린을 치며 자체적으로 만든 축하노래를 불러준다. 피자헛은 촛불파티로 유명하다. 피자헛은 생일을 맞은 고객 중 3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7개의 초를 선사하고 촛불파티를 열어준다. 맥도널드는 미리 생일파티 예약을 받아 축하해주는 경우. 예약을 하면 생일날 생일케이크와 작은 선물을 선사하고 1시간반동안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파티를 열어준다.생일잔치 세태만 바뀐 것이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서양식 외식업체의 패밀리카드를 갖는 것이 유행이다. 매장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서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특정 메뉴를 무료로 제공받고 10%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회원카드다. KFC나 맥도널드 TGI후라이데이즈 등의 패밀리카드를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초등학생을 만나기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TGI후라이데이즈가 2만명, 씨즐러가 1만2천명, 판다로사가 1만명정도의 패밀리카드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KFC는 22만명의 회원을자랑한다. 서양식 외식업체가 신세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세력을뻗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편리하고 할인혜택 받는 패밀리카드 소지 유행현재 서양식 체인브랜드 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80여개. 서양식 체인점의 매장 숫자는 1천2백개에 달한다. 90년초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한 수치다. 점포수는 올 상반기에만 3백여개가 늘어났다. 시장규모도 엄청나다. 패밀리 레스토랑 2천억, 피자 2천억, 패스트푸드6천억, 치킨전문점 1천5백억원으로 지난해 시장규모는 대략 1조1천5백억원. 지난해 18조원 외식시장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는 1조5천억원으로 성장, 21조원으로 예상되는 전체 외식시장의7.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양식 체인브랜드가 외식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전체 외식시장에서 서양식 체인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일반 영세 식당의부진이나 폐업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맛과 분위기, 서비스를 함께 갖추지 못한 영세 업소는 점차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문제는 국내 외식시장을 휩쓸고 있는 서양식 체인브랜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도입된 브랜드란 점. 패밀리 레스토랑 매출액 상위10개 브랜드를 따졌을 때 국내에서 개발한 브랜드는 골드러쉬 하나뿐이다. 나머지 코코스 TGI후라이데이즈 씨즐러 스카이락 데니스판다로사 피에뜨로 토니로마스 베니건스 등은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 브랜드다.패스트푸드의 경우는 더하다. 패스트푸드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리아 맥도널드 웬디스 버거킹 하디스 등 상위 5개 브랜드가 모두가 외국 브랜드다. 치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9월에 사업을 시작한 비비큐를 제외한 KFC 파파이스 케니로저스 등이 모두 외국 브랜드다. 피자의 경우도 피자헛 시카고피자 로마노피자 도미노피자 라운드테이블피자 등 외국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80%이상을 점하고 있다. 외국 브랜드의 국내 외식시장 점령이 본격화된 것이다.브랜드는 대부분 미국에서 도입된 것이다. 33개 해외브랜드 중 미국 브랜드가 24개로 전체의 72.7%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일본브랜드로 18.2%, 프랑스와 스위스 브랜드가 각각 1개씩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외식업체가 국내 외식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의 18개(51.5%)가 94년 이후에 도입돼94년 이후 해외 브랜드의 국내 외식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알 수 있다. 올해만해도 마르쉐 스바로 리틀시저스 삐에뜨로피자토마토&오니언스 제이브레너스 등 6개의 해외 브랜드가 새로 소개됐다. 내년 상반기에도 칠리스 그릴 앤드 바, 우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이탈리아니스 등 4개의 외국 브랜드가 국내에 첫 선을보인다. 해외 브랜드 붐이다.◆ 골드러쉬등 국내 체인 브랜드 개발 노력 가속해외 브랜드는 한국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 또는 외국 기업의1백% 투자로도 이뤄지지만 대부분은 외국 기업에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하고 도입되는게 보통이다. 로열티없이 자본 출자로 도입된해외 브랜드는 롯데리아 피자헛 시카고피자 삐에뜨로 삐에뜨로피자등 5개에 불과하다. 로열티없이 기술지원만 받는 피자질리오와 미스터피자까지 합하면 전체 33개 브랜드중 7개만이 로열티가 지불되지 않는 외국 브랜드다. 로열티는 보통 매출액의 2∼4%선에서 지급된다. 이런식으로 따져봤을 때 1조원이상 시장규모에서 로열티로지불되는 금액은 2백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매년 로열티로만 2백억원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물론 해외 브랜드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해외 브랜드를 도입한 외식업체들은 한결같이 『로열티를 지불하는 대신 경영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해외 체인브랜드의 도입으로 국내 외식산업 자체가 성장하고 외식업 운영체계나 서비스가 선진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해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를 들여와 손쉽게 돈벌자는 의식에서 무분별하게 외국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도 사실이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79년 롯데리아를 필두로 시작된 외국 브랜드 도입이 날이갈수록 열기를 더해간다는 것은 문제』라며 『노하우 전수도 좋지만 로열티로 지불하는 금액을 투자해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노력이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물론 외국 브랜드의 도입이 가속화되는 현상 이면에는 국내 체인브랜드 개발에 대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남양유업과 이랜드는각각 피자피아띠와 피자몰이라는 고유 브랜드로 피자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순 한국산 패밀리 레스토랑인 골드러쉬도 좋은반응을 얻고 있다. 코지코지 정글짐 데일리드림 등도 올해 새로 생겨난 국산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다. 비비큐도 외국 브랜드가 점령한 치킨전문점에 도전하고 있는 국내 개발 브랜드. 그러나 개발브랜드가 외국 브랜드와 경쟁해 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푸드 열풍이 불면서 우후죽순처럼 패스트푸드 체인 브랜드가 생겨났지만 결국 개발 브랜드는 시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위축돼 갔듯 국산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치킨, 피자 체인브랜드의 미래도 별로 밝지는 않다. 체인브랜드 사업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자본력과 외식 전문가, 경영노하우가 필요한 분야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외국 브랜드 도입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국산 브랜드 개발에 관심을 돌려줄 것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