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도 성형수술을 한다.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로고 및 슬로건등 상징물을제작,고객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그룹명칭이나 심벌마크를 세계화추세에 걸맞게 뜯어고치는CI(Corporate Identity)바람이 재계에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90년초부터다. 국경없는 무한경제전쟁시대를 맞아 기업이미지를 새롭게 해야하는 것이 「얼굴바꾸기」 외부요인이라면기업총수교체,사업다각화에 따른 기업이미지재정립등은 내부요인이다. 최근 CI바람은 그룹사로부터 중견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 유통 건설 식품업종 등 전업종에 걸쳐 진행되고있다.CI바람은 현대그룹과 함께 재계랭킹 수위를 다투는 삼성그룹이 일으켰다. 삼성그룹은 지난 93년 창립 55주년을 맞아 새로운 경영이념과 CI를 제정하고 세계초일류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삼성이새로 제정한 로고는 파란색 타원에 「SAM SUNG」이란 영문명을 써넣은 것으로 이 심벌은 삼성이 지향하는 국제화와 역동성을 적절히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삼성의 CI작업은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회사인 미국의 L&M사와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공동으로 맡아 진행했고 2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새 심벌을 디자인한 L&M사에는 7억원을 건네줬다. 이후 문서서식,해외광고판교체등 후속작업에 약 2백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삼성이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CI를 제정하게 된 것은 창립 55주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으나 내부적으로는 다른 사정이 있었다. 그룹이 세계초일류기업을 지향하고 있으나 정작 해외에서는그룹 및 계열사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이에 대한대책이 필요했던 것. 전반적으로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경영문화에대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부 여론조사결과도 CI작업을 부추겼다.◆ CI바람 전업종에 걸쳐 확산기아그룹도 이에 뒤질세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적색 타원형에 적색영문자로 된 새로운 CI를 채택했다. 세계로 뛰는 새로운 기업상 정립차원에서였다. 기아의 새 CI는 서울대 미대 산업디자인학과 조영제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CDR사가 제작했고 약 2억원의 돈이 들어갔다. 조미료사업에서 유통등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한 미원그룹은 조미료기업의 이미지탈피를 위해 새로운 심벌을 만들어 사용,CI붐에가세했다.한화그룹은 그룹영문명이 한자권에서는 「韓國爆破集團」으로 표기되는등 오해를 받아 경영혁신차원에서 그룹명과 심벌마크를 교체했다. CI제작은 미국 디자인컨설팅업체인 알스페치 그로스만 포르투갈사(AGF)가 맡았는데 그룹명을 제외한 심벌마크는 한국적인 정서와 괴리가 있어 계열사인 한컴이 다시 제작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심벌마크는 우주를 상징하는 주황색타원위에 한화의 영문이니셜 머리글자인 H와 W를 역동적으로 각인한 것. 이 심벌마크는 초우량기업을 지향하는 한화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이 그룹 홍보실 박경원대리는 『그룹 CI를 새로 제정한후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일체감이 조성되는등 CI교체에따른 보이지 않는 반사효과 또한 크다』고 말했다.LG그룹은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제2의 경영혁신을 추진한다는 취지아래 새 CI를 제정했다. 그룹명은 럭키금성의 영문자를 따 LG로 정했다. 이로써 그동안 화학분야의 럭키와 전기 전자분야의 금성사를 중심으로 분산돼 있던 그룹 이미지는 하나로 통일됐다. 심벌마크는 L과 G 두 영문글자를 둥근 원속에 형상화시켜 무엇보다 인간이 그룹경영의 중심에 있고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룹의 경영의지가 내포돼 있다.이 그룹의 CI작업은 코카콜라와 GE의 CI를 디자인한 미국 랜도사와국내 디자인파크가 공동으로 맡아 추진했다. 심벌마크는 랜도사의작품이고 로고글씨체 등은 디자인파크의 손을 거쳤다. CI가 완성되기까지에는 2년여의 기간이 소요됐고 들어간 비용은 약 30억원 가량이다. 현재 CI개정에 따른 후속작업을 진행중인데 후속작업 완료시까지 약 2백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그룹측은 추산했다. 두산그룹은 페놀사건으로 얼룩진 기업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신생주류업체의 거센 도전등 날로 악화되는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올해4월 창립 1백주년을 맞아 새로운 CI를 제정했다. 3개의 사각형이서로 율동적으로 연결된 심벌마크는 국내 최고기업으로서 자부심을되찾기 위한 의지가 표현돼 있다. 이 그룹의 CI는 삼성그룹의 CI를디자인한 L&M사와 계열광고사인 오리콤이 공동으로 맡아 완성했다.그룹들의 신 CI제정바람은 그룹으로부터 분리한 중견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솔제지,제일제당등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분가한 전주제지는 회사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94년1월 회사명을 한솔로 바꾸고 심벌마크도 제정했다. 이후 한솔은 기업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등 세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다. CI개정을 통해 한솔은 삼성그룹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환골탈태했다는 것이 재계의 중평이다.한솔과 마찬가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분가한 제일제당은 올해 5월CI를 제정했다. 