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계 원로로서 국내 증권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세계경제의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60,70년대에는 이데올로기가 주요 이슈였지요. 그런데 90년대 들어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경제블록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복지 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게사실이지요. 그때까지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 증권산업도 그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고 봅니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가입할 정도이니 국내 자본시장도 성숙 단계에 들어선게 사실입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한 것입니다.최근 약세장의 배경을 정부의 지나친 공급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과거에 대한 푸념이 부질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일본의 사례에 비춰볼 때 OECD가입 첫해에는 주가가 오르고그 이후는 침체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증시침체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대신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정부의 보호우산 아래 끼리끼리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금융업에 자율과 개방이라는 큰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외국의금융기관이 국내시장을 공략해 오면 힘을 길러 해외시장을 공격할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막대한 적자(1천억원 규모)를감수하면서 부실상품을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무수익 저소득자산도 정리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활용할 계획입니다.또 효율적인 인력관리차원에서 적정인원을 배치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물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팀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 정비가 감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들이 동업자정신, 주인의식이 있는 한 절대로 인위적인감원이 없다는게 저의 경영철학입니다. 자기몫을 하는 사람을 왜내쫓겠습니까.▶ 경영혁신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까.물론입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따라준 덕에 금년같이 어려운 때도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본사 직원의 영업일선배치 등도 영업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게 사실입니다. 시황에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제를 조성한다는게 저의 경영전략입니다. 채권쪽에서도 남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고요. 국제부문에서도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증권업계에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많은데요.기업경영인에게 가장 중요한게 조직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능력을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입이다.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성과급으로 전환하는게 불가피하다고봅니다.물론 급격히 성과급제를 도입하는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직 많이 남아있는 유교적인 사고방식과 맞지않기 때문이지요. 제가 팀제를 도입한 것도 연봉제로 가기 위한 전초단계로 보면 됩니다. 경영환경이 급박하면 급박할수록 시기는 빨라질 것입니다.▶ 회장께서는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느 증권사를 모델로 대신을 이끌어 오셨나요.구조 자체가 같은 일본증시에서 많은 것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수출위주로 산업을 육성해 왔습니다.제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도 일본증권사의 시련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70년대부터 계속 일본증시를 지켜봐 왔습니다. 물론 일본의 노무라증권 뿐 아니라 영국의 슈로더, 미국의메릴린치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과거에는 자본시장규모가 작아 정부의 통제로가 가능했지만 이제는불가능합니다. 스스로 힘을 기르고 보수적으로 회사를 꾸려가는게필요합니다. 그것이 리스크관리 아니겠습니까. 또 국제업무분야도강화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이분야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직원들의 해외연수를 강화하는 등 차근차근 역량을 키워 가겠습니다.▶ 듣기로는 선진국에서 배운 금융기법을 활용해 동남아 등에서 돈을번다고 하던데요.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미국 런던등 선진국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리다매기법을 쓰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 가는게바람직합니다.▶ 금융전업에 대한 사업구상을 들려 주시지요.은행 하나만 있으면 금융전업그룹으로서 구색을 맞출 수 있습니다.현재 대신팩토링의 불입자본이 6백억원이고 외형이 2천8백억원이어서 증자와 내부축적을 통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제가 꿈꾸는 은행의 형태는 시중은행과 다른 것이지요. 이른바 도시은행입니다. 서울에 본점을 두고 6대도시에 지점을 두는 형태로은행업을 영위할 계획입니다. 예상대로라면 98년께 은행진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금융업을 제외하곤 다른 쪽은 절대로 손을 대지않을 계획입니다. 정보통신회사를 하나 갖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금융업의 전산화를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증권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대신증권이나 생명이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거나 인수합병(M&A)얘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것같습니다.지난 89년 진출한 대신생명이 아직 수지를 맞추지 못해 그런 루머가 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보의 자산규모는 1조원이고 금년부터이익분기점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3년이내 흑자전환을 확신합니다.사실 제가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게 대신생명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증권사는 자회사를 거느리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요. 자산규모는 크지만 사업환경이 다소 불안한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그런 측면에서 대신그룹의 모기업은 생명이 해야합니다. 그래야 건전한 금융전업그룹으로 커갈 수 있습니다. 지난 28년 미국의 금융공황때 가장 먼저 쓰러진게 증권 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증권에 대한 M&A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지요.아무도 대신을 손댈 수 없어요(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살아남을 수 있는 증권사는 대신뿐인데 누가 누구를 먹습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그것은 그저 그것을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일 뿐이지요. 앞으로는 빚없는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어요. 고리의 자금을 끌어다 물건을 만들어 팔아도 이문을 낼 수 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산업재벌의 보호속에서 성장한 증권사와 대신증권을 어떻게 비교하겠습니까. 대신은 모기업에 대해 지급보증할 일도 없어요. 앉아서계열사 회사채 인수를 맡은 것도 없고요. 조직도 누구보다 강한 셈이지요. 공채기수가 28회나 되고 증권업계의 우수인력을 양성했습니다.(양회장의 인맥에는 안길룡 동양증권사장, 김정태 동원증권부사장, 동서의 양호철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어 노동조합도 없습니다.▶ 후계구도는 어떻습니까.저는 차남인 회문이(양회문 대신증권부회장)에게 사업을 이어받도록 했는데 그 다음은 모르겠어요. 그것은 양부회장이 알아서 할 노릇이고. 양부회장은 그동안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봅니다. 공채1기로 대신증권에 입사,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차례로 거쳤지요.장남(양회천대신전기사장)은 제조업에 관심이 많아 독립해 잘하고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신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전혀별개의 회사지요. 부자지간이어서 돈이 필요할 때 제가 지급보증을서주는 정도지요. 그렇지만 부자지간에도 돈관계가 깔끔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주식과 채권투자의 귀재로도 통하시는 일화를 좀 소개해 주시지요.솔직히 말씀드려 운이 따라야 한다고 봐요. 제가 78년 「박황사건」으로 대신증권을 떠났다 80년 사장으로 복귀해 보니 회사 재무구조가 엉망이었지요. 회사신용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때 채권투자에 온힘을 쏟았습니다. 2차오일쇼크로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을때 몇천억원을 투자했는데 금리가 이내 14%까지 떨어졌습니다.85년 일본에 갔을 때 현대자동차주식을 수백만주 사라고 전화로 지시했지요. 그 주식값이 두배 이상 올라 여의도 사옥을 거저 마련한셈이지요.▶ 최근 사회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데요.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사회 각 부문이 조화롭게 균형있는발전을 하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같은 취지에서 90년대신송촌문화재단을 설립해 사회복지사업과 청소년교육사업에 전념해 왔지요. 지난 7월부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을 받지 못하는 기형환자 수술자금을 지원키로 전남대학교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건강관리 비결은요, 요즘도 겨울에 스키를 즐기실 정도라고 들었습니다.매일 아침 집에서 역기와 아령을 합니다. 40년이 넘었습니다. 아령의 경우 40년이상돼 모양이 형편없지만 여태껏 내 건강을 지켜준파수꾼으로 생각하면 재산목록 1호에 올려놓아도 아깝지않아요. 싱글을 칠 때와 비교하면 스코아는 떨어졌지만 골프도 즐길 정도는되고 날씨가 추워지면 주말에 집사람과 스키를 타러 갑니다. 평소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야 정열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요.정리·이익원기자 사진·안도림 기자