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시장은 한마디로 「폭발적」이다. 정수기에 대한 수요가 하루가다르게 늘어나면서 최고의 성장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정수기 시장규모는 3천억원. 올해는 지난해 보다 66.7∼83.3% 성장한 5천억 내지 5천5백억원 시장으로 추정된다. 정수기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건강에대한 관심은 날로 느는 반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기 때문이다. 수돗물 끓이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것도 정수기 수요를 늘게하는 요인이다.현재 국내에 보급된 정수기는 가정용과 업소용을 합쳐 대략 1백50만∼2백만대. 정수기 보급률이 전국적으로 7∼10%에 달하고 있다. 6대 도시에서는 이보다 더 높아 18%에 이른다. 정수기업계는 정수기 보급률이30%에 이르기까지 정수기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업체 저가시장 공략할 듯국내에 정수기가 첫 선을 보인 때는 80년대 중반. 수돗물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정수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88년 올림픽을 전후해 「선진국 선수들이 한국 수돗물은 먹지 못하겠다고 해서다른 물을 공급한다더라」라든가 「한국에 주둔한 미군들도 한국 수돗물을 믿을 수 없어 특수 정수된 물만 마신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정수기 시장은 단번에 5백억원대로 늘어났다.88년을 계기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정수기 시장은 그러나 89년 들어서부터는 오히려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일부 정수기로 거른 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50여개 정수기 업체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바꿨다. 중소 정수기업체들이 판매에만 급급하여 정수기의 생명인 사후관리에 소홀했던 결과였다.이후 정수기 시장은 90년 3백60억원, 91년 3백억원, 92년 4백억원으로 계속 침체를 벗지 못하다가 93년 들어 다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방대도시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는 수질오염 사건이 여러번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수기 시장은 각종 수질오염 사건 덕을 입어 93년에 1천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이후 정수기 시장은 매년 50%이상씩 성장해 오고 있다.규모만 커지는게 아니라 정수기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정수기 수입업체와 제조업체는 대략 1백50개. 90년대초에 비해 3배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수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정수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효성듀라인이 94년말 정수기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해초에는 삼성전자와 동양매직이, 올들어서는 대우전자와 코오롱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대기업 참여와 함께 다단계판매업체의 정수기 판촉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렉솔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정수기 「클리어소스」로 월 1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클리어소스는 27만5천원으로 정수기로는 저렴한 편.게다가 1년 정도 사용하다 버리기 때문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렉솔코리아는 20만원짜리 샤워용 정수기와 16만원짜리 휴대용 정수기도 새로 내놓아 저가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올 6월부터 국내에서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GNLD인터내셔날도 27만원짜리 정수기 「워터돔」을 개발, 다단계 판매 조직을 통해 정수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다단계판매회사인 암웨이도 조만간 정수기를 수입, 국내에서판매할 계획이어서 정수기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단계판매업체들은 국내 법상 판매할 수 있는 제품 가격이 1백만원을 넘지 못해주로 저가 정수기시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은 역삼투압방식이 주도하고 있다. 정수기는 정수방식에 따라 역삼투압방식과 직결여과식 자연여과식 이온교환수지식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이 중 역삼투압방식이 전체 정수기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이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역삼투압방식은 92년에 전체 정수기 시장의 50%였으나 93년에는 70%, 94년에는 78%로 높아졌다. 웅진코웨이청호나이스 삼성전자 동양매직 신성씨엔지 등 정수기시장에서 매출액 순으로 5위권에 드는 업체가 모두 역삼투압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올 6월에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대우전자도 역삼투압방식을 채택했다.역삼투압이란 반투막(혼합물에서 어떤 성분을 가려 일부만을 통과시키는막)을 사이에 두고 고농도용액이 저농도용액으로 역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역삼투압 정수기는 역삼투압현상을 이용, 물에 섞여 있는 각종 중금속과 미생물 등을 분리해내는 것으로 여러 정수방식 중 여과능력이 가장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데다 몸에 필요한 미네랄까지 물에서 제거,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란을 겪고 있다. 역삼투압방식 정수기 중에서 가장 싼 것은 삼성전자의 바이오정수기로 59만5천원이며 3백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평균 가격은 1백50만원 내외.◆ 역삼투압방식 전체 시장 80∼90% 차지직결여과식은 역삼투압방식 다음으로 많이 이용되는 정수방식으로 수돗물 수압에 의해 강제적으로 물을 필터에 통과시켜 정수시키는 방법이다.직결여과에 이용되는 필터는 세라믹필터 활성탄필터 은활성필터 한외여과 등이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여러 필터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최근 직결여과식 중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필터는 한외여과 중공사(中空絲)막 필터다. 코오롱그룹이 정수기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공사막 필터를 사용한 정수기 「하이필」을 내놓으면서 중공사막에 대한 관심이고조되고 있는 것.현재 중공사막 필터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는 코오롱과 효성듀라인 등이다. 코오롱과 효성듀라인은 중공사막이 인공신장투석기에 사용되는 분리막으로 미네랄은 통과시키고 세균이나 중금속은 제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을 수도압력에 의해 투과시키는 직결수도식이므로 가격도 역삼투압보다 저렴하다. 코오롱의 하이필이 13만2천원이고 효성듀라인 제품은19만8천원이다.이외에 자연 중력에 의해 물이 필터와 맥반석을 거치면서 걸러지는 자연여과식과 물을 정수시킨 후 전기분해를 통해 물을 알칼리수와 산성수로분리하는 이온교환수지식이 있으나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형편이다.현재 정수기 시장 1위 업체는 단연 웅진코웨이. 89년 설립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에는 1천8백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국내 5백대 기업으로 부상했으며 올해는 3천5백억원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 정수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5%. 2위 업체는 청호나이스로 지난해 매출액은 7백억원이었으며 올해는 약 1천5백억원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삼성전자 동양매직 신성씨엔지 등이 각각 1백억원∼2백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역삼투압방식 논란에 대해물 속에 들어있는 미네랄까지 제거역삼투압방식은 머리카락의 1백만분의 1정도 굵기까지 제거하는 강력한정수 능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 틈에 물 속에 들어있는 미네랄까지 제거된다는 것. 역삼투압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업체들은 『환경오염이 심해질수록 완벽한 정수 능력이 중요하다』며 『미네랄은 음식물에서 섭취하면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미네랄이 살아있는) 생수를 마시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어쨌든 미네랄이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물이 가장 좋다고 짐작할수 있다.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는 깨끗하면서도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먹기 힘들다는 것. 세균을 죽이기 위해 수돗물을 끓여도 물 속의 미네랄은파괴된다. 미네랄을 물 속에 그대로 보존하는 정수기라면 미네랄보다 작은 불순물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인은 여러 조건 중에서 우선적인 가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정수기업체들이 완벽한 정수능력과 풍부한 미네랄을 강조하지만 다 믿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후관리를 잘 해주고 믿을 수 있는 업체라면 결국 모두 장단점이 있을 뿐 종합적으로는 다 비슷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