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취업전선은 최근 사회각계의 추세와 같은 「파괴」의 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황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룹 회사별로 채용방식과 선발기준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꼼꼼한 정보수집과 세심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먼저 채용규모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작년보다 줄이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명예퇴직등군살빼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늘린다는 것은 명분이서지 않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주요그룹들의 신규참여로심각한 인력난을 보이고 있는 정보통신 유통 정도만이 예외다.취업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대졸 및 대졸예정자들의 신규채용 규모를 △50대그룹 2만2천명 △나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3만8천명 △공무원 교직 공사 외국인회사 3만3천명 등 9만2천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구직희망자들은 △내년 졸업예정자 16만5천명 △기졸업 미취업자 9만3천명 △전직희망자 1만5천명등 27만3천여명에이른다. 단순계산으로도 경쟁률은 3대1. 그러나 중복지원 등을 감안하면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체감경쟁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질게 분명하다.선발기준과 이를 평가하는 잣대에서도 그간 조심스럽게 비쳐진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머리속에 든 지식보다는 인성을중시하고 그에따라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면접 및 적성검사를강화하는 추세가 더욱 확연해 질 것이란 분석이다. 2~3년전까지만해도 대부분의 그룹들은 필기시험을 두었다.그러나 최근 필기시험을 치르는 그룹은 거의 없으며 치른다해도 외국어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토익테스트를 하는게 고작이다. 대신 면접시험이 대폭 강화됐다. 과거엔 한차례 보던 면접이 두세차례로늘어났으며 면접방법도 다양해졌다. 블라인드면접(지원자에 대한사전정보없이 이뤄지는 면접) 시추에이션면접(특정상황을 제시하며대처방법을 묻는 방식)은 물론 술자리를 같이하거나 일정기간 합숙을 하면서 인성을 파악하는 방식 등 각양각색이다.◆ 필기 폐지대신 면접은 2~3차례로 늘어취업전선이 대체로 흐린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업종이 그런 것은아니다. 업종에 따라서는 인력이 부족해 신규채용을 크게 늘릴 예정인 곳도 있다.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는 올해 대졸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동결하거나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불황에다 리엔지니어링 등 「군살」을 빼는 차원에서 인력보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규 진출한 삼성자동차의경우 경력사원을 비롯해 신입사원을 대폭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반도체업계는 올들어 국제반도체가격이 폭락하면서 불황국면에 들어가 있다. 3사(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를 비롯한 업계전체가신규투자를 자제하는 등 감량경영에 돌입함에 따라 인력충원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철강업체들은 올해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지는 등 고전을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백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던 포철의 경우 20~30%가량 감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계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인력충원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물산 LG백화점 청구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유통업에 가세하고 있으며 기존업체들도 할인점등 신업체 점포수를 늘리면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백화점 할인점 킴스클럽의 다점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뉴코아백화점은 올 하반기 지난해 2백명보다 50% 많은 3백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할인점사업에 신규 진출한 LG유통 해태유통을 비롯, 쁘렝땅 그레이스 그랜드백화점 등도 역시 지난해보다20~40%씩 인력충원 계획을 늘려잡고 있다.정보통신분야는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집중육성한다는 정부방침에따라 진입규제가 풀리면서 대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이에 따라전문인력을 포함한 신규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올해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로 선정된 LG정보통신은 경력사원을 대거모집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도 대규모 충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데이콤의 경우 신규업체들의 인력스카웃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다시외전화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올 하반기 3백여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은행권은 그동안 사무자동화 및 인사적체로 신규채용을 억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개방 등을 앞두고 국제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신규업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올 하반기 채용규모는예년수준을 소폭 웃돌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비록 증시침체가이어지고 있으나 예년수준을 웃도는 신규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보인다.올들어 점포설치가 자유화된데다 관련업종인 투자신탁업으로 영역이 넓어져 인력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증권회사간의 인력이동을 막아온 스카웃 금지협약이 무효화돼 경력사원들의 누출가능성도 높아졌다.보험사들의 경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있다. 영업실적이 부진해 감원바람이 불고 있는 생명보험사와는 달리 손해보험사들은 영업실적 호전으로 신규인력을 대거 모집하고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