이회사 기업문화팀 지인섭차장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된 뒤 경영환경이 급변한데다 독자경영에 따른 기업이미지구축 필요성이 대두돼 CI를 제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사업영역이 건설 냉동 영화사업 등으로 다각화돼 국내 최대식품업체라는 이미지는 걸맞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이 회사의 심벌마크는 영문표기명에 위 아래 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영문글자위의두 원은 우리나라 전통사상인 태극을 나타낸 것으로 상호조화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회사의 CI는 일본 파오스사가 디자인했는데 비용은 50만달러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중견기업으로는 부산파이프가 세아그룹으로 사명개정등 CI작업을 마쳤고 일진 동원 나산 등 10여개의 기업이 얼굴바꾸기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다. CI작업은 기업이미지를 쇄신하는 것과 함께 매출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등 가시적인 경영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방기기업체인 에넥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는 지난 92년 오리표싱크에서 에넥스로 상호를 바꾼 뒤매출이 급신장, CI변경의 성공사례로 꼽힌다.CI작업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가 새롭게 정립되고 가시적인 효과 또한 만만찮자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기업들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경그룹 동부그룹 한일그룹 진로그룹 등은 다른 회사의CI작업에 자극받아 사명변경을 포함한 대대적인 CI작업을 검토하고있다. 선경그룹은 그룹명을 SK그룹으로 확정하고 미국 팬더그램사에 SK를 사용한 심벌 및 로고개발을 의뢰해 놓고 있다.진로그룹은 한때 그룹명을 JR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일본 국영철도회사의 영문약칭과 같아 CI작업을 잠정중단한 상태다. 이 그룹김상수차장은 『그룹의 사업영역이 주류에서 유통,건설분야로 다각화돼 새로운 CI제정은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CI제정시에는 현재일부국가에 흉물로 인식되고 있는그룹 상징 두꺼비도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현재 그룹명이 특정지역색을 띠고 있어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새술은 새부대에 담듯 기업이미지도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국경없는 경쟁전쟁에서 우리기업의 살길은 이미지변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렸다.★ 회사이름에 얽힌 뒷얘기우리 기업들은 해외진출시 예기치않은 문제로 종종 곤욕을 치른다.제품의 질이나 서비스가 아닌 회사이름 때문이다. 국내기업명중에는 안에서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밖에서는 엉뚱한 의미로해석되거나 불리는 것이 상당수 된다. 이로인해 이들 기업들은 해외진출시 제품판촉에 앞서 회사이름을 현지인들에게 정확히 알리는데 주력한다. 아예 회사이름을 「국제용」으로 지은 경우도 있다.미국GM사와 결별한뒤 지난해 독일에 첫발을 내디딘 대우자동차는국내용 회사명 때문에 고충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의 영문표기명은「DAE WOO」이나 현지인들은 이를 「대부」또는 「다이부」로 발음,효과적인 세일즈를 펼칠수가 없었다. 이에따라 대우는회사의 이름을 현지인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이색적인 「입술광고」를 내보내고 교정에 나서야했다. 이 광고는 미모의 여성모델이 나서「대우」 발음을 정확히 하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현지인의 발음교정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우자동차는 제이름을찾게됐고 유럽지역에서 브랜드인지도가 80%에 달하는등 큰 성과를거뒀다.선경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선경그룹의 영문표기는 「SUN KYOUNG」으로 미국인들은 이를 「SUNK YOUNG」(성크 영)으로 발음, 기업이미지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UNK」는 「침몰한다」는 의미로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일 경우 고유명사인 「선경」은 「가라앉는 젊은이」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선경그룹은 대대적인 그룹CI작업을 현재 벌이고 있다. 그룹명은 일단 SK그룹으로 정해 놓았다.한국화약그룹은 그룹의 영문표기가 외국인들에게 살벌한 느낌을 주어 그룹명을 아예 한화로 바꾸어 버렸다. 한국화약그룹의 영문표기는 「KOREA EXPLOSIVE GROUP」으로 한자권나라에서는 이를 「韓國爆破集團」으로 표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테러집단으로 오해를살 가능성이 커 김승연회장이 결단을 내려 그룹명을 94년 한화로바꾸었다. 쌍용그룹도 그룹의 독특한 영문표기 때문에 독일에서애를 먹었다. 그룹명은 모기업인 쌍용양회가 위치한 강원도영월군군서면쌍용리에서 따온 것으로 「쌍」의 영어표기가 마땅치 않아이 회사는 「SSANG」라는 조어를 만들어 사용했다. 일종의 콩글리시로 영어권에서는 그런대로 통했으나 독일에서는 말썽을 일으켰다. 독일에서 SS는 나치와 게슈타포를 연상케 하는 것으로 쌍용자동차는 벤츠사와 기술제휴시 회사명을 「SANG」으로 표기하고 S자두 개가 겹친 회사로고 또한 원 두 개가 겹친 형태로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삼성물산의 SS패션이 「ESSES」로 브랜드명을 바꾼것도 같은 경우다.대대적인 CI작업을 한 삼성그룹도 「SAM SUNG」이 미주권에서는 「쌤성」으로 발음돼 한때 그룹명 변경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쌤」은 미국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엉클 쌤」을 연상시켜 반미감정이 있는 나라진출시에는 고전을 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이 삼성의 해외인지도가 워낙 높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