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대주주와 「권리찾기」를 주장하는 소수주주간 한판 싸움이 시작됐다. 심판은 「대한펄프 임시주주총회개최의건」을 맡은 서울민사지방법원과 불공정거래조사의뢰를 받은 증권감독원이다. 현재로선 심의 및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뚝 잘라 말할 수 없지만싸움 결과에 따라 소수주주권의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사건의 발단은 7.8%의 대한펄프지분을 갖고있는 김문일씨등 18명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교체와 임원추가선임을 안건으로 법원에 임시주총소집허가신청을 내면서 비롯됐다. 주총소집을 요구한 것은 현 경영진이 지난6월 종합데이터수집 및 감시제어시스템(스카다)사업에 진출을 검토한다는 공시를 냈다가 9월 2일 다시 시장성불투명 등을 이유로 이를 부인,결과적으로 주가가 급락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난 1월 2만원을 밑돌던 대한펄프주가가 8월에는 7만5천9백원까지 치솟았다 진출포기공시로 하락하기시작했다. 소수주주대표인 김문일씨는 소액주주라고 앉아서 손해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현 경영진의 무능으로 회사경영이 악화된만큼 당연히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주주만도 2백명(지분율 35%)이 넘는다고 밝혀 「결전」도 불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상법(366조)상 5%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5%주주는회사에 주총소집을 요구할 수 있으며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않을 경우법원에 이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이사회의 비리와 관련 이사의 선임과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반면 대한펄프의 최병민 사장은 『작전세력에 당했다』며 지난 2일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시세조종 및 불법매집」에 관한 조사를 의뢰했다. 백판지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돼 상반기에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특정세력이 스카다사업진출을 확정적으로 퍼뜨리며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세차익을 거두기위해 조직적으로 주식을 매집한 혐의가 짙어 이들의 주총소집요구는 소액주주권을 남용한 것이라고보고있다.사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가급등, 대량거래」에 따라 경영권위협을 느낀 대주주들이 감독원 등에 조사를 의뢰한 경우는 없지 않았다. 특히 올들어 침체장에서 일부 개별종목들의 주가가 몇배씩 뛰는 과정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다. 대주주들은 경영권위협을 느낄 경우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증자를 결의해 매집세력의 기를 꺾기도 한다. 그렇지만자금력이 부족한 대주주들은 옴쭉달싹 못할 때도 있다. 구자경 LG그룹명예회장의 사위인 최병민사장은 대주주들이 이같은 농간에 희생되지 않도록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증권감독원은 소수주주와 경영진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인만큼 일부세력의 시세조종과 대주주의 내부자거래도 조사할 계획이라고밝혔다. 증감원은 대한펄프에 대한 불공정거래는 지난 7월 증권거래소로부터 혐의조사자료를 넘겨받아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며 거래소 심리자료에는 시세조종과 내부자거래혐의가 모두 포함됐다고 밝혔다.안필호 증감원조사1국장은 개인투자자 2백명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발언과 관련, 실명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해 이번사건에 대한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이 소액주주들의권한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인지, 대주주의 마음을 읽지못한 작전세력의 쓰라린 종착역으로 결론날지는 증감원의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