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다이어트작전」.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본사의 조직과 기능을 줄이면서 해외본사를 설립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을 확대·운영하는 사례가 느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이들의 모토는 독일 경제학자 슈마허의 책이름과 같은 「작은 것이아릅답다」다. 해외시장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적극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조직혁신을 통한 리엔지니어링의 한 방법으로 나타난 현상이다.이유는 간단하다. 공룡처럼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 유연성이나 효율이 떨어지는 국내본사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국내본사의 기능과 책임을 해외본사로 옮기고 인접지역에 흩어진 그룹사들을 묶는 하나의 「미니 그룹본사」로 의사결정과정을 줄이고 책임경영과 기업의 현지화 세계화를 실천하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이러한 기업들의 해외본사설립에는 해외매출액의 증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해외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 2000년대에는국내매출대 해외매출의 비중이 7대 3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싱가포르에서 열린 쌍용그룹의 「아시아지역 중장기경영전략회의」에서 김석준회장은 『오는 2000년대에 전체매출에서 해외매출의 비중을 30%대로 끌어올리고 해외매출의 80%정도를 아시아에서 달성할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내수만으로는 기업성장에 한계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다.물론 높은 공장용지가격·고금리·고임금 등 「3고 악재」도 기업들의 해외본사설립을 자극하고 있는 한 부분이다. 생산비용의 상승에 따른 생산기지 이전과 그에 따른 해외본사의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해외진출을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비싼 공장용지·고금리·고임금 악재 영향해외본사설치를 통한 세계시장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그룹은 삼성그룹. 「지역별 제2의 삼성구현」이란 비전에 맞춰 일본(동경) 동남아(싱가포르) 구주(런던) 미주(뉴욕) 중국(북경)본사 등 5개의 해외본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본사라는 한개의 극을 중심으로한 경영에서 벗어나 이른바 「다극경영체제」를 갖춘 것이다.『해외본사는 대외적으로 지역내에서 그룹을 대표하며 대내적으로지역내 그룹관계사들을 관장하고 포괄적인 기획·조정·실행·지원하는 주체』라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한국의 그룹본사와 같은총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현지의 「작은 삼성그룹」인 것이다.싱가포르에 있는 삼성아시아본사의 윤지원이사는 『해외본사설립으로 조직·업무 등이 통합되면서 시너지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본사의 설립으로 우선 물류비용의 절감이 가장 크며구매센터(IPO)가 있어 동남아에 산재한 생산공장에 공급하기 위한원부자재들의 현지구매와 제공, 현지파이낸싱과 환리스크관리 등으로 금융효율성 제고, 인사·교육측면에서의 현지화를 통한 생산성향상, 법률면에서의 지원 등이 두드러진 효과라는 것이 윤이사의설명이다.중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15개 나라 61개 그룹지점 및 법인을 총괄하는 삼성아시아본사의 설립으로 『지난해말 현재 취급고63억달러에 연평균 23%씩 매출성장』이라는 놀라운 실적과 함께 『삼성이란 회사는 물론 제품이미지의 제고효과도 크다』는 것이 윤이사의 덧붙인 말이다.오는 2005년 「매출 3백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도약2005」란 공격경영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LG그룹은 현재 미주(뉴저지) 동남아(싱가포르) 중국(북경) 등 3곳에 해외지역본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본부장도 모두 사장급으로 앉혔다.LG측은 『기존의 3개 지역본부외에 올해 안에 일본과 유럽지역본부를 각각 새로 세워 5극체제로 확대한 다음 장기적으로 중남미와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확대해 8극체제(한국포함)를 갖춘다는 것이그룹의 장기비전』이라고 설명했다.「선수경영」 「총력경영」을 내세운 쌍용그룹은 현재 57개인 아시아지역거점을 오는 2000년에 1백60개로 늘리는 한편 아시아지역을5개 사업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지역본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세워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 판매 유통 자금조달 연구개발등 일체의 경영활동을 이들 현지 지역 본사에서 전개하는 「현지완결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아울러 해외사업의 성패가 인력양성에 달려 있다고 판단, 아시아지역에 2000년까지 1천여명의 임직원을 파견하고 2천5백여명의 현지인을 채용할 예정이다.「세계경영」을 내세우고 활발히 해외투자를 전개하고 있는 대우그룹은 「무국적기업」이란 개념을 내세워 해외진출을 하고 있다. 김우중회장은 지난 3월 『오는 2000년까지 본사기능을 축소시키는 대신 6백여개 해외법인에 2천4백여명의 임원진을 파견해 생산판매 투자 등을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무국적기업체제를 이룰 것』이라고밝혔다. 무국적기업은 해외현지에서 남는 이익을 현지에 재투자하거나 사업다각화를 하는 기업이라는 것이 김회장의 설명. 결국 해외법인을 독립회사로 분리시켜 독자적인 경영을 펼치도록 한다는말이다.◆ 중견기업들도 해외본부설치 적극 고려해외법인의 독자경영에 대해 김회장은 『책임있는 이사급이상의 임원들이 밖에서 퇴직 때까지 상주하며 독자적인 책임경영을 펼치는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그룹내에서 감량경영이 두드러진 곳은전자부문. 제품기획과 생산·인사·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지역본사를 유럽 독립국가연합 중남미지역에 설립한데 이어 미주와 아시아본사도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아울러 서비스본사도 유럽 미주 아시아 중동 등 5개권역별로 설립할 계획이다.지난 86년 미주지역 지사·법인의 관제탑인 미주경영기획실을 세워운영하고 있는 선경그룹은 유공 (주)선경 등 계열사간의 통합·조정·지원을 하는 해외본사조직을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4개지역에2000년까지 세운다는 것이 그룹내부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화그룹도 2000년에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장기경영비전을 발표한 (주)한화가 기존의 미주본부(뉴욕)외에 유럽본부(프랑크푸르트)와 아시아본부(싱가포르) 일본본부(도쿄) 중국본부(북경)를 신설해 글로벌영업체제를 갖추는 작업을 진행중이다.중견기업들도 해외본부설치를 통한 살빼기와 현지화 세계화를 적극추진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에어컨제조업체인 만도기계는 지난해 부사장을 사령탑으로 하는 중국본부를 별도로 출범시켰다. 베트남에서 국내종합상사 가운데 독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 코오롱상사의 해외사업본부와국제화전문과정을 거친 인력을 활용해 베트남 등과 같이 특화된 지역에 해외본사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고려중』이라고 말했다.현대그룹의 경우 자동차나 전자의 현지법인이나 지점식으로의 진출이 많은 반면 별도의 해외본사나 사업본부는 없는 상태.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해외생산이나 영업상 네트워크구축이 필요한 일부 업종에 한해 해외지점 법인 등이 설립된 반면 아직 해외본사나사업본부의 구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여기에는 현대그룹이 조선 건설 플랜트 등 중후장대한 수주형위주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정몽규회장은2000년에 아시아를 포함한 본사 미주 유럽 기타지역본부 등 4대지역 담당본부체제로 갈 것을 밝힌 바가 있어 현대의 해외본사는 자동차부문에서 먼저 세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