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이 보다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보여주는몸부림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과거처럼 머리를 싸매고 영어 상식공부만 해선 좁디 좁은 취업문을 통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각 기업들이 입사전형에서 필기시험을 없애고 면접 등을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이 외모나 언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래서취업전에 성형수술을 하는가 하면 웅변학원을 찾아가는 취업준비생까지 나오고 있다.올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K대 독문과 4학년 이모씨(27)는 최근용기를 내 동네 성형외과 문을 두드렸다.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남자가 왠 쌍꺼풀」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입사시험을 앞둔그는 절박했다. 이씨는 학점 3.47에 토익점수 8백50점. 이 정도면어느 회사에 원서를 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다. 그러나 이씨의 고민은 자신의 「짝 째진」작은 눈에 있었다. 남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작은 눈 탓에 적극성이나 진취성이 없어 보인다는 주변의 「걱정반 충고반」을 들어온 터였다. 그래서 이씨는이번 기회에 「얼굴도 고치고 취직도 해보자」는 심산으로 쌍꺼풀수술 결심을 한 것이다.D대 국문학과 대학원 졸업반인 조모씨(28)는 또 다른 케이스. 조씨는 요즘 웅변학원을 다닌다. 거기서 조카뻘인 초등학교 5, 6학년생들과 「가 갸 거 겨」를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역시 취업준비를위해서다. 조씨는 국문과 학생답게 쓰는 것이면 무엇이든 자신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조급한 성격탓에 남앞에서 말할 때 더듬는것이 버릇이다. 「혹 시험관 앞에서 말이라도 더듬으면 어쩌나」하는 고민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이런 고민 끝에 조씨가 찾은 곳이 바로 웅변학원이었던 것이다.이뿐이 아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때 사회봉사활동 배낭여행어학연수경험 등을 우대하면서 대학생들의 여름방학을 이용한 배낭여행은 이미 보편화됐다. 또 안하던 봉사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헌혈차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화시대에 「영어는 필수」가 돼버리면서 아예 1학기를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바뀐 건 대학생들의 취업준비양태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채용방식이나 패턴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뭔가 독특한 방법 색다른 방식을채택해 취업준비생들의 눈길을 끌고 각 회사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구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성형수술·웅변학원 찾는 취업생 등장쌍방울개발은 올 하반기 전형에서 국내업체중 처음으로 등산 마라톤 자전거경주를 통해 체력검증을 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내년 1월 개최되는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르기 위해 현재진행중인 무주리조트사업을 차질없이 진행시키려면 직원들이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또 이번 신입사원전형에서 성격검사와 사업계획서 작성도 도입키로 했다.면접의 장소가 무너져 호프집 노래방에서 면접이 시행되고 있다는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 미원그룹은 지난 상반기 부장 과장대리 등 세 직급의 선배사원들이 함께 면접에 참여하는 「다차원면접」을 실시했다. 응시생들은 하루종일 고참사원들과 백화점 사우나 임진강 팔당댐 한강고수부지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평가받았다.저녁에는 다시 호프집에 둘러앉아 자신의 추억담 이상 포부 회사의발전방향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속에 암기했다가 말하고 나오는 과거의 면접과는 판이하게다른 것이다. 제일제당은 이번 대졸사원채용 때부터 연세대 등 일부대학에 상설채용부스를 설치하고 현장인터뷰를 하는 새로운 면접방식인 「밀크로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기업들이 사원을 뽑을 때 손수레에 우유를 싣고 대학을 돌며 즉석면접을한데서 유래한 말이다.면접에서의 질문이나 출제문제에서도 기존 유형을 파괴하는 바람은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면접시험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뜻밖의 질문을 던져 수험생들을당황케 하기도 했다.삼성은 기초직무능력테스트에서 「자기의 전신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의 최소 크기는」이라는 다소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들을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또 대우그룹면접에서는 「예고없이 아프리카로 단신 부임명령을 받고 손가방 하나의 짐만이 허용된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는가」라는 순발력과 모험심을 동시에 묻는 질문이나오기도 했다.과연 올해는 또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타날지 방관자들에게는 자못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